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도 사람이다 Nov 09. 2024

가끔은 나로 살고 싶은데

엄마로 살아야 한다면

아들은 조금의 시간도 주질 않는다.

학교를 가도 언제 갑자기 전화가 올지 모른다.

안심할 수 없고, 내가 근처에 있으면 다행이다.

정규 수업을 마치고 늘봄교실이라는 맞춤형 프로그램이 진행되지만 아직 1학년 아들은 멋대로 참석을 안 하기도, 2시간인데 1시간만 하고 나오기도 한다.

매일 다른 선생님들과 매일 다른 일정이 있는 학생들이기에(참석을 하는 경우도 안 하는 경우도, 한 시간만 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의 출결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아쉽지만 그만큼 아이들의 학원 일정이나 개인 일정으로 빠지는 경우도 다반사라 누구를 탓할 수 없다.






아이 가방에 항상 달고 다니는 게 있다.

아이알리미라는 카드, 전자 출결 시스템으로 아이의 등하교를 알 수 있어 학부모는 안심할 수 있지만 아직 1학년은 마냥 안심할 수만도 없다.

학원 일정을 헷갈려한다거나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생각 없이 그냥 교문 밖을 나온다.

집까지 20분 거리라 아직은 불안하다.

종이인형 같은 야리야리한 몸도, 쌩쌩 달리는 차들도, 횡단보도도 많고 자전거 타는 사람도 많다.

어제는 정규 수업만 마치고 나왔다.

휴가를 냈던 신랑, 아빠가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 아들에게는 수업 내내 빨리 하교하고 싶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엄마의 촉이 맞았다.

이상하게 정규 수업이 마쳐지는 시간대에 학교 근처에 있고 싶었다.

신랑과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있던 순간 알림이 뜬다.

역시나였다.

이래서 엄마는 늘 멀리 가지도 못한다.

하교 알림은 학교 교문을 서성이는 순간 알려주는데, 아빠랑 놀고 싶던 아들은 아주 당연히도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마주하는 엄마도 좋겠지만 아빠가 눈앞에 나타나면 좋아할 아들의 미소가 떠올라 신랑만 보냈다.

절대 귀찮아서가 아니다.

같이 가도 좋겠지만 나는 카페에서 커피를 지키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아들의 슈퍼맨을 보낸 것이다.

어제도 정신없이 보낸 하루지만 가끔은 나 혼자만의 시간도, 잔꾀도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아들이 또 사고 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