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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나라의개짱이 Mar 11. 2023

아니 도대체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물가가 비싼 거야?

 2022년은 유독 힘겨운 해다.

월급은 제자리 모든 가격이 올랐다. 그 와중에 우리의 자산인 주식과 부동산, 코인, 채권 등이 모두 폭락했다. 이런 때가 또 있었을까.

신문에서는 연일 각종 상품이나 물가, 공과금 등이 인상된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MD의 관점에서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미친 듯이 상품 가격이 급등하는지, 2022년이 얼마나 미친 해였는지를 간단히 설명하고 싶다.

내가 소비자라면 도대체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내가 사는 물건들 가격이 왜 이렇게 오르는지 알고 당하면 덜 억울하지 않을까. 소비자가 아니라 MD를 준비하거나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2022년의 물가 상승에 대해 간략하고 개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겠다.

 단, 간략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상세한 과정을 생략한 점, 복잡한 수치와 근거를 첨부하지 않은 점은 양해해 주길 바란다.




 1차 충격 : 코로나


이제는 중국을 제외하면 코로나로 인한 후유증과 충격이 거의 끝나간다고 봐도 무방한다. 그러나 2020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가 물가에 미친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식품의 원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누가 뭐래도 원재료다. 빵이라면 밀가루, 콩기름이라면 대두유, 다양한 토핑이 올라간 피자라면 밀가루와 식용유, 돼지고기 등. 코로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던 2022년 때까지만 해도 세계 곳곳의 원료 산지와 공장이 셧다운 됐다. 곡물이 모두 익어도 곡물을 수확할 인원이 없었다. 원재료를 가공하고 포장해야 할 공장의 인원이 모두 앓아눕거나 격리로 인해 자리를 비워 공장이 문을 닫았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어든다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가격은 올라간다. 코로나가 창궐해도 우리가 먹는 것은 그대로다. 그러나 공급되는 원재료의 양은 급격히 줄었다. 원재료의 가격은 급등했다. 거의 대부분의 원재료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이 공급부족에 직격타로 얻어맞았다.


 원료 산지에서 공급되는 양이 급격히 줄자, 각 국가들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원재료를 먼저 공급했다. 이후에는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과 주요 거래국이었다. 자연히 우리나라, 그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웃돈을 줘야 원료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상품의 원가가 급격히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각 기업들은 적자를 면하기 위해 이를 판매가에 전가했다.

 이뿐일까? 이런 원재료나 가공된 상품을 공장으로, 공장에서 다시 트럭이나 배로 운송해 줄 인력도 부족했고, 배를 통해 다른 국가로 운송해 줄 사람도 귀해졌다. 원래 3개월이면 들어올 수 있던 물량이 추가로 3개월씩 더 걸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물류비 역시 천정부지로 솟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식품의 원재료가 공급 부족으로 급등했듯이, 식품을 포장하는 데 사용되는 플라스틱, 유리병, 비닐 등도 비슷한 이유로 급등했다.


 이제는 코로나의 여파를 모두 회복했지만 1년 전, 2년 전만 해도 전 세계가 코로나로 몸살을 앓을 때는 정말 모든 비용이 급증했었다. 식품의 원재료, 부자재와 포장재, 물류비 기타 등등. 그리고 안타깝게 이때 올라간 가격은 다시 떨어지지 않았다.




2차 충격 : 인플레이션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해 미국은 거의 무제한적으로 돈을 풀었다. 돈이 많이 풀리자 돈의 가치가 하락했다. 결국 같은 양의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임금과 각종 비용이 상승했다. 원재료의 수확과 가공, 운송 등 각 과정에 드는 비용이나 인건비가 전반적으로 모두 상승했고, 이는 원가에 전가됐다.

 

 이후 미국은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를 단행하는데 이로 인해 원화의 환율이 급등했다. 이는 다시 수입품의 가격을 밀어 올렸다. 쉽게 말해 예전에 1,000원에 사 올 수 있던 A라는 품목을 이제는 1,300원을 지불해야 구매할 수 있게 된 거다. A라는 물건을 1,000원에 사 와서 1,200원에 판매하여 200원을 마진으로 남기던 회사는 어떻게 했을까? A의 가격을 1,400원으로 올려 마진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으니까.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각종 비용 상승과 환율 급등의 이중고를 모두 맞아야 했다. 대두, 밀, 설탕 등 상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중요한 원재료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타격은 더 컸다.




