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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Dec 19. 2024

야금야금 신이여,

볼록볼록 체지방을 가져왔나이까?

나에게 집착하는 체지방, 요 녀석이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밥을 맛있게 먹고도 디저트가 생각나는 나는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다.

오죽하면 20대 때도 안 했던, 나에게 연예인인 김연아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에 넣었다.

적당한 비율에 예쁘게 마른 몸매가 다이어트를 부르게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먹는 것 앞에서 의지라고는 강한 식욕, 식탐뿐이다.

친구집에 갔다가 밥 먹고 소화시킬 겸 마실 나오듯 걷다 보니 예쁜 카페가 나왔다.

야금야금 신이 등장한다.

역시, 여자들은 순순히 지나치는 법이 없다.

탄수화물이 부르고 지방들이 유혹한다.




밀가루를 피해보자고 마음먹었으나 애초에 약속을 잡으면 안 된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면서 하면 안 될 일을 저지른다.

요즘은 왜 이리 베이커리 카페들이 많은 것인지, 우리나라 평균 체중의 표준 지표를 의심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즐겁게 수다를 즐기고 있으니 재빨리 야금야금 신이 등장한다.

언의 압박을 느끼며 손의 날렵한 힘이 어느새 빵 쪼가리에, 자성에 이끌리듯 입으로 가져댄다.

만족스러운 입가, 야금야금 신은 사라지고 볼록볼록 늘어나는 불청객, 체지방이 걱정이다.

알면서도 절제가 안 되는 식욕인지 식탐인지 모를 욕구가 의도치 않게 입으로 넣는 행위를 계속해서 해댄다.

젠장.

먹어도 찌지 않았던 때를 떠올려보니 빵은커녕 과자도 입에 대지 않았다.

하루 두 끼, 밥만 잘 챙겨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지만 요즘은 밥 외에 맛있는 냄새와 맛, 특히나 아는 맛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체질이 되었다.




의지만 있으면 안 될 게 없다.

알지, 모를 리가 없지.

하지만 본능을 이길 수는 없지.

이렇게 또 본능과 이성이 함께 치열한 척 싸우고는 결국 본능에게 삼켜버린 정신머리, 망할 손가락.

수다가 이어질수록 야금야금 신은 손에게 활동을 부추기고 입의 활동을 활발하게 만든다.

음, 어느새 비어있는 접시를 발견한다.

누가 더 먹었네, 마지막 한 입은 누가 먹었네, 살은 누가 더 찌겠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자빠진 친구들과 있으니 덤 앤 더머 못지않은 어글리, 유치뽕짝 못난이들이 따로 없다.

내 위장은 이미 탄수화물과 지방의 놀이터가 되었다.

오늘도 다 먹고서야 겨울이 끝나기 전까지 체중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체지방, 요 녀석을 줄여야 한다.

대체, 왜 다 먹고 나면 생각이 나는 것일까?




날씨가 추워지면 기초대사량은 올라간다는데, 그래서 많이 먹는 것인가, 단순히 가짜 식욕일까?

조금만 먹어도 배가 꽉 차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만 움직이는 손은 멈출 수 없는 현실이다.

집에 오자마자 칼로리를 태우는 운동을 급하게 검색해서 따라 해 본다.

10분 만에 숨이 찬다.

양심은 있는데 왜 절제라는 걸 모르는 몸뚱이가 됐을까.

앉기가 무섭게 튜브를 장착하고 마는 지금의 나는 정녕 나이 탓을 하고 웃으며 넘겨야 하는 것일까?

체지방아, 이왕이면 빠른 속도로 타주라.

화장실만 다녀와도 쏙 들어가던 뱃살이 그립다.

새해부터 다이어트하기로 결심하는 날이 또 이렇게 오고야 만다.

좋다.

이제 나와의 전쟁이다.

내 기필코 겨울이 다 끝나가기 전까지 5kg 뺄 것이다.

쉬워 보여도 절대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체지방은 끈질기다.

알기 때문에 지구 멸망보다 더 무섭다.

내 몸뚱이, 홀쭉해질 날을 그리며 집중하여 쓴 글을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찌그러진 미간을 펴보고 두 개 된 턱을 잡아본다.

하, 역시 쉽지 않겠지만 의지를 다지며 체지방과의 결별을 예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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