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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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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h Oct 19. 2016

제주 용눈이 오름 가을 풍경

제주앓이

두 번째 방문인 제주 용눈이 오름..
지난번 방문 때는 여름이었고 이번은 가을이니까 봄과 겨울에 다시 한번 오르면 사계절을 모두 볼 수 있는 것인가...
주말이고 추석이라 벌초하는 분들이 많았던 터라 주차장에도 오전부터 차가 꽉 들어차 있다.

용의 눈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용눈이 오름은 작은 봉우리 대가 연결된 오름으로 한 바퀴 휘돌아 산책하기 그지없이 좋다.

오름의 시작을 알리는 말 이탈 방지 출입구...
오늘도 이곳을 통해 시작해 본다.

시작부터 보이는 여기저기 말 똥들..
상태를 보아하니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 보이고 걸어가는 길에 온통 말 똥들이 즐비하다.
아마 말들이 얼마 전 지나가면서 실례를 하고 간 듯 보인다.
하긴 개똥이었으면 난리가 났을 텐데 말똥은 아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원래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있어도 되는 것처럼...

가을날의 제주 용눈이 오름은 푸르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겨울과 봄은 아직 풀이 나지 않아 아마도 을씨년스럽겠지만...

그냥 따라가면 되는 길...
누구도 밀고 당기지 않고 내 발길 닫는 대로 쭉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하늘도 보이고 멀리 바다도 보이고 또 멀리 한라산, 집, 밭 모두가 내 발아래 옹기종기 모인다.

그리고 다가오는 바람....
바람은 바램처럼 나의 얼굴을 휘감고 저 멀리 돌아나간다.

오늘 저 처자의 발걸음은 즐거워 보인다.
하긴 이렇게 좋은 자연과 마주하는데 아니 즐거울 사람이 있겠는가...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면서 앞서서 쉬이 오른다.

예상을 살짝 했지만 이리 많은 말 때와 조우는 처음인 듯하다.
그것도 바로 앞에서 저렇게 한가로이 경계심도 없이 누워서 편안하게 자고 있는 말들까지...
너무 편안해 보인다. 마치 푸른 잔디에 살포시 누워 바다와 바람 소리를 듣고 있는 것 마냥

어미와 새끼 말도 보인다. 상태로 봐 그리 오래되지 않은 새끼는 어미젖을 먹으면서 졸졸 따라다닌다.
나도 우리도 모두 그랬던 것처럼..

가을이라 말 방목이 많이 이루어 지나 부다.
새별 오름에서도 일부 보긴 했으나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거의 말판이다..
난 뛰는 말의 그 자태가 가장 좋다. 그때 역시 다리와 궁둥이가 멋지다.
한때 경마장을 매주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말의 뛰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 한 1년은 쫓아다닌듯하다.

말들은 조금도 우리를 의심하지 않고 옆에서 졸고 먹고 긁고 그저 자기 할 일들을 하고 있다.
한번 쓰다듬고 싶으나 혹시라도 뒷발에 차일까 두려워 그저 바라보면서 우리의 관계는 여기까지만 하기로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허락 없이 만지는 건 범죄일 테니 말이다.

위에 표지판 앞에 선 말은 사실 그냥 저기 서있는 게 아니다.
계속해서 표지판에 대고 몸을 긁고 있다. 몹시 가려운가 보다.
왠지 표정이 긁지만 시원하지 않고 만족스럽지 않은 불만의 표정.
내가 긁고 주고 싶다. 대화만 된다면...

이 아이는 내리막에 거꾸로 누워있다.
머리 쪽으로 피가 쏠리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는지 힐끔 눈을 떠서 보더니
더 아래쪽으로 머리를 두고 다시 잠든 척한다. ㅎ
나에게 잘난 척이라도 하는 걸까...

멀리 근처의 크고 작은 오름들이 보이고

셀카도 찍어보고

그렇게 잠시 머문 뒤 옆 봉우리로 이동한다.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본다.
걸어온 길이 만족스러울 때는 정말 기분이 좋다.
인생도 마찬가지겠지만 돌아보는 길이 아름답고 추억 가득한 길로 만들어 가고 싶다.

우리는 그렇게 아름다운 제주 용눈이 오름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면서 하나하나의 추억과 그림을 그려갔다.
가을!
제주의 또 다른 매력 오름 투어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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