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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eo Dec 12. 2022

[조금 현실적으로 노트북 고르기]
요즘 노트북이란

필자가 노트북이라는 물건을 처음 접해봤을 때는 2008년도였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되어 울산에서 서울로 상경할 때 부모님께서는 당시로도 꽤나 큰돈을 들여 신형 노트북 하나를 장만해주셨다. 언제 사라졌는지도 가물가물한 LG 엑스노트 노트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안타깝게도 대학생 첫 2년간은 노트북을 제대로 쓸 일이 없었다. 1학년 때는 이리저리 놀러 가고 불타는 마음에 시청 앞에서 시위도 자주 가고, 학보사 때는 학생회관 꼭대기 방에 머무는 일이 많다 보니 과제도, 기사도 데스크톱으로 작성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 2학년 때는 마음에 병이 있어 1학기 때는 학업을 아예 놔 버리고, 2학기 때는 어영부영 다니다가 훈련소로 가게 되었다. 그 사이 노트북은 닮고 닮아 쓸 일이 없어졌다. 지금 생각해도 참 불효자식 같다.

예전만 해도 PC가 완전히 멸종할 것이라 믿었던 스마트폰 기업이 있었다. 현실은 그 기업이 먼저 멸망해버렸지만(...). [출처-ZDnet Korea]

그렇게 처음 산 노트북이 애물단지가 되던 무렵인 2010년, 당시까지만 해도 팬택은 떠오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와 꽤나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었다. 한때는 국내 시장 한정으로 LG전자를 이길 때도 있었다.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팬택은 그 해 12월 신형 스마트폰을 발표하면서 ‘P의 법칙’을 내세웠다.

P의 법칙을 간단히 말하자면, 향후 2~3년 주기로 새로운 모바일 디바이스가 등장하며 빠른 발전을 이루는 동안, 들고 다니기 힘든 PC는 외면받을 것이라는 이론이었다. 당시 팬택 관계자는 “PC는 휴대성 결여라는 약점이 부각돼 5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10년 이상이 흐른 지금, 필자는 지금도 이 글을 PC로 쓰고 있다. 물론 데스크톱 대신 노트북으로 말이다. 그 사이 팬택은 내외적으로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LG보다도 먼저 멸종하고 말았다.


노트북, 아직 21세기 인간의 필수품

당시 팬택 관계자가 간과한 게 있다면 노트북의 발전 속도일 것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PC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리라는 전망은 적지 않았다. 데스크톱 PC가 모바일 디바이스보다 휴대성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점도 맞았다. 하지만 컴퓨터 시장의 중심이  데스크톱에서 노트북으로 빠르게 옮겨갈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지금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열심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새내기 대학생이든, 고인물이 된 직장인이든 텍스트와 이미지, 동영상으로 뭔가를 만들어서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은 2000년에도, 2010년에도, 2022년에도 바뀌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터치 기반의 모바일 UX는 아직도 중요한 작업에 한계가 분명하다. 키보드와 마우스(터치패드)를 기본으로 지원하는 노트북이 아직도 생산성에서 우위에 있는 이유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노트북 성능도 발전해 왔다. 인텔은 일찍이 코어 프로세서를 노트북에 적용해 왔으며, AMD도 뒤늦게나마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로 상당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HDD보다 훨씬 가벼우면서 속도는 훨씬 빠른 SSD 덕분에 부팅 속도가 빨라졌고, 노트북 디스플레이 수준도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은 21세기 인간에게 노트북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고 볼 수 있다. 사무실 대신 집에서 일해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데스크톱의 생산성을 대체할 노트북이 많은 이들에게 필요해진 것이다. 주변에서도 이전에는 노트북에 별 신경 쓰지 않다가 코로나 이후 부랴부랴 새 노트북을 장만한 케이스가 많았다.


노트북, 한 번 사는 거 제대로

힘들었던 수능시험이 끝난 지 1달이 되어 가는 지금쯤 동생이나 조카를 위한 대학생용 노트북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새 직장으로 환승하는 데 성공한 김에 새로운 업무용 노트북을 찾는 이들도 꽤나 있을 것으로 안다.

그런데 다들 알지 않은가. 노트북은 티셔츠처럼 쉽게 살만한 녀석은 아니란 것을. 아무리 저렴한 가성비 노트북이라도 문서나 엑셀, PPT 작업할 때 화병 걸리고 싶지 않다면 40~50만 원 정도는 들여야 한다. 요즘 1020세대들이 갖고 싶어 한다는 맥북이라든지 그처럼 디자인 그럴싸하고 너무나 가볍고 성능도 좋은 녀석을 찾는다면 예산이 세 자릿수로 올라간다. 요즘같이 팍팍한 시기에 말이다.

그래서 노트북을 새로 장만할 거라면 제대로 좋은 녀석을 골라야 한다. 무조건 200만 원은 족히 넘는 노트북을 무턱대고 지르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사람마다 들일 수 있는 예산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포인트를 찾고 이에 맞춰 가격 대비 가장 알맞은 퍼포먼스, 휴대성을 지닌 녀석을 구매하자는 것이다.


제가 감히 알려줘도 될까요?

부모님이 사준 LG 엑스노트가 고물이 된 이래로 필자의 노트북 구매 타율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한 번은 싼 맛에 지른 넷북이 1년도 안 되어 쓰기에 너무나 고통스러운 물건이 되어 버렸고, 한 번은 퇴사 이후 70만 원 투자해 구매한 노트북은 HDD가 맛이 가서 부팅 한 번에 30초 넘게 걸리는 참사를 겪고 말았다.

다행히 컴퓨터 매거진에서 5년간 다니는 동안 이런저런 노트북을 만져볼 기회가 생겼고, 그 이후부터는 만족스러운 수준의 노트북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테스트하던 노트북이 한 달 봉급의 50%, 혹은 그 한 달 월급 이상인 녀석들이 많아 이들을 구매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필자가 생각한 예산 내에서는 최고의 선택을 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지금은 연말을 맞아 컴퓨터 매거진에서 다른 곳으로 이직한 상태다. 앞서 얘기했듯이 노트북 가격이 나보다 비싼 경우를 종종 볼 때가 많았고, 그것에 현타가 심하게 온 탓이다. 그래도 퇴사한 달에도 노트북을 가지고 이리저리 테스트란 걸 해보고 갔으니 나름대로 이것저것 입을 털어볼 자격은 있다고 감히 주장해 보겠다.

브런치 글을 보는, 혹은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지금 쓰는 노트북이 불만족스러운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쓸 글은 조금이라도 괜찮은 노트북을 다소 현실적인 조건 아래 구해볼 방법을 찾아보자는 목적 아래 쓸 계획이다. 조금 모자라 보일지라도 귀엽게 봐주시기를.


P.S. 이 글은 새 직장 노트북을 쓰는 게 고통스러워 쓰는 게 아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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