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1시간마다 100만 원씩 들어오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달에 200~300만 원씩 버는 데에도 몸을 갉아먹히거나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가야 한다. 그만큼 사는 게 쉽지가 않다.
요즘 같은 불경기라면 더욱 그렇다. 현재 일하는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제상황이 심각한 건 99.999%이며 내년 하반기에 그나마 숨통이 트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것도 ‘내년 하반기쯤 되면 이런저런 리스크가 끝나겠지’라는 기대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내년 이맘때도 충분히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노트북을 바꾼다는 건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필요하다면 자신에게 맞는 노트북으로 업무 능력을 높이는 게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트북 구매에 얼마나 쓸 것인지를 정하는 게 필요하다. 노트북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고려해서 지갑 사정에 알맞은 노트북을 고르도록 하자.
노트북은 화면 사이즈에 따라 크게 14인치(35.6cm), 15.6인치(39.6cm), 16인치(40.6cm), 17인치(43.1cm) 등으로 나뉜다. 화면이 크면 이미지와 텍스트를 보여주는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에 여러 개의 창을 띄워놓고 작업할 때 유용하다. 물론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 좋아하는 동영상을 볼 때도 더 넓은 화면을 즐길 수 있다.
문제는 노트북은 옷이 아니라는 점이다. 옷은 사이즈가 M이건 XL이건 대부분 가격이 동일하다. 하지만 노트북은 디스플레이 사이즈가 커질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2022 LG 그램(공식 홈페이지 정가) 기준으로 LG 그램14(14인치)가 1,840,000원인 반면. LG 그램16은 2,040,000원~2,590,000원, LG 그램17은 2,190,000원~2,740,000원이다.
또 하나 생각할 점은 화면 사이즈가 크면 클수록 노트북의 사이즈도 커지고, 무게도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노트북이 너무 커서 가방에 안 들어가는 참사를 겪을 수도 있다. 물론 최근에는 대화면 노트북도 휴대성이 대폭 개선된 제품이 늘어났지만 고성능을 강조한 대화면 게이밍 노트북은 그런 거 없다고 보면 된다.
노트북은 데스크톱과 달리 들고 다닐 수 있다. 그만큼 밖에서 사용하는 것을 감안해서 노트북 무게에 어느 정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사람마다 견딜만한 무게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솔직히 3kg를 족히 넘는 노트북을 출근길에 매일 휴대하고 다니는 건 힘든 일이다.
안타깝게도 무게는 노트북 가격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같은 사이즈, 같은 성능(특히 같은 CPU/그래픽)이라면 무게가 가벼워질수록 가격이 급격히 높아진다. 똑같은 인텔 12세대 코어 i5 프로세서를 탑재했지만, 무게가 1.8kg인 LG전자 2022 울트라PC 15UD50Q-GX50K는 최저가가 767,980원(2022-12-24, 다나와)이지만, 무게가 1.14kg인 LG전자 2022 그램15 15ZD90Q-GX56K는 1,349,980원이다. 거의 2배에 달하는 가격차가 나는 셈이다.
노트북 무게를 줄이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부 소재부터 저렴한 플라스틱 대신 가볍고 튼튼하지만 비싼 소재를 써야 하고, 사이즈도 줄여야 하고, 그 와중에도 제 성능을 내기 위해 설계도 특별해야 하고… 아무튼 노트북 제조사에서 이런저런 신경을 써야 한다.
다만, 구매할 때 주의점이 있다면 같은 화면 사이즈 아래 제품의 무게와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좋다. 당연히 화면 사이즈가 작을수록 무게가 가벼워지지만, 그만큼 화면의 시인성에서는 떨어질 수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화면 사이즈를 선택하고 그에 맞춰 무게와 가격을 비교해 보자.
캐스퍼보다 제네시스가 비싸듯, 노트북 성능이 좋을수록(스펙이 뛰어날수록) 가격도 그만큼 오르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건 CPU다.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CPU 모델명에 붙은 숫자가 i3에서 i5로, 라이젠 5에서 라이젠 7으로 높아질수록 가격이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RAM과 SSD 역시 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가장 무난한 구성은 8GB/256GB지만 최근에는 더 빠른 로딩과 멀티태스킹, 넉넉한 저장공간을 원하는 소비자도 많다. 각각 스펙이 올라갈수록 5만 원에서 7만 원 정도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하자.
