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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mongTV Mar 01. 2024

4. 몽골 설원에서 개썰매와 트레킹을 즐기다.

몽골 늑대 사냥


4일째,

경이적인 한파에 난방 보일러를 얼마나 강하게 돌렸는지 방은 따뜻 하지만 매우 건조하다. 건조함은 목구멍 깊은 곳까지 이어지고 이에 벌컥벌컥 급하게 생수를 새벽부터 들이켰다. 오늘은 오전에 열트산 트레킹 그리고 오후에 개썰매를 타는 일정이다. 최고로 난이도 높았던 설산 승마는 어제로 끝이 났고 더 이상은 없다. 그래도 아직 남은 마지막 여정으로 난코스의  트레킹과 개썰매가 있다. 기상상태 보아하니 오늘 트레킹 코스는 많이 줄여야 할 듯하다. 몽골은 눈이 내려도 영하 날씨가 지속되기에 녹지 않는다. 밤새 내린 눈으로 분명 어제보다 눈이 더 쌓여 있을 것이다. 무릎까지  푹푹 빠질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등산 코스를 완주할 수는 없다. 일단은 가서 보자. 또한 생각보다 춥게 느껴지는 것이 빙판 길을 질주하는 개 썰매이다. 개썰매를 탈 때에는 온몸을 꽁꽁 감싸고 달려야 한다생각하니 아찔하다! 영하 48도에서 어느 정도 달릴 수 있을까? 생수통 있으면 하늘을 향하여 물 뿌려보고 결빙 상태를  시험해보고 싶을 정도의 강추위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들을 우리는 이곳 몽골에서 즐기고 있다.  조식을 끝내고 대원들에게 설산 트레킹 코스 축소 가능성을 통보하고 여유 있게 천천히 출발을 하였다. 차로 달리는 네네 주변 풍경은 온통 새하얗다. 사람이 죽으면 그림자 없는 안개 자욱한 하얀 세계로 영혼이 들어가는 듯한 장면을 티브이를 통하여 본 적이 있다. 도로 주변이 현재 그러한 상태와 비슷하다. 온통 주변이 백색 천지이다. 마치 영적 세계에 들어온 듯하다.


열트산 초입에 도착하였다. 예상했던 대로 눈이 많이 쌓여있다. 앞에 보이는 저 언덕까지만 올라갔다 오기로 하며 아이젠과 스페치를 착용하였다. 나는 선두에 나서 씩씩하게 나아갔다. 눈 가득 쌓인 설산에 발자국은 내가 최초로 남긴다. 발은 눈 속으로 푹푹 빠지고 오르기가 매우 힘들었다. 첫번째 언덕에 도달하기 직전에 선두를 양보하였다. 잠시 쉬어야 한다. 테를지는 해발 1300미터 고지이다. 하지만 이곳 열트산은 1800미터까지 올라간다. 고지에서 고지로 올라가기에 매우 숨이 차다. 모두들 씩씩하게 잘 올라온다. 앞에 두번째 언덕이 보인다. 나는 더 이상 오르지 않기로 하였다. 일부는 첫번째 언덕에서 휴식 취하고 일부는 저 높은 두번째 언덕까지 올라간다. 높은 곳에서 보는 전망은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멋지다. 중국의 "登鸛雀樓 (덩,관췌로~우) 관작루에 올라"의 시 구절이 생각난다. "欲窮千里目 (위치옹치엔리무)  천리 밖을 보고 싶다면 更上一層樓 (껑~샹이청로~우)  한층 더 높은 누각에 올라라" 그래 넓은 세상을 보려거든 더 높이 올라야 한다. 등산 좋아하는 이들이여 높이 오르시어 실컷 많이 보시라. 하지만 나는 여기까지이다. 헉헉.. 숨이 차다. 눈썰매 가지고 올라온 이들은 열심히 썰매 타기 시도하지만 썰매는 나아가지 않는다. 눈이 너무 많이 쌓인 탓이다. 하지만 전망은 기가 막히다. 각기 확 트인 설경에 감동의 한숨 내뿜는다. 나는 먼저 하산을 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언덕까지 오른 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차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걸어서 식당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이동을 하였다. 큰 형님과 코털이 뒤따라왔다. 그런데 평지를 단지 조금 걸을 뿐인데 볼이 시럽고 따갑다. 눈에서는 눈물이 핑핑 돌고 이내 얼어 버린다. 아,,..기가 막히다.. 이 강추위에 걷기도 힘이 들다. 뒤를 보니 차가 출발하여 이쪽으로 오고 있다. 우리는 기다렸다가 차에 타고 함께 식당으로 향하기로 하였다. 식당은 지척인데..


