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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화백 May 03. 2023

그들이 사는 세상

나의 햄토리

  최근 새롭게 발을 들인 세상이 있다. 바로 햄스터를 반려동물로 선택한 소동물 반려인들의 세상인데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나에게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일단 우리 집 거실중앙에 보금자리를 잡은 그녀를 소개하자면, 아주 작고 앙증맞은 사이즈에 보슬보슬한 베이지색 털을 가지고 있고 까만 곰돌이 인형눈과 말랑한 핑크색 코, 그리고 시옷자 입을 장착하고 있다. 그녀는 야행성이라 보통 어린이들과 함께 일찍 잠들어 버리는 일상을 사는 감성노인은 그 모습을 쉽게 볼 수 없는데 그 점이 나를 매우 안타깝게 한다. 대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나는 그녀가 집 밖에 나와있는지부터 확인하고 그녀의 마을을 스윽 살핀다. 보통 열에 일곱 번은 볼 수 없고 세 번 정도는 나와 눈이 마주친다.


안녕  oㅅo


햄스터는 중학교 즈음에도 키워본 적이 있었다. 어디서 데려온 건지도 기억이 잘 나질 않는데 아마도 친구집에서 새끼를 많이 낳아 데려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는 햄스터에 대한 기본상식도 전혀 없었고 그저 작은 생명체라 방 안에서 작은 케이지에 두 마리를 함께 키우다 결국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를 죽여버렸다.

정확히는 죽은 햄스터의 뱃속이 뚫려있었는데 당시 너무 충격적이어서 남은 한 마리에게서 정이 뚝 떨어졌던 것 같다. 이후 남은 한 마리도 곧 무지개다리를 건너버렸다.(그들 세계에선 햄찌가 해씨별로 떠났다고 표현했다.) 

어렸을 땐 내내 개를 키웠었기 때문에 그렇게 소통이 안 되는 작은 소동물은 역시 키우지 말아야지 결심했다.


아주미가 되어 새롭게 접한 햄스터의 세계는 너무나 신선했다. 일단 햄스터의 외모가 달랐다. 예전 학창 시절에 키웠던 아이는 드워프종으로 지금도 물론 많이들 키우지만 이번에 우리의 가족이 된 이 아이는 골든햄스터로 그 크기가 더 크고 그중에서도 털이 긴 장모종이다. 알고 보니 햄스터가 생각보다 털색과 그 길이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르고 얼굴 생김새도 조금씩 달라 결코 그저 다 같은 쥐가 아니었다.


일단 시작은 햄스터에 대한 정보수집부터 이루어졌다. 그들의 세상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고 가정분양을 받을지 샵을 이용할지 알아본 후 일단 집을 먼저 마련하기로 했다.


반려햄스터 세상에 발을 들이니 개미지옥이 따로 없었다.

일단 2023년의 햄스터 케이지는 2000년도 y2k시대의 케이지와는 너무나 달랐다. 요즘 골든햄스터를 위한 케이지의 권장 크기 공간은 120*60*60cm 아크릴케이지에 지름 30cm 이상의 휠(쳇바퀴)과 햄스터가 마음껏 디깅 할 수 있는 디깅룸, 안락한 휴식공간을 만들어줄 미로룸, 화장실과 목욕을 할 수 있는 모래룸, 언제나 새로운 흥미를 유발시켜줄 노즈워크존, 모래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흙으로 만든 코코피트존 등이 갖추어져 있어야 했다.  


라떼에 보편화되어있던 소동물 철장 케이지를 지금 썼다간 그들의 세상에서 엄청난 질타를 받게되고 케이지 크기가 작으면 햄스터님의 정형행동을 야기시킬수 있다며 지적을 당하게 된다. 그들은 행여나 휠이 작으면 햄스터님의 척추가 휠수있음을 경고했고 구슬달린 물병은 햄스터님의 혀끼임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경고했다. 어찌나 새로운 세상인지!


케이지안을 채울 베딩은 최고 10~15cm 깊이로 깔아줘야 해서 적어도 종류를 달리하여 세 포대 이상 준비했다. 이후 카페에서 생후 30일 된 그녀를 가정분양받을 수 있게 되어 남편과 함께 주말 퇴근 후 달려갔다. 그녀의 부모님은 무려 골든햄스터 중에서도 햄스터코리아에서 정식 발급된 혈통서를 가진 페디그리 햄스터로 그녀 역시 피둥피둥 뚠뚠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였다.


페디그리?햄스터코리아? 라떼 감성노인은 모든 것이 생소하다.

그녀가 처음 우리 집에 온 날. 인형이 움직이고 있었다. (생후 30일 차)


뭐 어찌됬건, 매일 택배로 햄스터 용품이 배달되어 다. 새로운 간식도 먹여보고 싶고 새로운 장난감도 주고 싶고 손톱이 너무 자라는 것 같아 손톱정리용 돌멩이와 앞니의 무한 성장 방지를 위한 이갈이용 간식들도 계속 추가되었다. 영양제도 갖가지 면역력을 높여주는 영양제와 털의 윤기를 더해주는 영양제, 그리고 이유식제품들까지

이런저런 것들을 하나하나 갖추고 그 안에서 놀고 있는 인형 같은 아이를 보고 있자니 미소가 번지지 아니할 수 없었다.  

퇴근 후 아이들이 잠든 시간 햄스터 집 앞에 멍 때리고 앉아 지켜보고 있노라면 사브작사브작 세수하는 햄토리, 간식 먹는 햄토리, 물 마시는 햄토리, 굴 파는 햄토리, 도시락 싸는 햄토리, 사다리 타는 햄토리, 코자는 햄토리 등등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햄생 6개월 차에 접어들어 이제 으른햄이 되었우리 집에 처음 온날 90g 정도였는데 이제는 210g이 넘어가는 뚠뚠이가 완성되었다. 햄스터의 수명은 고작 2년 정도로 놀라우리만큼 짧다. 짧은 여생 우리 집에서 편안히 잘 즐기길 바란다.


이젠 어엿한 뚠뚠햄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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