요즘에는 게이밍 노트북 이외에도 업무용 노트북에서도 외장그래픽이 추가된 제품이 늘고 있다. 내장그래픽보다 뛰어난 그래픽 성능으로 PPT나 디자인 작업이 더 빨라진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만큼 가격도 비싸진다. 노트북 제조사나 유통사가 어지간히 미치지 않는 이상 100만 원 이하 제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윈도우 정품 탑재 여부도 중요하다.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윈도우 탑재 노트북이 미탑재 노트북보다 10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 정도 비싸다고 생각하면 된다. 윈도우 OS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끝으로 가격대별로 주요 노트북의 체급을 살펴보자. 여기서의 체급은 사이즈와 무게 등으로 정해지는 휴대성을 비롯해 노트북의 성능, 디스플레이 품질, 내구성 등을 포함한다. 가격은 2022년 12월 24일, 다나와 기준이다.
1) 100만 원 이하 - 진짜 가성비 노트북을 찾아라
노트북 제조사나 유통가에서 이른바 ‘가성비 노트북’이라 홍보하는 친구들이다. 정말 싼 친구들은 20~30만 원대에 구할 수 있는 녀석도 있다. 물론 성능은 보장할 수 없다. 개중에는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인텔 펜티엄/셀러론을 달고 나온 제품도 있었다.
그래서 보고서 쓰다가 저장이나 프로그램 로딩이 너무 느려 멘탈 터지는 게 싫다면 50만 원~70만 원 정도는 들일 생각은 해두는 게 좋다. 이 정도면 인텔 코어 i5/라이젠 5 프로세서 중에서 최신형이 적용되고 RAM과 SSD도 적당한 수준으로 제공된다. 무게는 1.5~1.8kg대가 대부분으로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면 크게 불편하지는 않은 수준이다.
물론 이 정도의 제품에도 한계는 있다. 100만 원 이상의 제품에 비해 디스플레이 품질이 묘하게 떨어진다든가 마감새가 영 불안해 보이는 녀석들이 많다. 싼 맛에 감수하고 사용할지, 조금 더 돈을 들일지는 소비자의 몫이다.
2) 100만 원~200만 원 - 초경량이나, 성능이냐
가격대가 가격대인 만큼 충분한 성능이 보장되는 친구들로, 휴대성과 성능이 모두 좋은 노트북, 입문형~중급형 게이밍 노트북, 비즈니스 노트북 등이 포함된다. 이제부터는 사용 용도에 맞춰 자신에게 맞는 휴대성과 성능, 기능을 선택할 때다.
먼저 회사 사무실이나 공유오피스, 해외 출장 중에 사용할 노트북을 고를 생각이라면 무게가 2kg가 넘는 노트북은 아무래도 좀 그렇다. 이런 케이스에서는 충분한 휴대성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이 보장되는 초경량 노트북이 적합하다. 보안성과 내구성이 강화된 비즈니스 노트북을 고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간편하게 원하는 게임을 즐기고 싶은 이들이라면 게이밍 노트북이 적합하다. 게이밍 노트북은 게임에 적합한 CPU와 외장 그래픽을 사용했고, 디스플레이 품질도 일반 노트북보다 좋은 편이다. 다만 무게는 대부분 2kg대다. 들고 다닐 수는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
개중에는 그래픽 작업, 동영상 편집 등의 용도로 게이밍 노트북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일반 노트북보다는 확실히 성능이 좋으니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업무용으로 굴리기에는 약간씩 부족한 측면이 있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노트북 중에도 그래픽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제품이 많아졌으니 이런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겠다.
3) 200만 원~300만 원 이상 - 원하시는 대로
이제부터는 일반적인 유저가 노릴만한 가격대는 이미 넘어섰다. 그동안 이런 노트북은 외산 브랜드 중 성능도, 가격도 극강인 녀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삼성 갤럭시북, LG 그램 중에도 200만 원을 훌쩍 넘는 제품들이 등장했다.
이런 노트북 중에는 인텔 코어 i9/AMD 라이젠 9 등의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그래픽 성능 역시 데스크톱과 대적해볼 만한 제품이 많다. 디스플레이 품질 역시 최상급이다. 프리미엄 게이밍 노트북이나 전문가를 위한 모바일 워크스테이션 등이 여기에 속한다.
물론 이런 제품들의 무게는 대부분 2~3kg 이상이며 어댑터 무게도 웬만한 초경량 노트북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원을 켜자마자 바로 쓸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할 수준이다. 물론 초경량에 성능도 강력하지만 그만큼 가격도 무시무시한 친구들도 있다. 델 XPS나 2022 LG 그램17 등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