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비용, 생활리듬, 남들사는거, 지우개요법
최근 멍청비용으로 일주일치 밥값을 날렸다. 비행 티켓을 예약했고 하고 보니 시간이 안 맞아서 스케줄 변경을 했다. 변경 수수료를 내고 울던 게 겨우 잠잠해졌는데 어머나 젠장 날짜를 착각했다. 콘서트 일정에 맞춰서 출국 날짜를 잡은 건데 그 날짜를 잘못 알고 있었다. 그거 취소하는데 또 수수료. 특가 기간이 끝나서 이제는 꼼짝없이 제 돈 내고 비행기 타야 한다. 폭풍 같은 취소질이 끝나고 나니 ** 가지 말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정신 차리기 가장 좋은 방법은 금융치료라더니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나마 리무진 예약 안 한 게 어디냐. 스스로에게 같잖은 위로를 던져보지만 단 게 땡긴다.
생활리듬은 어떻게 하면 잡히는 걸까? 특히 가임기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여성들은 어떻게 다들 그렇게 갓생을 사시나요. 나는 PMS가 심한 편이라 한 달에 일주일은 정신을 놓고 산다. 그나마 출근하는 날이면 억지로라도 일어나는데 주말에는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누워서 계속 계에속 자는 거다. 그러고 나면 겨우 잡힌 생활리듬은 다 깨지고 겨우겨우 제자리로 돌아오면 또 시작이다. 운동하면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내 경우엔 그것도 그닥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진지하게 월경중단 시술을 받을까 고민까지 했지만 그건 또 부작용이 겁나서 못하겠더라. 열심히 사시는 분들 정말 부럽습니다. 존경해요.
남들 사는 거 구경하는 게 재밌다. 유튜브 정리, 갓생, 살림 영상 제일 좋아한다. 그걸 누워서 보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세상에는 참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방구석에 누워서 인생 탓만 하고 있는 내가 참 모지리처럼 보인다. 노력만큼 타고난 재능은 없다는 걸 나이가 들 수록 느낀다. 나는 왜 그런 재능을 타고나질 못했을까. 그래도 가끔씩은 동기 부여가 돼 열심히 움직여 보기도 한다. (물론 오래가지는 못한다. 내 깜냥은 소주잔보다 작은 모양.)
정신적으로 힘들 땐 지우개 요법을 쓴다. 정식 명칭은 아니고 그냥 내 맘대로 붙인 이름이다. 나름 의학적 근거는 있다. 어떤 뇌과학 전문가의 강연을 보고 나서 시작한 방법이라. 다만 이름을 정확히 몰라 내 멋대로 지었을 뿐. 별 건 아니고 기분이 더러우면 쓴다. 아무 말이나. 쌍욕도 쓴다. 그러고는 박박 지운다. 아니면 신나게 찢는다. 그러고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잔다. 그럼 아주 잊는 건 아니고 어느 정도는 희석이 된다. 정말 급할 때는 핸드폰 메모장에 쓴다. 직장에서는 개인적인 말을 잘 안 한다. 싫은 소리도 좋은 소리도 섞고 싶지 않다. 내 일만 열심히 한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나에게 피해가 올 때가 있다. 전에는 대놓고 항의했는데 그래봤자 바뀌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대신 증거만 남겨둔다. 통화한 일도 반드시 메시지나 메일로 다시 한번 확인한다. 내 책임이 되면 안 되니까. 그래도 분은 안 풀리니까 그럴 땐 메모장에 저주의 말들을 쏟아붓는다. 그러고 나서 삭제할 때의 그 시원함. 그러고 나서 사무실 책상을 한 번 사악 뒤집어서 깨끗이 비우고 다시 정리한다. 오늘도 그렇게 깨끗이 비워야 할 것 같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