3차 충격 :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는 전 세계 상품 가격에 두 가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첫 번째, 밀과 식용유 가격의 급등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곡창지대로 밀과 해바라기유 등의 가장 큰 수출국 중 하나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곡창지대가 파괴되고 수출길이 막혔다. 우크라이나의 밀과 해바라기유 수출이 급감하자 전 세계의 밀 가격과 식용유 가격이 요동쳤다. 특히나 식용유는 하나의 유지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그 수요가 다른 대체유로 옮겨가기 때문에 전체 유지류의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대두유, 카놀라유뿐 아니라 수많은 가공 식품 생산의 핵심인 팜유 가격까지 급등했다. (이 때문에 한때 세계 팜유 공급의 절반 이상을 맡고 있던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중단해서 세계적으로 엄청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우러 전쟁으로 인한 밀과 식용유 가격의 급등은 자연히 가공식품의 원가 상승을 야기했다.


 우러 전쟁의 두 번째 나비효과는 바로 연료비 급등이다. 알다시피 유럽의 대다수 국가들은 난방 및 공장 가동에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대부분을 러시아를 통해 공급받고 있었다. 러시아는 자국을 제제하는 유럽에 보복하기 위해 유럽으로 통하는 가스관을 잠가버렸다. 자연히 천연가스의 가격과 가스비가 급등했고, 제조사가 공장을 가동하고 상품을 제조하는 비용 역시 급등하게 됐다. 올해 우리나라도 가스비 급등으로 떠들썩했다. 이는 새롭게 닥쳐온 재난이 아니다. 작년에 유럽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정책과 여러 사정으로 잠시 유예됐던 것뿐이다.





4차 충격 : 이상기후


 마지막 충격은 이상기후다. 이는 사실 대대적으로 기사화되지는 않아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겠다. 22년은 유독 기상이변이 많고 또 극심하던 해였다. 대두, 토마토, 올리브, 밀, 팜유, 커피원두 등 가공 식품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원재료들은 대부분 주요 산지들이 있다. 2022년의 기후는 이런 산지들에 유독 가혹했다.


 역대급 폭염, 기록적인 가뭄, 이상냉해 등이 산지들을 덮쳤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찾아온 역대급 가뭄은 대두의 수확에 타격을 입혔다. 유럽에 찾아온 역대급 고온은 토마토와 올리브 농사를 망쳤다. 이밖에 밀, 설탕, 커피 원두 등 온갖 산지가 때로는 가뭄에, 때론 고온에, 혹은 냉해에 피해를 입었다. 수요가 줄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를 못하자 자연히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많은 제조사들이 원재료들을 수급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가격의 급등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원재료를 구할 수조차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렇게 급등한 원재료의 가격은 다시 가공식품의 가격을 밀어 올렸다.



 



 모두 써보고 나니 정말이지 숨이 턱턱 막힌다. 평소라면 하나도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이다. 단 하나만 일어나도 세계가 난리 나고, 세계의 가공식품 가격이 요동칠만한 이슈들이다. 이런 일이 한 해에 동시에 네 개가 터졌다. MD 일을 하면서 이런 해가 또다시 있을까 싶다. 상품 가격이 하루 걸러 하나씩 인상됐다. 어떤 것도 통제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소비자들도 힘들었겠지만 제조사들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었을 거다. 상품 제조부터 공장 가동이나 인력 운용까지 어느 하나랄 것 없이 모든 비용이 상승해 버렸다. 그렇다고 이를 마냥 원가에 모두 전가할 수도 없었다. 상품의 경쟁력이 사라질 것이고 급등한 가격은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가격을 인하하려는 유통사의 압박을 이기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제조사들이 전적으로 피해만을 봤거나 불가피한 상황만은 아니었을 거다. 소비자들은 보통 한 번 올라간 가격은 내려오질 않는다고 비판한다. 사실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온갖 원재료의 상승은 영원하지 않다. 어느 순간에는 분명 제자리를 찾게 된다. 그럼에도 제조사가 인상된 상품의 가격을 내리지는 않는다. 인건비나 임대료, 공과금 등의 각종 비용 상승분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또 그들의 마진이나 성장률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추구이기 때문에.


 그렇기에  이 글은 제조사들의 편을 들고 그들의 가격인상을 옹호하기 위한 글은  아니다. 현재 제조사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설명하기 위해서고, 소비자로서 우리가 맞닥뜨린 미친 물가 상승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길고 긴 코로나도 끝이 났다. 세계를 고통에 잠식시키고 있는 인플레이션도, 전쟁의 여파도 머지않아 끝나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 길고 긴 터널을 벗어났으면 한다. 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면 이렇게 말하게 되기를 "야, 2022년 기억 안 나? 우리 그때도 이겨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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