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었다.
이 세상은 잘나고 뛰어난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다양한 재능과 행운을 한 번에 거머쥔 사람치고 겸손하기 까지는 어려운 일일것같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의 능력과 노력으로 모든 게 이뤄진 거라 생각하며 교만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편견 또한 갖고 있었다.
첫째 딸(사랑이)의 눈매는 참으로 동양적이었다.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쌍수를 해달라 난동을 부렸고
옆으로 긴 눈매라 쌍수를 하면 어쩌면 성공적이겠다는 계산을 하며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어느 정도 확신이 선다음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성형외과가 즐비한 강남 바닥을 누비며 상담에 상담을 거듭해 나갔다. 사랑이는 시원하게 뚫린 예쁜 눈매를 갖고 있는 모델 사진들을 내밀며 이런 스타일로 하고 싶다고 했다.
내 얼굴에 맞게 하는 것이 가장 예쁘다는 걸 아직 잘 모르는 10대 소녀는 아주 무모한 이미지들을 계속해서 들이밀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예쁘게 해 드리겠다는 말로 어린 소녀의 강렬한 마음에 기름을 붓고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가능할지 몰라도 네 얼굴에는 이런 눈매가 안 어울릴 수 있으며 이건 화장을 한 상태의 이미지 사진이기에 실제로 이렇게 시술할 경우 화장을 지운 맨얼굴을 보면 다소 부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다는 솔직한 말을 해주는 곳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병원투어로 지쳐갈 때쯤 또 어느 병원에 들어섰다.
사랑이: "저는 화려한 눈매가 좋아요. 그리고 절개로 해주세요."
의사 선생님: "자 보자, 갖고 온 모델 사진과 네 얼굴이 다르지?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나오기가 힘들어. 네 눈매로 봤을 때 이런 쌍꺼풀 크기가 나올 수가 없어. 학생에게 어울리게 해 줄 수는 있는데 사진처럼은 못해줘. 그리고 미성년자는 절개를 안 해주고 있어."
사랑이: "다른 데는 다 해준다고 했는데요."
의사 선생님: "선생님 눈을 봐봐. 어때?
(그분의 눈매는 작은 꼬막을 엎어놓은 듯했다. ^^;; )
내가 딸이 2명 있어. 근데 나를 닮았어. 미안할까 안 할까? 내 딸들도 아직 미성년자라 미안한 마음에 쌍수를 해주긴 했지만 절개는 안 해줬어. 그건 다 커서 다시 해야 될 때 해도 돼."
짧지만 강력한 스토리텔링에 사랑이와 나는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스타일을 계속 고집해서 설득하는데 시간이 꾀 걸렸다. 의사 선생님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이 고집불통 소녀를 설득했고 결정의 한마디를 했다.
의사 선생님: "선생님은 말이야 전국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어. 남 들다 안 자고 공부할 때 나는 잘 거 다 자고 시험 봐도 게네들보다 늘 시험을 잘 봤어. 그리고 의대를 가서 아버님 친구분 병원에서 편하게 인턴으로 근무했고 지금은 병원을 개업해서 광고 없이도 손님들이 오고 있어.
근데 이건 내가 잘나서 그런 게 아니야. 단지 다른 사람보다 억수로 운이 좋은 사람일 뿐이야. 선생님이 나름 공부를 많이 한 의사지만 이 세상의 1%로도 다 알지 못하고 죽어. 네가 알고 있는 게 전부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 생각과 상황이 바뀌고 지금 고집하는 게 정답이 아닐 수 있어."
진심이 통해서였을까 그제 서야 받아들이기로 했다.
보통은 커다란 좌절을 맛본 뒤에야.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알기 시작하고 겸손이라는 친구가 찾아오는데 이분은 어떤 해안을 가졌길래. 겸손이라는 걸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됐을까 존경스럽고 궁금했다.
참 멋진 의사 선생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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