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내 안의 작은 아이를 떠올린다. 마음 가장 깊은 곳,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어두운 방에서 홀로 웅크리고 있는 그 아이. 그곳에서 그는 한없이 조용히 울고 있거나, 때로는 나를 향해 슬픈 눈빛을 던지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천천히 아이에게 다가가 속삭인다. “괜찮아, 이제 내가 있잖아.” 그러나 그 아이는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다. "왜 이제야 왔어? 그동안 나를 왜 내버려뒀어?"라는 듯, 삐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릴 뿐이다.
그 아이를 마주한 첫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너무나 오랫동안 내가 외면해왔던 존재, 가장 소중하면서도 가장 약한 나 자신. 아이를 보고도 나는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미안하다고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떨려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나를 모른 척했는지, 얼마나 아이가 외롭게 버텨왔는지를 깨닫는 순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서서 울기만 하다, 드디어 아이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네가 얼마나 아팠는지 이제야 알겠어.”
처음엔 그 아이도 나를 믿지 못했다. 내가 내민 손을 슬쩍 바라보며 주저하더니, 이내 한 발짝 다가와 손끝을 살짝 잡았다. 그 순간, 마치 오래 닫혀 있던 문이 서서히 열리는 것 같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마음을 스치며 흘러들어왔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나의 한 부분이 마침내 다시 연결된 듯했다. 내가 아이를 안았던 그 순간, 나 자신도 함께 안아주고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아이에게 더 자주 말을 걸기 시작했다. “오늘은 기분이 어때? 어제는 조금 덜 아팠니?” 어떤 날은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대답하지만, 또 어떤 날은 여전히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아직 조금 아파. 완전히 낫지는 않았어.” 그럴 때면 나는 아이를 다독이며 말한다. “괜찮아. 천천히 나아가도 돼. 네가 그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용감한 거야.”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스스로에게도 같은 말을 건넨다. 나 역시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어른일 뿐이니까.
상처를 마주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프고 불편한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는 건 고통스럽다. 하지만 상처를 회피할수록, 그 상처는 더욱 깊게 파고든다. 나는 이제 안다. 그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발견할 때 비로소 나 자신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내면의 아이가 나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귀 기울이는 시간은, 결국 나 자신과 더 깊이 연결되는 시간이다.
어느 날, 내면의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나, 이제 조금 괜찮아졌어. 혼자 있어도 덜 무섭고, 덜 외로워.” 그 말이 내 가슴에 울림처럼 퍼져나갔다. 아이가 조금씩 괜찮아질수록, 나도 조금씩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더라도, 더 이상 나를 짓누르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점점 더 자유로워진다.
이 여정은 결코 곧고 평탄하지 않다. 때로는 길이 험하고, 때로는 어둡고, 때로는 고요하지만, 나는 그 길을 사랑한다. 그 길 끝에는 언젠가 나 자신과 완전히 화해하는 순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 내면아이와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갈 그 날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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