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떠올리면 마일스 데이비스와 쳇 베이커의 쿨재즈가 먼저 떠오른다. 이 때문인지 대표적인 재즈 피아니스트를 생각할 땐 쿨재즈와 같이 서정적인 연주자라 할 수 있는 빌 에반스와 델로니어스 몽크가 생각난다.
하지만 재즈는 카페에서 배경음으로 듣기에 좋기만 한 잔잔한 음악은 아니다. 래그타임, 스윙과 같은 춤곡, 재즈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비밥 등등 오히려 재즈는 잔잔하기보다 격정적이고 화려함이 강한 음악 장르다.화려하다 말할 수 있는 것엔 대체로 빠른 속도가 따라붙는다. 피아노 속주가 그 예시가 될 것이다. 그중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 그의 연주는 경쾌하다.
스윙감있는 그의 연주를 듣다 보면 마치 스윙시대의 재즈바에 방문한 이의 상기된 얼굴이 머리에 그려진다. 물론 오스카 피터슨이 활동을 시작한 때는 비밥 시대라 불리는 40년대였다. 하지만 음악이란 자리에 앉아 조용히 감상할 수 있고, 일어나 춤을 추며 음 하나하나를 느낄 수도 있는 것처럼 음악을 즐기는 데엔 여러 방법이 있다. 그의 신들린 듯한 속주와 연주를 즐기려면 그저 앉아서 들을 순 없었다. 특히 그의 앨범 중 하나인 The Way I Really Play의 'Alice In Wonderland'는이미 유명한 곡이었음에도 오스카 피터슨은 자신만의 느낌을 살려 홀로 음악을 듣는 날 일으켜 세웠고 손가락을 튕기며 방안을 돌아다니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하여 그의 재즈가 동적인 움직임으로 가득 찬 것만은 아니다.'Corcovado'와 같은 보사노바와, 명곡 중 하나인 'Hymn to Freedom'를 듣는다면차분함과 더불어,오스카 피터슨의 화려함이 피아노를 기술적으로 잘 다뤄서 뿐 아닌 음악에 대한 이해와 뛰어난 음악적 역량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래식이든 재즈든 연주를 잘하는 피아니스트는 많다. 하지만 작곡은 그와는 다른 영역이다. 재즈 피아노에 있어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닌 뮤지션 중 하나라고까지 평가 가능한 오스카 피터슨은 현재에도 연주되는 여러 명곡들을 창조해내기도 했다. 한마디로 작곡, 연주 둘 다 마스터한 인물이다. 거기에다 철저한 연습을 통해 긴 전성기를 유지했고 동시대 뮤지션들에 비해 오랜 활동 기간을 가진다. 이렇듯 타고난 천재성과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태도가 하나 되었을 때 위인은 탄생한다.또 다른 위대한 재즈 피아니스트 듀크 엘링턴은 오스카 피터슨을 두고 '키보드의 마하라자'라 불렀다고 한다. 대왕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마하라자라는 표현은 연주 시 손가락을 한 스무 개로 늘려 건반을 치는 것 같은 오스카 피터슨을 지칭하기에 어울리는 표현이라 생각된다.
나른한 분위기의 음악을 즐기는 나지만 가끔 흥겨운 기분을 느끼고자 할 때 그의 LP를 꺼내 턴테이블에 올리곤 한다. 감성 있는 생활을 즐기고자 모으기 시작한 LP였고 재즈 피아노에 관심이 많은 후배의추천덕에 듣게 된 오스카 피터슨의 재즈는 듣는 이를 활기차게 만들어 준다.
개인 취향은 탈 수 있겠지만 별로라 말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 그의 음악을 들으며 작은 방에 서서 손가락을 튕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