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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BUMA 요부마 Mar 08. 2024

7살과 마흔 살이 도전하는 방법은 달라야 한다

생기있고 활기차게 사는 법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 같다. 목은 결리고, 등이 쑤신다. 손바닥도 욱신거린다. 무릎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2주 전에 나단이에게 물었다.

"학교 친구들이랑 롤러스케이트 타러 갈래?

"노!"

"그래..."


그래서 안 가려고 했다.

일주일 전에 나단이 친구, 줄리앙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나단이 스케이트 파티 가요? 줄리앙이 친구들 가냐고 물아봐서요.'

'아, 줄리앙 가면 나단이한테 다시 물어볼게요.'


"나단아, 줄리앙이 롤러스케이트 타러 같이 가자는데, 갈래?"

"나는 스케이트 못 타는데? 넘어지면 어떻게 해."

"괜찮아. 엄마가 도와줄게. 엄마 잘 타."

"음... 알겠어... 해보지 뭐."

그날이 왔다.

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차로 25분 거리에 있는 롤러스케이트 장에 도착했다.

미국 와서 처음이다. 아니, 옛날에 고등학생 때 장충 체육관 근처에 있던 스케이트 장에 간 이후로 처음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조명이 번쩍거리고, 비트가 빠른 음악이 흘러나온다.

롤러스케이트를 빌려서, 나단이에게 신기고 끈을 꽉 조였다.

나단이 친구들은 이미 와서 타고 있다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나단!!!! 컴온!!!!"이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아이 손을 잡고 트랙 안으로 들어갔다. 나단이가 넘어지려고 할 때마다 잡아줬다. 반 친구인 라이언이 와서 나단이 남은 손을 잡아주었다.


자꾸 넘어진다. 안 되겠다 싶어서 걸음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끌고 다니는 것처럼 생긴 보조대를 빌려왔다.

나단이는 그걸 열심히 밀고 다녔다.

나는 나단이 뒤에서 쫓아가며,

"허리를 더 굽혀! 다리는 더 구부리고! 발은 더 천천히 넓게 벌려!"

태능 훈련장 코치처럼 지시를 했다.

급기야 아이를 앞지르며,

"자, 엄마처럼 이렇게...."


꽈당!!!!!!!!!!!!!!!!!


순식간에 오른발이 공중으로 뜨며, 엉덩이가 나무 바닥을 내리찍었다. 머리가 띵했다. 뇌가 놀라 충격을 받았나 보다. 눈물이 찔끔했지만, 나단이를 혼자 둘 수 없어서 참고 일어났다.

그때 트랙 밖에서 우리를 보던 줄리앙 엄마,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이렇게 온몸을 불사르는데, 저들을 편하게 보고만 있다니. 배신자들.


나단이는 자신감이 생겼는지, 아니면 친구들이 보조대 없이 타는 걸 보고 승부욕이 생긴 건지. 보조대를 놓고 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후로도 여러 번 넘어졌지만, 아이는 다시 일어났다.

솔직히 10분 정도 타다가 포기할 줄 알았는데, 계속 타겠다고 했다.


나는 또 한 번 앞으로 엎어졌다. 무릎을 바닥에 세게 찧자마자 부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손바닥도 부서지듯 아팠다. 이제 그만 타고 싶다.

그런데 나단이는 멈출 생각이 없다.

결국 나는 트랙 밖으로 나갔다.

"나단아, 너 혼자 탈 수 있어?"

"응!"


마음은 불안했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나단이는 뒤뚱거리며 균형을 잡았다. 몇 번이고 넘어졌다.

어느새 친구, 윌라가 나단이 옆에 나란히 탔다. 윌라는 나단이와 속도를 맞추었다. 나단이가 넘어질 때는 마치 일부러 넘어지듯 함께 넘어졌다.

7시 반. 롤러 스케이트장 조명이 밝아졌다.

음악이 멈추고, 직원들이 "오늘은 끝났습니다."라고 안내 방송을 했다. 그때까지 나단이는 계속 탔다.

나오는 길에 "어땠어?"하고 물었다.

나단이는 "재밌었어. 다음엔 블레이드 타볼래."라고 대답했다.


내가 아이를 과소평가했나 보다. 하다가 금방 포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는 넘어지면 다시 일어났다. 수십 번 넘어지면서도 계속했다. 친구들이 나란히 달리며 도와줬다.

부모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때론 거리를 두고 지켜봐야 할 때가 있다.

그럼 나는 어떨까?

나이가 들면 겁이 많아진다.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마흔 넘은 내가 잘못 넘어지면 뼈가 부러진다. 회복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잘못하면 죽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아버지 지인은 제주도에서 자전거를 처음 탔다가, 언덕 아래로 구르는 바람에 크게 다쳐 세상을 떠났다.

재미를 위해서 도전하기에는, 득 보다 실이 크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현명할까?

몸이 다칠 위험이 적은 일을 골라서, 나에게 맞는 정도로 하면 된다. 순발력과 적응력이 요구되는 활동 대신, 지구력이 중요한 활동을 고른다.

예를 들면, 테니스 대신 피클볼. 달리기 대신 걷기나 등산. 격렬한 근력 운동보다 필라테스.

할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다.

반드시 운동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역사지 순례, 미술관 가기, 한 분야에 대해 공부하기, 새로운 모임에 참여하기 등.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것을 나에게 맞는 정도와 강도로, 꾸준히 하는 거다. 뭘 하든 넘어진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난다. 벽에 부딪치면, 벽을 넘어갈 정도로 계속하는 거다.

'무엇'을 하느냐 보다 '시도'와 '끈기'가 본질이다.

나이 들어서도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탐구하는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지루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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