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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만 Aug 29. 2023

영화 <드림팰리스>

<드림팰리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에 각자 설득력 있는 방향으로 내달리는 인물들을 그려낸다. 혜정이 아파트 입주 후 녹슨 물이 나오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혜정의 선택과 그 선택의 이유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아들과의 대면대면한 관계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보여주는 산업재해 유가족 천막에선 미안함과 억울함이 교차하는 미묘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자식을 두둔하는 혜정에게 공감을 했다가도 자식을 잃은 유가족 앞에서 자신의 아들을 싸고도는 혜정의 행동을 나무라는 수인에게도 공감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유가족 대표 앞에서 자신이 어떤 것 때문에 힘들었는지 말하는 혜정을 보여주고, 이후 대표가 목숨을 끊으면서 혜정에게 폭발하는 아들, 그리고 혜정의 행동이 자신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고 말하는 수인을 보여준다. 모든 인물은 저마다의 간절한 이유를 가지고 있으니 어느 하나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아파트 미분양이 계속되어 1억을 깎아 분양을 하는 시행사가 계약금만 받고 뒷짐 지는 사이, 시세보다 싼값에 분양을 받은 입주민은 기존의 입주민들의 바리케이드 앞에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분양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시행사 부대표의 말에 단순히 시작한 알바는 혜정을 아파트에서 고립시키며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만든다.

결국 아파트 밖에서 기다리던 이삿짐 트럭이 막무가내로 들어서려다 벌어진 사고와 그 트럭 안에 타고 있던 수인과 자신의 아들을 목격하는 혜정을 보여주면서 현실의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이러한 상황을 만든 장본인들에겐 거리를 두고 개개인의 사정과 역할, 갈등 속에 악인 하나 없는 현실을 담담히 그린다.  각자 개개인이 마주하는 현실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속에 이율배반의 이해와 갈등은 늘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사람들에게 거대하고 직접적인 문제는 너무 멀게 느껴지고, 그런 문제를 직면한 사람들은 그 구조를 바꾸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만든 거대 조직과 자본의 참담함을 뒤로하고 직접적인 원인을 에둘러 돌고 돌아 자신이 맞닥뜨릴 수 있는 대상에게 당도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비극은 시작된다.

잘못한 사람 하나 없어도 적이 생기고 나쁜 놈은 양산된다. 자본의 시스템은 사람들을 그렇게 서로를 돌아서게 만들어놓고도 무사하다.


출연진들의 연기는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정도의 흡인력이 있었고, 이는 캐릭터들에 몰입할 수 있게 그려낸 탄탄한 시나리오 덕분이다.

캐릭터들의 상황과 사정, 그리고 '어쩔 수 없음'이 간절한 상황 속에서 모두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선과 악, 행운과 불운, 생과 죽음은 늘 한 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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