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만송이 Feb 29. 2024

나쁘지 않아

<잘 돼가? 무엇이든 - 이경미 에세이>




우리 모두의 혼잣말.

모두 비슷한 삶의 모습.

무엇이든 잘 돼가??라는 물음에 

나쁘지 않아.라는 답을 할 수 있기를.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이경미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찌질한 본모습을 과감하게 보이기도 하고 자신의 치부를 대수롭지 않게 드러내기도 했다. 가족들의 이야기도 등장하며 우리들과 비슷한 삶의 모습을 글로 표현했다. 예술을 하는 사람답게 우울증을 가지고 있고 감정 기복도 심한 편이지만 자신의 단점을 잘 알기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기도 한 그녀의 삶은 조금 행복해 보였다.


전형적으로 가부장적인 성우 아버지와 평생을 도망 다니며 싸웠고 예쁜 소녀 같은 엄마의 다정한 문자와 자매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피 터지는 싸움까지. 그리고 결혼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지만 무려 13 살의 연하와 결혼까지 한 그녀의 술술 읽히고 피식 웃음도 나고 눈물도 찔끔 났던 파란만장한 인생기였다.



IMF 후 어렵게 졸업한 대학교 그리고 수십 번의 탈락 고배를 마시고 중소기업에 취업을 했지만 여전히 삶은 녹록지 않았다.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고 알 수 없는 사장의 행동에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아 더 나은 삶을 살아야 고 싶었던 그녀는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 


원래 배우가 꿈이었지만 아빠의 반대로 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어쩌다 보니 영화감독이 되었다. 공개하기 창피한 이유로 영화감독이 되었지만 그녀의 입봉 작은 성공이었고 8년의 공백을 깨고 두 번째 작품을 얼마 뒤에 세 번째 작품을 찍었다.


그러면서 있었던 일들을 일기처럼 적어 내려간 글들이 모여 있는 이 책은 오락가락하는 나의 마음을 대변해 주듯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바뀌는 마음을 잘 풀어냈다. 여자라서 그런 건가부터 힘들어 시커멓게 죽어갔던 그때에도 우울증과 불면증에 사는 게 너무 피곤할 때에도 말도 안 되는 억울한 일과 이불킥이 필요한 순간에도 작게 끄적였던 글들이 이렇게 책이 되었다.


꼭 누군가는 적어두었을 것 같은 불만 가득한 글부터 아빠의 가부장적인 모습에 투덜거렸지만 결국 마지막 임종 때 힘겹게 뱉어내신 '괜찮아'라는 말이 마음에 계속 걸려 무엇이든 잘 돼가냐는 물음에 '괜찮아'라는 말을 답으로 새긴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4년마다 한번 온다는 윤일에 읽은 이 책은 불평불만이 잔뜩이었지만 덕분에 나도 같이 구시렁거리고 피식 웃을 수 있는 책이었다. 혼잣말이었지만 솔직했기에 공감이 갔다. 에세이라는 것은 가끔 굉장히 신기할 때가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이지만 어떻게 보면 일기에 가까울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결국 누구나 공감하게 되어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게 글쓰기의 힘이겠지.


실은 조금 힘든 2월이었다. 전형적인 T인 인간이지만 가끔 감정이 철철 넘칠 때가 있다. 견고하게 쌓아둔 둑이 터지듯 감정이 터져 나오면 한참을 들여다봐야 했다. 차곡차곡 쌓은 것이 아니라 마구잡이로 쑤셔 넣어둔 감정이기에 무슨 감정인지 잘게 쪼개야만 알 수 있는 그 정체를 아직도 나는 모르고 있다. 


실은 귀찮기도 했다. 그래서 차곡차곡 다시 접어서 쌓아볼까 생각도 해본다. 그러면 잘 수리된 둑 안에 더 많이 들어가지 않을까..... 버릴 건 좀 버리고. 


그래서 읽은 책이기도 하다. 감당이 안 되는 감정이라면 책이나 영화로 소모하는 방법도 꽤 괜찮기에 책으로 소모하기로 결정했다. 깔끔한 도서기록을 하고 싶었지만 나의 이야기가 자꾸 들어가는 글들 덕에 저만치 던져버렸다. 익명의 공간에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이 '대나무숲'이 되어 감정이 희석이 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윤일이 끝나가고 있다. 그리고 윤일처럼 가끔 다가오는 과잉 감정도 끝이 날 것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희석시킬 테니까.



작가의 이전글 말랑하고 나태한 나의 영혼을 위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