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
고교야구 투수 최대어 마산용마고 장현석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고 LA다저스에 입단했다. 155km가 넘는 빠른 공에 190cm / 90kg의 좋은 체격조건과 더불어 경기를 주름잡는 운영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 2~3년 간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후 빅리그에 데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한 곳에 쏠려 있다. 바로 장현석이 아시안게임에 아마추어 쿼터로 발탁되었다는 것이다.
장현석의 미국 진출을 비판하는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미국에 진출하지 않고 한국에 남겠다는 뉘앙스를 풍겼기에 엔트리에 발탁된 것이지만, 뒤늦게 미국 진출 의사를 밝히고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후 병역혜택을 받아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려는 뜻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모두가 입장이 갈린다. 장현석은 기사 인터뷰에서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몰랐다는 뜻으로 보이기도 한다.
입장이 갈리는 만큼 내가 섣불리 주장할 수는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를 비판하는 여론이 장현석을 대하는 태도다. 장현석은 아직 학생이다. 다시 말해 아직 세상에 나가지 않은 청년이다. 그런 그의 선택을 응원해 달라고는 하지 않겠으나 미국에 가서 부상을 당해 돌아오라는 둥, 아마추어의 실패 사례를 보여주라는 둥, 심하게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문제 삼는 사람도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세상에 발을 내딛지도 않은 청년에게 다 큰 어른들이 냅다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 팬층의 수준이 굉장히 낮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항상 말하지만, 비판은 할 수 있다.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순 없으니까. 그러나 비판이 도를 넘으면 비난이 된다. 장현석이라는 20살이 채 안 된 청년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 자신의 꿈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리고 팬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누가 한국에 남고 싶어할까. 한국 팬층의 저급한 문화를 보려고 야구라는 선택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프로선수의 본분은 팬들을 존중하는 것이지만, 팬들 역시도 선수를 존중해야 한다. 왕과 신하 같은 관계가 아닌 개미와 진딧물처럼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장현석이 메이저리그에 자리 잡아 후배들에게 메이저리그 진출의 길을 열어주어 국가대표로도 멋진 활약을 보여주길 바란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부상을 이겨내고 복귀전을 치른 지 2주 정도 지났다. 수술을 이겨내고 돌아온 그의 인간 승리와, 36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는 모습이 왜 '코리안 몬스터'인지 모여주는 듯했다. 상대는 아메리칸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볼티모어였고 어려운 복귀전이 될 것으로 보였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은 5이닝 4실점 패전투수가 됐지만, 그의 커맨드와 경기운영이 돌아온 것이 고무적이었다.
복귀전이 시작되기 전 네이버 이슈톡이라는, 왜 만든 건지 모르는 네이버의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글을 스포츠토토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스포츠를 그저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이들을 지켜보기 껄끄러웠다. 여기에다 인신공격과 같은 악플을 보고 있자니 야구를 야구 자체로 즐길 수는 없는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예전처럼 선수들의 투혼에 환호하고, 찬스에서 물러날 때 화내거나 아쉬워하는 문화가 사라졌다. 이제는 스포츠를 돈과 명예로만 바라본다. 류현진의 경기를 스포츠토토로 보거나 류현진이 FA로 '먹튀'를 해 미국에서 용양을 했다거나 등등 사람들은 돈으로만 경기를 본다. 스포츠의 함성과 즐거움은 사라졌다.
모두가 그러는 건 아니지만, 스포츠의 물을 흐리는 사람들이 보다 성숙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스포츠의 서사, 감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어려울까? 비난을 하면 뭐가 그리 좋길래 비판하고 헐뜯을까. 이러한 사람들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 내가 앞서 언급한 네이버 이슈톡이라는 기능이 과연 제 구실을 하고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예시로 들고온 장현석, 류현진에 관한 비난 대부분이 네이버 이슈톡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대중화된 사이트인 네이버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공간인 만큼 여러 생각이 나올 수도 있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들어오기에도 쉽다. 게다가 오픈톡이라는 공간이 상단에 노출되어 있으면 더더욱. 어느 특정 대상을 헐뜯고 비난하는 글이 대부분인 공간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진다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좋지 않은 문화에 스며들 수밖에 없다.
당장 네이버 이슈톡을 폐지하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이슈톡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해왔던 것들을 하면서 안 해왔던 것들을 해야 한다. 스포츠에 관한 생각을 나누는 대중화된 자리는 온라인 상에서 필요하다. 서로 정보를 나누고 의견을 나누며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러나 그것을 악용하고 인신공격과 비난으로만 사용하는 이들이 문화를 지배해 버린다면,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순기능은 의미가 없어진다. 중요한 건 어떤 의미로 만들었는지가 아닌 어떻게 사용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