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화백 Sep 15. 2023

10세의 MBTI

너 T야?


MBTI 나 혈액형 성격풀이 등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비록 이제 늙어서 이것저것 외우기도 찾아보기도 귀찮은지라 MBTI 전문가가 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내 MBTI와 각각이 어떤 걸 뜻하는지 정도는 간신히 기억해 낼 수 있다. 


여기서 검색을 통해 간단하게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러하다. (사실 나도 정확히 기억하질 못해서 이 글을 쓰며 한번 찾아보았다.)


I (Introversion) : 내향형 - 일을 실행하기 전 충분한 생각을 하는 유형이고 한 가지 분야에 깊은 관심을 두고, 혼자 있는 것을 통해 에너지를 보충한다.


E (Extraversion) : 외향형 - 생각 이전에 행동부터 하는 유형이며 활동적인 것을 선호하며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 흥미와 관심을 느낀다.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 있으며 에너지를 보충한다.


N (iNtuition) : 직관형 - 목표를 종합적으로 구성하고 상상을 하여, 미래에 대한 계획과 예측한다. 새로운 일을 배울 때 이론적인 지식부터 확고히 파악한 후 개념으로 넘어간다.


S (Sensing) : 감각형 - 어떤 정보를 들었을 때 구체적인 내용에 흥미를 느끼며, 현실적인지에 대해 파악한 후 연습하는 유형이다. 일을 배울 때 경험부터 한 뒤 단계별 지침에 따라 일을 수행한다.


T (Thinking) : 생각형 - 논리적인 근거와 이유에 따라 행동하는 유형이며, 결과부터 생각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목표 지향적 성향이 강한 성격이다.


F (Feeling) : 감정형 -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형이며, 객관적인 것보다 개인적인 상황과 가치관이 고려되며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이다.


P (Perceiving) : 인식형 - 계획을 유연하게 바꾸는 것을 선호하는 유형이며 자율적인 행동과 환경을 더 좋아하고 자유도 높은 곳에서 비교적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J (Judging) : 판단형 - 일에 앞서 구체적인 목표 계획을 먼저 세우는 유형이고, 정해진 일에 맞춰 행동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


F와 T

나와 딸.


10세인 나의 딸은 사실 MBTI 문항 하나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는지도 의문인 나이이다. 실제로 질문을 보며 여러 번 "엄마 이게 무슨 뜻이야?" 물어가며 진행한다. 그래도 요상하게 매번 결과가 같고 읽어보면 신기하게 맞는 듯싶다. 


나는 ESFJ. 딸은 ESTP이다. 


얼마 전 T딸에 대한 자기소개서 비슷한 걸 쓸 일이 있어서 딸에게 물었다. 

"딸아. 만약에 너랑 제일 친한 친구 두 명이 네 앞에서 서로 막 싸워서 울고 있어. 그러면 너는 어떻게 해?"

T딸은 생각할 거리도 못된다는 듯 즉답했다.

"어. 선생님께 일러야지."

 

F엄마는 조금 당황했다. 

"응? 너랑 많이 친한 친구들이라니까?"

"어. 어쨌든 선생님한테 말해야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누가 잘못한 건지 이런 건 안 궁금해?"

"어. 그런 건 선생님이 하는 거지. 내가 할 일이 아니잖아."


오마이갓. 


F엄마의 학창 시절엔 그런 상황에서 그 둘 사이의 일에 기필코. 반드시 개입이 되며 어쭙잖게 중재하다 잘되면 마무리는 훈훈한 눈물바다로 끝나거나 안되면 절교에 이르거나 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 둘 간의 절교에 필연적으로 나 역시 둘 중 한 명과 어색한 사이가 되어있을 것에 틀림없다.

F엄마는 강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친구가 힘든 상황을 털어놓을 때면 꼭 함께 울게 되고 주변인들이 나에게 일상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함께 공유해 주길 기다린다. 


이제는 노인이 되어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버거운지라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어졌지만 혈기왕성한 어린 시절에는 친구 일상의 변화, 예를 들면 남자친구가 생겼다거나 여행을 다녀왔다거나 취업을 했다거나 등등 신변의 대소사들을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내가 알게 되면 적잖이 서운해했던 것 같다.

'어떻게 그걸 이제야 나에게 알려줄 수가 있어??' 라며 마음의 소리를 외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겉으로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아서 그 서운함은 철저히 나만의 것으로 간직하곤 했다. 


T딸은 더 아가 시절에도 유독 아이가 개인적 성향이라는 느낌을 받고는 했다.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또래에 의지하기보다는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고 다른 친구들은 함께 모여서 춤추고 노래하는 시간에도 아이는 본인이 하던 놀이를 다 마치고야 무리에 합류한다 했다. 그 점을 상당히 걱정한 F엄마는 어린이집 상담시간마다 선생님께 아이의 교우관계에 대해 물었고 선생님께서는 딸이 종종 혼자 노는 걸 좋아하지만 아직 아이가 어리고 또 혼자의 시간을 스스로 너무 즐기고 있어서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하셨다. 


F엄마의 시선에서 T딸은 세상 쿨내 풀풀 나는 딸이다. 물론 그녀의 개인주의적 성향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사회화되어가는 중이다. 과한 쿨함은 외부적인 교육과 환경으로 인해 순화되고 있고 마치 아기가 생후 2-3개월에 소셜 스마일 능력을 획득하는 것처럼 이제는 소셜 공감멘트날림 능력 또한 획득하여 잘 써먹고 있는 듯하다. 


딸은 그 외에도 나와 닮은듯하지만 또 많이 반대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너무 달라서 그녀가 매력적이지만 또 이해할 수 없어 힘들 때도 있다. 사람이 살면서 어릴 때 성격을 똑같이 그대로 가져가지만은 않기에 또 아이가 자라며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 예상하지만 10살의 이 모습도 훗날의 모습도 모두 간직하고 기억해야지 하며 끄적여 본다. 


F엄마와 T딸


매거진의 이전글 애미는 세상에 굴복할 수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