캠프 식당에 도착하니 테이블에는 밑반찬이 미리 차려져 있다. 이어서 닭볶음탕이 나왔다. 소주 한잔 절로 생각나는 매콤한 닭볶음탕이다. 아직 위험할 수 있는 마지막 개썰매 코스가 남아 있기에 소주는 그저 보는 걸로 만족이다. 참자... 그런데  이 닭볶음탕은 몽골인 주방장이 한 것인데.. 어찌 웬만한 한국인이 한 것보다 더 맛있는 듯하다. 굶주린 탓일까? 좋은 사람과 함께해서 그런가? 악조건에서 생존에 대한 보상인가? 아무튼  진짜로 맛있게 잘 먹었다. 훌륭한 식사에 이어 다음은 이번 투어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개썰매가 기다린다. 이동하자. 닭볶음탕도 먹었으니 개썰매 타고 훨훨 날아보자!.


강을 건너 개썰매를 주관하는 마부집에 도착하였다. 다른 팀이 썰매를 하고 있기에 잠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승마에 미련이 남은 일행들 중 일부는 대기시간에 승마를 한다고 하였다. 나머지 인원은 식당에 가서 대기하기로 하였다. 그냥 기다리기에는 무료하기에 수테차 한잔과 몽골식 튀김을 먹으며 기다렸다. 취기 없는 서먹한 분위기에 큰 형님께 몽골 일반 게르 구경 가자하며 모시고 나와 캠프 내의 숙소 요모조모를 구경시켜 드렸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승마 갔던 팀 무사히 마치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일행들 함께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개썰매가 가능한 강 상류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였다. 톨강은 완벽한 동결 상태였다. 상류에 도달하자 개들 강 위에서 대기하고 있다. 강의 얼음 상태가 좋아 강 위에서 만 달릴 듯하다. 강이 완벽하게 얼지 않을 때는  나무 우거진 숲과 숲사이를 달리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추위로 강이 꽁꽁 얼어 있어 강 위를 달릴 기세다. 차라리 강에서만 달리면 위험할 것이 없다. 오늘은 동화책에서 보아왔던 에스키모인들이 타던 그 개썰매를 타고 눈 덮인 얼음 위를 신나게 달리는 것이다. 썰매를 끄는 개들은 오로지 이 겨울 썰매를 끌기 위하여 일 년을 기다리며 사육하여 왔다. 기다린 시베리안 허스키 견종들에게 신나게 달릴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일행들 각기 텐션은 머리 꼭대기를 치고 있다. 이제 달려보자! 나는 앞에 앉아서 가기로 하고 내 등뒤에는 신태* 아우가 운전키를 잡았다. 가자!! 달려라!! 추추~~ 흠미.. 발이 겁나게 시럽다.. 그토록 방한에 신경을 썼거늘 볼때기 살점도 떨어져 나갈 기세다. 나는 중간에 내려 지프차로 갈아타고 빈썰매는 아우에게 혼자 끌라고 하였다. 한 몸 빠져나가니 개들에게도 한결 가벼울 것이다. 모두들 신나게 달려라!! 강 위를 길게 늘어져 달리는 개썰매 타는 모습들 정말로 장관이다. 지프차의 운전은 또 왜 이리 거칠게 하는지 빙판 위에서 급 브리에크 밝아 360도 회전을 하고 난리 부르스가 아니다. 개썰매를 즐기는 사람도 차를 타는 사람도 각기 내 짖는 함성 소리에 몽골의 겨울 산도 우렁찬 하우링으로 함께한다. 소~ 스펙터클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체험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목표지점이다. 도착한 이들 얼굴 표정 보아하니 모두 상기된 채로 흡족해한다. 이를 보는 나도 흡족하다. 이것으로 겨울 몽골의 극한 체험 코스는 모두 무사히 끝났다. 


이제부터 원주민 게르에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한다. 오늘 저녁 식사는 이 지역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야크고기를 준비하였다. 몽골 지도를 놓고 보자면 척박한 남쪽에서 주로 염소를 많이 키우고 서쪽과 북쪽에서는 추위에 강한 야크가 많이 보인다. 그리고 양들은 남쪽을 제외한 다양한 지역에서 많이 보였던것 같다. 울란바타르는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오늘은 서북쪽에서 많이 보았던 야크 고기를 먹는다. 원주민 게르에 도착하니  준비한 야크가 바로 나왔다. 몽골 특유의 내장 요리 순대와 거대한 갈비뼈에 더덕더덕 붙은 고기가 잘 삶아졌다. 갈비뼈 하나씩 잡고 뜯으면 된다.  맛은 우리의 소고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건강 상으로는 훨씬 좋을 것이다. 자연 방목 야크이기 때문이다.


캠프 귀환길에 소변 마려워 차를 세웠다. 차 정면으로 떨어지는 석양이 황홀하기 그지없다. 모두 다 차에서 내려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몽골의 일출과 석양은 정말로 황홀하다. 여행 막바지에 이곳 테를지에서 훌륭한 광경 볼 수 있어 고마울 뿐이다. 이렇게 업된 기분으로 캠프에 도착하였다. 캠프 직원들 모두 퇴근시키고 캠프 내 가라오케를 점령하였다. 주변에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신나게 고성방가 즐겨보자. 더해지는 한잔 술에 에너지는 넘쳐나고 돌고 도는 건배사에 열창 이어진다. 몽골에서의 마지막 밤은 광란의 음주가무가 함께한다. 마지막이 아쉬운 만큼 우리들의 우정은 더욱 농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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