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도 때론 재밌다
1년 여의 휴학이 끝났다. 당시 나는 서울에서 친구들과 같이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학교로 복학을 해야 해서 2월 말 즈음 짐을 뺐고 인천의 집으로 돌아왔다. 수강신청을 위해 여러 과목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는데, 전공과목들을 우선 속속들이 채우고 교양 과목을 둘러보았다. 전혀 해보지 않은 새로운 분야의 것을 듣고 싶었다. 그렇게 전공 3과목과 교양 4과목을 담았는데, 그중에 하나는 '모두를 위한 물리학'이라는 과목이었다.
물리학? 이름만 들어도 뭔가 어려울 것 같지 않은가. 그렇지만 앞에 붙은 말이 있다. '모두를 위한'. 수학을 계산하고 그런 게 위주가 아닌 그 수식을 이해하는 정도에 그치며 교양으로 읽어보는 물리학 같은 수업인 듯 보였다. 물리학을 넓은 의미에서 이해는 해보고 싶었는데, 언제나 다가가기가 어려운 학문으로 느껴졌다. 그러다, 교양 목적의 수업을 만난 것이다. 알쓸 시리즈에 자주 나오시는 그 김상욱 교수님 수업으로 수강생들 사이에서 평이 괜찮았다.
그렇게 물리학을 제대로 접하게 되었고, 수식이 나온 배경을 알고 그게 활용되는 우주의 모든 영역들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알면 알수록 신기했고 새로웠고 너무 재밌었다. 물리학은 이런 거구나. 강의와 강의 자료 외에도 김상욱 교수님이 출간하신 '떨림과 울림', '김상욱의 양자공부'도 부교재로 활용되었던 것 같다.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그때부터 좋아하게 되었다. 고등학교는 이과였으면서 당시엔 '물리!'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지나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이건 교수님의 수업 덕분이기도 해서 정말 감사드린다. 그것을 시작으로 이전에 봤던 '인터스텔라'를 다시 보거나 다른 SF/물리학 관련한 영화들을 주로 찾아보면서 즐거워했다.
당시 그렇게 수업 자체와 내용에 대해 깊이 알아볼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휴학하기 전 학년인 3학년을 다닐 때는 무척이나 바쁘게 살고 있어서 충분히 수업에 대한 몰입도를 올릴 수 없었다. 밖에 돌아다니며 대외활동을 하거나 일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밤을 새워서 시험공부를 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학교 공부 자체에 쓰는 에너지가 덜 했다.
그런데, 휴학 이후는 코로나가 시작된 초기로 학교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고 시험 보는 것만큼은 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어디를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일도 프리랜서라 자유로웠다. 성적을 만회하려는 나의 의지와 당시의 생활환경이 딱 맞아떨어졌다. 전공뿐 아니라 교양 과목도 하나하나 수업과 과제 제출 모두에 집중하며 보낼 수 있었다. 학교가 집에서 편도로 2시간 거리였기에 시험 기간에는 에어비앤비로 학교 근처에 숙소를 잡아두고 24시 스카를 끊었던 기억도 있다. 물론 코로나라서 나 역시 고통스러웠다. 매번 마스크를 챙겨야 하는 수고로움과 조심해야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3년의 코로나 시기를 다들 나름대로 버텼을 거라 생각된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물리학을 잘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교양 과목이었기에 대학교 성적은 A-로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수능에서 다루는 물리학을 집어 들고 기초 공부를 시작했을 땐, 이게 뭐지 싶어 수백 번 돌려봤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기초를 겨우 떼고 개념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더했다. 게다가, 물리학은 첫 단원이 굉장히 진입 장벽이 높다. 역학에 대해 배우기 때문이다.
모든 물체의 움직임을 수식으로 기술하는 학문
개념이 이해가 되더라도 문제 풀이에서 막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인강 선생님의 기가 막힌 풀이를 이해하고서 혼자 풀려니 또 안되고. 다시 보고 또 보고 해서 어느 정도 맞출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다음 단원에서 또 고비가 있고. 그런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끝까지 모든 개념을 듣고 문제도 풀어보고, 모의고사도 보았지만 수능까지는 들고 가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탐으로 바꿨던 것.
수능 물리학 이후에는 대학교의 일반물리학이 있다. 고등과정의 반복이지만, 대학교의 이해의 영역과 실험이 있는 수업. 올해 1학기에는 일반과학 수업이 없었으나, 2학기에는 일반물리학 및 실험 과목을 듣게 된다. 해외를 고려하는 입장에서 안 할 수 없는 과목이라 듣긴 하는데 괜스레 걱정도 되고 마냥 재밌을 것도 같고. 그래서 미리 김상욱 교수님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열심히 해보는 거다.
이 매거진을 통해 물리학에 대해 내가 얻게 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다른 과학 과목과도 연결 지어 보려고 한다. 또한, 자세와 움직임을 배우는 학문인 물리치료학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