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학기제가 누구에게 득인지 모르겠다.
중 1, 2학년 아이들이 시험 안 본다고 진로 탐구를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스무 살, 서른 살이 넘어 서도 아직 여전히 스스로를 알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걸까.
자유 학기제 말이 나오면서부터 현실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단지 1년 치 시험을 몰아서 봐야 하는 부담만 안겨줬다.
학생, 선생님 모두에게 말이다. 아이 둘 다 중1을 지나면서 똑같은 말을 했다. "아니 왜 지금까지 가만있다가 이제야 시험을 한 번에 보는 거예요? 이게 더 힘들어요."
둘째는 중1이 되고부터 미친 듯이 놀기 시작했다. 워낙 활동적인 기질을 갖고 있어 학원에 2시간 앉아 있으면 2시간은 놀아야 스트레스 관리가 되는 아이다. 노는 것도 지겨워지면 잦아들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통금시간만 지키면 야단을 치진 않았다.
그렇게 천방지축 1년 가까이 보내고 시험을 봐야 했다.
총 4과목 중에 1과목만 공부를 했다. 깔끔하게 3과목은 포기하고 1과목만 하겠다고 했다.
시험전날 아이는 말했다.
"엄마 저 시험 잘 보게 기도 좀 해주세요. 다른 건 공부 안 했으니 말 안 할게요. 공부한 과목은 잘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해 주세요" 지극히 양심적인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공부한 과목은 점수가 제발 나오기를 바랐다. 공부한 과목이나 그렇지 않은 과목이나 비슷하면 시험 끝나고 아이가 배울 게 없을까 봐 두려웠다.
시험 끝나고 집안에 들어서는 엄마를 보자 시험지 2장을 손에 들고 신나서 뛰어다닌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점수라고 했다. 비록 딱 한 과목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공부를 안 한 과목의 처참한 상황도 상세히 말해주었다.
다행스러운 건 노력을 기울인 것과 그러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가 아주 정직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좀 더 노력해 보겠다는 보너스 멘트까지 날려주었다. 노력한 것과 노력하지 않은 것은 분명 차이가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기를 바랐다.
주말에 아이가 좋아하는 고깃집에서 식사를 하고 근처 카페에 갔다. 엄마로서 할 이야기가 있어서였다.
"엄마가 아직 다 살아본건 아닌데 지금까지 살아보니,,"로 시작해서 아이에게는 그저 깨알 같은 잔소리로 들렸을지 모를 엄마의 진심을 전했다. 그리고 아이는 말했다.
" 저 이제 겨우 중학생이에요.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돼요?" 그리곤 이내 머리를 감싸 쥐며 "아, 나는 뭘 하고 살아야 하지"라며 고뇌스런 모습을 보였다. 괜스레 앞서가는 말들로 아이 마음만 복잡하게 했나 싶었다.
아이들은 누구보다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성장해 나간다.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대견스럽기도 하다.
앞서가는 부모 말고 옆에서 응원해 주는 부모가 되자고 다시 한번 다짐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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