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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eo Dec 20. 2022

[인텔 VS AMD 04]
제국의 역습

윈도우 OS가 대중화되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인텔은 영원히 컴퓨터 CPU 시장의 1인자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들어 빈틈을 보인 사이 AMD가 가성비를 앞세우며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혀나갔다. 그 결과 한때는 데스크톱 CPU 시장에서 AMD가 인텔을 조금이나마 제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정도면 AMD에서도 내부적으로 ‘해치웠나?’를 외칠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텔은 해답이 있었다. 단순히 싱글 코어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서 벗어나 코어의 수를 강조한 프로세서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인텔에는 동남풍이 불기 시작했다.


최초의 듀얼 코어 프로세서 등장

펜티엄 D가 등장할 때만 해도 인텔이 기술적으로 헤매는 시가는 계속될 것 같았다.

AMD에 ‘최초의 x86 기반 1GHz 프로세서’라는 타이틀을 뺏긴 인텔은 한 동안 유저들 사이에서 기술력으로 좋은 이미지를 가져가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인텔은 2005년 ‘최초의 x86 듀얼코어(2코어)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바로 펜티엄 D였다.

CPU의 코어가 1코어에서 2코어로 바뀐 건 분명 상당한 업적이었다. CPU에서 연산 작업을 담당하는 코어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하나의 CPU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CPU가 1차선 도로였다면 듀얼코어부터는 2차선 혹은 그 이상으로 바뀌었다고 상상하면 된다.

다만, 펜티엄 D가 당시 좋은 평가를 받은 건 아니었다. 저번 편에서 언급했던, 겨울에도 뜨끈한 프레스캇 코어 2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전력과 발열이 엄청났을 뿐만 아니라 가성비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펜티엄 D는 조금 늦게 출시된 AMD 애슬론 64 X2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AMD는 내심 안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텔은 펜티엄 D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더 무시무시한 물건을 들고 왔다.


제대로 칼 갈고 나온 인텔 코어 아키텍처

코어 2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인텔은 다시금 CPU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에 이른다.

인텔은 CPU의 높은 발열과 전력 소모 등을 개선하기 위해 마이크로아키텍처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기에 나섰다. 그 결과 탄생한 마이크로아키텍처가 바로 인텔 코어다. 인텔 코어 마이크로아키텍처는 파이프라인이 이전보다 간소화되었고, 동일 동작 주파수당 명령어 처리량도 향상되었다. 소비전력당 성능도 향상되었고, 추후 확장성을 염두에 둔 설계도 특징적이었다.

이러한 인텔 코어 마이크로아키텍처가 적요된 CPU가 2006년 7월경에 출시되었으니, 바로 인텔 코어 2 시리즈다. 처음 등장한 콘로 프로세서는 펜티엄 D 대비 40% 더 빠른 성능과 40% 더 낮은 전력 소모를 구현했다. 특히 듀얼코어 기준으로 TDP가 65W에 불과했는데, 이는 이전에 프레스캇의 절반에 불과했다.

경쟁 상품과 비교해도 상당한 우위에 있었다. 콘로 프로세서는 당시 AMD에서 가장 좋은 CPU였던 애슬론 64 FX-62와 비교해도 더 빠른 성능을 보여줬다. 여기에 가격도 당시로서 상당히 적절한 수준이었다.


다시 벌어지기 시작한 격차

콘로 프로세서로 시작한 인텔 코어 2 시리즈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인텔은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2008년에 발매된 울프데일, 인텔 코어 2 프로세서 중에서 최초의 쿼드코어 프로세서인 켄츠필드 등이 출시되며 인텔의 명성을 이어나갔다. 특히 켄츠필드는 오랫동안 현역으로 활약할만한 성능으로 ‘켄츠할배’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러한 인텔의 반격은 꾸준히 이어온 틱-톡 전략의 힘으로도 볼 수 있겠다. 인텔은 매 2년마다 프로세서 마이크로아키텍처의 혁신과 반도체 공정 미세화를 번갈아 진행해 왔는데 이것이 틱-톡 모델이다. 매 틱에서는 마이크로아키텍처의 공정기술을 미세화했고, 톡에서는 새로운 마이크로아키텍처를 선보였다. 

당시 인텔의 개발 프로세서를 살펴보자. 먼저 새로운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 기반의 코어 2 듀오 콘로(65nm) 프로세서를 출시한 뒤, 아키텍처는 유지하되 제조공정을 45nm로 개선한 펜린을 선보일 차례였다. 이를 통해 아키텍처 개선과 공정 개선을 통한 에너지 효율을 차근차근 이뤄가며 인텔은 CPU 시장에서 다시금 패권을 잡게 되었다.

인텔이 코어 2 시리즈로 반격에 나서는 동안 AMD라고 해서 아예 손 놓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텔에 비해서는 뭔가 부족했으며, 때로는 누가 봐도 큰 실책인 부분도 있었다. 결국 거의 다 따라잡은 것 같았던 인텔과의 격차는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부분은 다음에 알아보자.


[참고] 

정환용, 인텔 프로세서 성능 향상의 역사, smartPC사랑, 2016-05-30

김희철, smartPC사랑, 10년 전을 되돌아보다 - 인텔 쿼드코어 CPU, smartPC사랑, 2017-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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