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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모 Mar 23. 2024

더, 더, 더 강렬하게

당신도 '더'를 원하십니까?

형만 한 아우가 없다. 

과자도 '오리지널'은 웬만하면 실망시키지 않는다. 특히 처음 시도하는 과자는 무조건 오리지널부터 시작해야 한다. 치즈맛, 양파맛, 피자맛, 불고기맛, 매운맛.... 그리고 한쪽 구석에 놓인 오리지널을 찾았다. 

요즘에는 '오리지널'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현란한 색상과 글들로 가득 찬, 다른 듯 같은 듯한 포장지들로 덮인 과자더미들 앞에서 이것저것 과자를 들었다 놨다,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해야 겨우 찾는다. 근 50년을 동고동락했던 새우과자도 검은색, 허연색을 입힌 아우들에게 형의 자리 일부를 내어주었다.


산책 겸 나선 마트 투어...

아들에 이끌려 과자 매대 앞에 선 나는 키오스크의 껌뻑껌뻑하는 버튼 앞에서 무아지경이 되는 노인들처럼, 

과자 더미 앞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장난감 매대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장난감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과자 더미 앞에서 아들은 작은 눈에 힘을 가득 주고 과자를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아들의 품에 안긴 과자는 여기(미국)에서 꽤나 알려진 듯한 옥수수칩(Tortilla Chip) 브랜드의 6개 제품 라인 중에서 'Blue Heat(파란 열기)'란 부제가 붙어있는 것이었다. 300g에 5천 원, 상당한 몸값으로 내 기준으로는 거물급이었다. 그런데 나는 '파란 열기'의 맛을 보기도 전에 이미, 그 시퍼런 포장지 때문에 질려버렸다.

  

집에 돌아와 야심 차게 과자를 뜯어 펼쳐놓으니, 포장지보다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든 과자의 실체가 드러났다. 

포장지만큼이나 시퍼런 색의 과자들이 내 앞에 쏟아졌다. 과자에 손이 가지 않았다. 겨우 하나 집어 입에 넣으니, 첫 맛부터 목 뒤로 넘어가기까지 짜고, 맵고, 톡 쏘고...입 안 전체가 얼얼한 데 거칠게 부서지는 과자들의 파편들까지 입 속을 괴롭혔다.


엄지와 검지에 묻은 시퍼런 물감을 닦으면서, "와, 진짜 대단하다~"라는 감탄을 아들에게 쏟아내었다. 내 입에 두 번째로 들어간 '파란 열기'는 없었다. 결국 아들도 자신의 선택이 너무 모험적이었다고 실토했다.




아들이 다녔던 뉴욕의 대학교 근처에는 학생들이 세 들어 사는 아파트들이 많았다. 그 아파트들 근처를 걷다 보면 흔하게 맡아지는 마리화나 냄새...난 아직 잘 모르겠는데, 아들은 걷다가 갑자기 '아, 마리화나!' 하면서 코를 찡그리며 작은 탄성을 지른다. 


대학원 다닐 때 한 교수가 미국 유학시설 몰래 피웠던 마리화나 이야기를 자랑삼아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교수가 유학생이었던 50년 전쯤에는 몰래하는 은밀한 놀잇감이었던 마리화나가 지금은 미국 전체 주의 절반 정도에서 합법화되었다. 그래서 마리화나는 여기에서는 이제 애깃거리 못되는 것 같다.

 

필라델피아나 맨해튼 거리에서는 마리화나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상황이 펼쳐진다. 다운타운의 몇 몇 곳에서는 보도 위에 버려진 마약 주사기를 피해 걸어 다녀야 하는 곳들이 있다. 심각한 곳은 길 가장자리로 쓰레기가 모이듯이 마약 주사기들이 양쪽에 쌓이기도 한다고...


마약중독 홈리스를 대상으로 봉사를 하고 있는 동생이 전한 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시민단체들이 이 사람들을 위해 하고 있는 일들 중에 하나가 "마약 주사기 혼용으로 인한 에이즈 등 각종 감염병 예방을 위해 거리에서 중독자들에게 새 주사기를 나눠주는 것"이라고 한다. 


'파란 열기'처럼,
더 강렬하게, 더 짜릿하게, 더 화끈하게,
더 맵게, 더 달콤하게, 더 화려하게, 더 기분 좋게, 더 크게, 더 진하게 ........
세상이 점점 '짧고 굵게 사는 하루살이'처럼 변해간다.


'Blue Heat(파란 열기)'의 부제가 붙은  옥수수칩(Tortilla C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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