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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Nov 08. 2023

나른한 휴일, 빡신 산을 오르며 드는 생각


신불산 등반


신불산은 높이 1159m로 경남 양산과 울산 울주군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뿐만 아니라

북서 2km 지점의 간월산(1069m), 남쪽 2.8km 지점의 영축산(1081m) 등 높이 1000m가 넘는 7개의 산군이 아름답다 하여 영남의 알프스로 불리는 곳이다.



갑자기 신불산이 가고 싶어진다

신불산에 오르려면 큰맘을 먹어야 한다

그만큼 쉽지 않은 산이다


신불산을 처음 찾은 날~

난생처음 공룡능선과 칼바위를 만나

오도 가도 못할 위험에 처하기도 했고

길을 잘못 들어 밤새 산을 헤매다 결국

올라간 곳과 전혀 다른 지역으로 내려온 적이 있다



사람들은 쉽게 잊는다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

나를 버티게 해준 산~

그 당시 매일 신불산을 찾았다

힘들게 산을 오르고 길을 찾다 보면

그 순간은 모든 것을 잊는다

오로지 올라가고 다 오르면

내려오는 것만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산을 좋아했다

좀 살만하고 편해지니

한동안 잊고 지냈다.

10년 만에 신불산을 찾기로 했다.

가방을 챙겼다


가을 산은 빨리해가지고 기온이 떨어 기진 다

그래서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체온을 유지할 따뜻한 물과 외투

조난을 대비할 플래시와 비상식량

그리고 점심으로 김밥 두 줄을 샀다


집에서 승용차로 1시 남짓 도착하니~

늘 오르던 등산로가 폐쇄됐다.

'이곳은 위험지역으로 등산로를 폐쇄합니다'

패쇄를 알리는 입간판도  꽤 오래돼 보였다.

순간 당황했다.


또 다른 등산로인 흑룡폭포 쪽으로 갔다

입구를 못 찾겠다


너무 오랜만에 왔다


사람들에 물어물어 겨우 입구를 찾았다

그곳은 예전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복합웰컴센터라는 건물과 함께 정비되어

있었다.


이곳은 예전 기억으론 칼바위를 가로질러야 오를 수 있는 곳이었다.

걱정이 앞섰지만 이미 출발이 많이 지체되어

다른 방법이 없었다



등산로 입구에는 먼저 와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이곳에 칼바위 말고 우회로가 있는지 물었다

첨 와서 모른단다


좀 더 오르다 보니 커플옷을 입은 한 쌍이 보인다

다시 물었다

"혹시 이곳에 칼 바위로 말로 우회로가 있어요?"

역시 모른다

그냥 올라가기로 했다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니 분명 길은 있으리라 여겼다


오르다 보니 예전과는 다르게 길이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중간중간 계단도 있고, 밧줄도 있다

좀 위험하다 싶은 곳은 여지없이 입간판이 설치되어 있다.

사고가 잦아서인지 칼바위는 완전히 차단하고

완전히 새로운 길을 만들어 놓았다.


오랜만에 오르니 금세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조금 올라가니 발도 무겁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호흡이 가빠지고 자꾸 입이 벌어진다

10년 전과 달라진 것은 등산로만이 아니었다

나도 그만큼 나이가 먹었다 ~~ㅎㅎ


역시 신불산은 만만한 산이 아니다

그래서 함께 오자고 할만한 사람이 없다

예전에 친구들과 왔다가 하루를 꼬박 산에서 보낸 적도 있었다.

그리고 한번 왔던 친구들은 다시는 신불산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날 이후 신불산은 주로 혼자 오른다


혼자 산을 오르면 참 심심하다

그래서 이어폰을 꼽는다

와 놀은 1995년 히트곡을 찾아 틀었다

너무 힘들다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귀찮다

귀에 있는 이어폰을 뽑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잠시 걸음을 멈춰 물도 마시고,

아들 간씩 통에서 몰래 가지고 온 젤리와 초콜릿도

먹어본다. 여전히 힘들다


쉬엄쉬엄 올라도 될 텐데

이놈의 쓸데없는 승부욕은

누가 뒤에서 쫓아오기라도 하듯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간다

조금만 가면 정상일 것 같은 생각에 계속 오른다


이젠 정상에 올라 싸온 김밥을 먹을 생각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까지 쉬지 않고 1시간 40분

인증숏을 남기고 경치 한번 쓱 둘러본다

일기예보에는 춥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고, 오히려 날씨가 맑아

7부 능선이 다 보인다.

평일이라 그런지 정상에 사람은 별로 없다

제일 명당자리에 앉아 김밥을 먹는다

타온 커피도 한잔하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캬~~~ 힘들게 오른 보람이 있다.


이제 하산이다

하산하다 보니

함께 오르던 사람들이 하나둘 보인다

몹시 힘들어하면 묻는다

"정상 다 와가요??"

나는 태연하게 말한다

"다 왔어요?"

뭔가 큰 걸 가진 우월감에 잠시 어깨가 으쓱해진다

난 내려갈 땐 주로 뛰어간다

하지만 오늘은 다리에 힘이 풀려 자꾸 발을 헛디딘다

그러다 넘어지기도 여러 번

돌멩이에 엉덩이를 부딪치기도 하고,

손바닥을 긁히기도 한다

이제 나도 다 됐나??


이래서 이제 초등 1년인 아들과

신불산을 비롯해서 한국의 3대 명산인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을 오르겠나??


얼마 전 아들과 약속했다

중학생쯤 되면 아빠랑 한국의 명산을 같이 오르기로

그런데 시기를 좀 당겨야 할까?

아님 체력관리에 신경을 더 서야 할까?

과연 같이 오를 날이 올까?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한다


함께 오를 시간이~체력이~ 아들이~

있다면 더이상 망설이지말고

깊어가는 가을 떨어지는 단풍을 바라보며

함께 산을 오를 것을 추천해 본다.


나른한 휴일, 빡신 산을 혼자 오르며 드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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