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직장생활을 하다 코로나가 찾아왔다.
1년이면 끝나겠지 했던 코로나는 예상을 빗나갔고 복잡다단한 다른 이유들도 많았지만 거기에 어린아이들을 둔 엄마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더 복잡해졌다.
업무 특성상 재택을 온전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회사는 누구 한 명 재택이라는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였다.
아이들만 오롯이 집에서 줌으로 수업을 받아야 했다. 하루에도 몇 번 아이가 줌으로 아직 안 들어왔다거나 얼굴이 보여야 하는데 이마만 보이고 있다. 등의 전화를 받기 일쑤였다.
그 당시 대표는 힘들면 애들을 회사로 데려오라고 했다. 그게 더 힘든 일인지 남자인 대표는 물론 알지 못했다.
이 단계만 넘으면 되는데 8할은 왔는데. 여기서 멈춰야 하나 코로나가 오기 몇 해 전부터 했던 고민들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온전히 나를 위해 40이 훨씬 넘은 나이에 그만뒀다. 나를 위한 것이 곧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날 밤 결혼 후 처음으로 내 척추가 하나부터 열까지 침대 위에 편안하게 뉘어졌다. 그 순간 '잘했다.'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아이와 신나게 농구, 축구 같은 놀이들을 많이 했다. 아이가 고대했던 마중도 매일 나갔다. 아이는 "엄마 그만두길 참 잘했어요."라고 말해줬다.
***직장인 전업주부 그리고 현 자영업자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제부터 대한민국에서 아줌마로 여자로 그리고 엄마로 살면서 느꼈던 사회적 시선들과 수많은 감정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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