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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도도
Aug 22. 2024
엄마와 지내는 마지막방학
오늘이 짧은 여름 방학이 끝나는 마지막날이구나. 둘째와 지내는 방학의 마지막날이라 생각하니 뭔가 모를 서운함에 마음 한구석이 찡해지기 시작했다. 피어나는 감정을 누르고 세탁물이 담긴 빨래통을 들고 세탁기로 돌진해 옷가지를 넣고 있었다.
바로 그때 둘째가 잠에서 깨어 부스스 눈을 뜨더니 아쉬움과 그리움 그 어디 중간쯤의 감성
가득 담긴 목소리로 "
오늘이 엄마와 지내는 마지막방학날이네"라고
한다.
등뒤로 들려오는 그 말에 눈물이 빙그레 고였다. 여전히 손은 부지런히 빨래통과 세탁기를 오가고 있
다. 추스러지지 않는 나의 감정과 둘째의 마음을 어떻게 잘 쓰다듬어줄까 고민되었다.
이내 둘째에게 다가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엄마도 아침에 일어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우리 oo이가 그렇게 말하니까 마음이 찡하네. 눈물이 나더라고"
그냥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그것이 나를 그리고 너를 위로해 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엄마랑 보낸 지난 방학들이 너무 즐거웠어요"
라며 웃어 보인다.
"
맞아, 우리 방학 정말 즐겁게 보냈어. oo 이와 보낸 시간은 언제나 행복해"
매년 해마다 찾아오는 1년에 두 번이나 있는 길고 긴 그런
방학이
뭐가 그리 애틋할까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방학마다 함께하지 못했던 엄마에게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 함께 맞는 방학은 정말
설레였
었다.
출근길 방학시즌이 되면 캐리어를 끌고 기차를 타러 가는 엄마와 아이들 모습 그리고 광화문 그 어디쯤 내려 열심히 박물관으로 가는 출구를 찾는 엄마와 아이들의 모습에 괜한 죄책감과 부러움에 마음이 한껏 무거워졌었다.
일을
그만두고
4년 가까운 그 시간들 동안 7번의 방학이 찾아왔
다. 항상 방학이 끝나갈 때쯤이면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물론 가끔은 지쳐 방학이 왜 이렇게 길어
.
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
방학 때 뭐가 가장 즐거웠냐고 물으면 항상 답이 같았다.
엄마랑
집에서 영화 본
것
그리고
같이 운동한 것 이 2가지였다.
직장맘일 때 그렇게나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여행이나 어떤 체험을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함께
집중하는
시간이 아이에게는 최고
인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생각들을 했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결정을 했을까. 이 결정으로 후회하지 않을까. 수없이 질문을 했어도 같은 결론이었다.
그만두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는데 그래도 괜찮은지 스스로에게 참 많이도 물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 는 결론에 도달했다.
누군가는 말한다. 절대 그만두지 마라고 반드시 후회한다고. 하지만
이런 말들이 누구에게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누구든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하면 그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보석 같은 시간들을 얻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의젓하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다시
시작해 보자 마음먹었다.
그
리고 둘째에게 물었다.
"엄마가 다시 일을 하면 어떨 것 같아"
금세 시무룩한 얼굴이다. 내심 이 정도 컸으면 그래도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어두워진 아이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복잡해진다.
"
몸도 약하고 허리도 아픈데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리고 엄마랑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싫어. 아침에 나 학교 가는 것도 못 보고 맨날 먼저 나갈 것 아냐"
이 세상에서
몸 약하다고 걱정해 준 남자는 우리 둘째가 유일하다.
"엄마랑 같이 있는 시간 생각하는 사람이 학원 끝나고 그렇게 신나게 놀다 오냐~ 그리고 집이랑 가까울 거라 oo이가 학교 가는 거 보고 갈 수 있어"
"그래~?"
금방 화색이 돈다.
"알았어. 응원할게"
어느새 응원한다는 말도 할 줄 알다니 쏘쿨이다.
이제 조만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집이랑 가까워서다.
그리고 응원한다는 말을 해줄 정도로 커준 아이 덕분이다.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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