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

살면서 다시 한번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저는 죽기 전, 한 곳에 갈 수 있다면, <루이지애나 근대 미술관>에 다시 가보고 싶어요.

루이지애나 근대 미술관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약 35km 떨어진 프레덴스보르 시에 있습니다.

'루이지애나'라고 했을 때, 미국의 루이지애나와 관련이 있는 건가 생각했지만 상관이 없었습니다.

이 건물의 최초의 소유자였던 알렉산데르 브런의 세 명의 아내 이름 '루이즈'에서 가지고 왔다고 해요.

2015년 여름, 친구와 코펜하겐에서 아침 기차를 탔습니다.

40분 정도 후에  Humlebæk St. 에 도착했어요

12분 정도 주택가를 걸어갑니다. 역에서 미술관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따라갔습니다.

'여기가 미술관이야.'라고 외치는 게 아니라 도착하면, '응? 여기가 미술관이 맞나?' 할 정도로

입구는 평범합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예요.

정문으로 들어가면 초록색 담장잎으로 덮인 주택이 나옵니다. '응? 생각보다 아담한데?'라고 생각했어요.

안으로 들어가 티켓을 구매하고 입장합니다.

최근 아트 컬렉터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디어컬렉터>의 저자인 김지은 님의 설명에 따르면 ,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철저하게  '사우나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해요.

냉온탕을 오가듯 전시를 구성하는 거지요. 뜨거운 감성과 차가운 이성, 오래된 미술과 동시대 미술을 왔다 갔다 하며 볼 수 있습니다. 관객은 지루할 새가 없고, 계속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게 마련입니다.

다소 아담한 입구를 지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따사로운 자연광과 녹색이 병풍처럼 펼쳐진 복도를 지나게 됩니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자코메티 작품을 많이 소장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단순히 조각이 하나하나 잘 보이게 전시하는 게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진 그 광경 자체가 하나의 독창적인 예술 작품을 만듭니다.

눈에 비친 이 아름다운 한순간이 평생 간직하고 싶은 기억으로 남는 거지요.


'一期一会(いちごいちえ) _이치고이치에'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 다도 명인인 센노 리큐가 한 말로, '일생에 한 번뿐인 만남'을 뜻합니다.



작품은 같지만 자연은 매 순간 달라집니다. 즉, 관객이 보는 장면과 느끼는 감정도 모두 다르다는 뜻이지요.

루이지애나 미술관에서는 이렇게 작가의 작품과 예술을 한 순간의 소중한 장면으로 만듭니다.

솔 루잇의 작품이 이렇게 멋진 것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닫힌 공간에서 인공적인 조명을 비춘 그의 작품은 단조롭고 차가워 보였거든요.

거장의 작품은 물론이고, 새로운 작가와 제3세계 작가들의 작품도 풍부합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부러웠던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스튜디오.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에서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 만드는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시간은 얼마나 멋진 추억으로 남을지!

미술관 전시도 멋지지만 바다로 이어지는 푸른 잔디와 산책로는 환상 그 자체였어요.

이제야 왜 사람들이 루이지애나 미술관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했습니다.

여긴 마치 누군가가 정성을 들여 가꾼 개인적인 공간에 초대받은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 오고 싶을 때마다 올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마크 어니스트의 유머러스한 조각 작품들이 모여있는 조각 정원을 지나,

하늘을 향해 솟은 삼나무 숲을 지나,

바다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미술관의 전시실보다 정원이 더 넓지요.  이런 곳은 흔치 않아요.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아요.

정오가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분주하게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날씨마저 완벽한 날.

덴마크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가, '음식'이었어요.

미국 미술관 카페에 가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물론 요즘엔 사정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보통 샌드위치, 샐러드, 햄버거, 피자가 기본입니다. 그런데 여기 음식들 좀 보세요.

신선한 재철재료로 만든 건강식입니다. 색도 얼마나 다양하고 다채로운지. 식욕이 저절로 돋습니다.

샌드위치도 탄수화물 양은 줄이고 연어, 얇은 비프, 야채를 듬뿍 얹은 오픈 샌드위치예요.

저는 잡곡빵에 감자와 토마토를 올린 오픈 샌드위치와 수프를 골랐어요.

야외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은 예술 작품 그 자체예요.

'아이야, 이런 멋진 자연과 예술을 보며 자라는 네가 참 부럽다......!'

저는 웬만하면 같은 장소에 다시 가기보다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특히 여행 중일 때는요.

그러나 천국 같은 이곳을 남편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미국에 돌아가기 바로 전, 9월에 다시 왔습니다.

처음에 왔을 때, <쿠사마 야요이> 전시가 오픈 전이라 못 봐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치고이치에'가 완벽하게 어울리는 순간이지요.

정원에서부터 쿠사마 야요이의 설치와 조각 작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녀의 작품이 더 이상 완벽할 수 없을 만큼의 조화를 이루었어요.

이후에 뉴욕 브롱스 보터니컬 가든에서 하는 쿠사마 야요이의 전시에도 갔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루이지애나 미술관에서 한 쿠사마의 전시가 최고입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상징적인 설치 작품, <무한 거울의 방: Infinity Mirrored Room>

이 방 안에 들어가 있으면, '우주에 떠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영원, 존재, 사랑에 대해 한없이 생각하게 해주는 공간이에요.

여러 도시에서 오픈하는 전시이지만, 대부분 별도 관람료를 받거나, 인원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루이지애나 미술관에서만큼 자유롭게, 온전하게, 충분하게 느낀 적이 없었어요.

나올 때 아쉬워서 자꾸 돌아보게 되었던 루이지애나 뮤지엄. 죽기 전에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은, 천국 같은 미술관입니다.

살면서 이런 멋진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            

Gl Strandvej 13, 3050 Humlebæk, 덴마크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이제 너를 안 보겠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