어릴 적 유난히 뛰어놀기를 좋아했던 나는
아침 먹고 밖으로 나가 하루종일 해가 질 때까지 놀다가 같이 놀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거나
온몸에 힘이 빠져 배가 고파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만큼 몸으로 노는 걸 좋아했다
지금 태어나는 알파세대와는 다르게
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미취학 아동들은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부유한 가정의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어린이집이나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해가 뜨면 아침밥 한 그릇 먹고 집밖으로 나갔다
동네 골목길과 놀이터는 아이들의 구성진 목소리로 시끌시끌했고
계중에 놀다가 다치거나 싸워서 우는 아이들의 "엄마"소리와
밥때가 되거나 해가지면 집집마다 "OO아 밥 먹어라"는 구수한 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졌다.
해가 지고 집으로 들어가면 밥 먹고 tv를 보는 것 이외에 별다른 놀이가 없었던 터라
책과는 자연스레 거리가 멀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학교에서 나눠주는 교과서를 받고서야 책이란 걸 처음 봤다
그 시절 대부분 그랬겠지만 먹고살기 바빠서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제대로 쓰질 못했다
그저 삼시 세끼 밥 잘 먹고 학교 가서 선생님 말씀만 잘 들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학교교육에 뒤떨어지지 않았고, 대한민국 경찰공무원 공채시험까지 당당히 합격했으며
출판사 투고를 통해 책출간까지 했으니 스스로 대견하다 생각한다.
이제 내 나이 얼추 50살, 반백살이 되고서야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 교육을 위해
도서관을 찾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책한 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20대 초반 경찰관이 되어 험하고 모진 인생 25년을 살다 보니
돗자리만 안 깔았지 반무당이 다되었다.
책제목과 작가소개, 목차와 에필로그 한 장을 읽고 난 후 책을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늦은 나이 어렵게 만난 하나뿐인 아들의 교육 앞에서는 달랐다
한 자 한 자 꼼꼼하게 읽다 보니, 독서량이 한 권 한 권 늘어갔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준비해야 할 사항부터, 새로운 인류 알파세인 자녀 교육방법과, 앞으로는 대학보다 직업이다, 초등공부 전략서 스카이버스, 2050 패권의 미래, 메타버스까지"
그렇게 독서를 시작했고, 난 요즘 매일 책을 읽는다.
무작정 달리고, 책을 읽고 사색하는 것이 나의 요즘의 일상이다
아빠가 책 읽는 모습은 아들에게도 자극이 되었는지
아침에 일어나면 책부터 읽는 아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좀 더 일찍 책을 가까이했으면 인생이 많이 달라졌겠지만
지금이라도 책과 함께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견문을 넓어가게 된 것을
내 인생 최고의 기쁨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