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정리를 하며 옷 소비도 줄이고 다이어트결심도 하다
갑자기 일상글이 쓰고 싶어져서 쓰는 에세이
부쩍 날이 따스해졌다. 오늘 모처럼 네식구가 도란도란 영화를 본 뒤 아트박스에 들어가 두 아이들 문구쇼핑하게 해주고 스벅으로 향했다. 우리가 들어간 스벅은 근처에 예식장이 있어 결혼식을 참석하고 방문한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바로 이틀전까지만 해도 코트차림이던 사람들의 옷에 봄이 묻어났다. 트렌치 코트에 셔츠 또는 원피스만 갖추어 입은 홀홀단신 차림. 사람들 옷차림에 내려앉은 봄소식에 내 마음도 살랑살랑 흔들렸다.
집으로 돌아와 방학 때도 손대지 않았던 옷장 정리를 했다. 겨우내 좀처럼 옷장 속으로 들어갈 일 없던 캐캐묵은 니트들을 개켜 옷장 속 깊숙이 넣고, 찌부가 되고 엉킨 봄옷들을 하나씩 꺼내어 정리했다. 옷장정리를 하면서 매번 느끼는 점은 내가 참 옷관리를 못한다는 사실이다. 매번 즉흥적으로 옷을 사들이고 한 철 입은 후 잘 빨지도 않고 얼룩도 그대로 둔 채 보관했기에 그 옷을 입을 철이 돌아오면 늘 좋지 않은 기분으로 옷들을 맞이 한다. 그래서 또 나는 인터넷 쇼핑몰을 뒤적이고 근처 보세옷가게를 전전하며 다시 그 작업을 반복한다.
그에 비해 남편은 매해 옷관리를 꼼꼼히 하는 편이다. 철 지난 옷은 꼭 세탁이나 드라이를 해서 보관하고, 튿어지거나 얼룩이 있는 부분은 바로바로 처리한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강건너 불구경하듯 보았는데 이번에 옷정리를 하면서 옷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작년에 사들인 옷중에 정말 괜찮은 옷들이 참 많았다. 그것도 모르고 또 오늘 스벅에서 본 사람들의 옷차림을 부러워하며 오는 길에 보세옷 가게를 들를 뻔 했다. 다행히 징징거리는 둘째덕에 집으로 왔지만 그곳엘 갔으면 분명 봄기운에 마음이 살랑거려 또 옷 하나를 즉흥적으로 샀을테다.
여유로운 주말이니 패션쇼를 하는 느낌으로 옷을 하나하나 입어보고 이거랑 저거랑 코디를 해보며 다양하게 매치를 해봤더니 생각보다 근사했다. 마치 구제샵에서 내게 맞는 멋들어진 옷들을 발굴해낸 느낌처럼 쾌감이 느껴졌다. 얼마 전 청자켓을 하나 샀는데 괜찮은 청자켓하나를 샀더니 다양한 옷들과 매치가 가능했다. 기본템의 중요성 실감!
솔기가 튿어진 부분은 반짇고리를 꺼내어 한땀한땀 바느질을 하고, 실이 삐져나온 부분은 가위로 잘라 정리하고, 얼룩진 부분은 세제로 제거하고, 보풀이 일어난 부분은 보풀제거기로 싹 마무리했다. 그리고 잔뜩 구겨진채 작은 옷무덤을 이루던 바지도 싹 세탁해서 탁탁 털어 봄햇살이 들이치는 베란다에 가지런히 널고, 봄이 왔음을 실감케해주는 봄옷들을 손이 잘 닿는 부분으로 배치했다. 옷걸이에서 달랑거리는 옷들도 제대로 옷걸이에 끼우며 마무리.
정리정돈을 하면 쾌감이 느껴진다는 건 늘 아는 사실이지만 옷장정리는 특히나 그 쾌감이 곱절로 느껴진다. 한철입고 질려서 안입은 게 아니라 옷상태가 좋지 않으니(구김이 가고 튿어지고 얼룩이 잔뜩) 다시 꺼내입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옷관리를 늘 신경써서 하는 남편의 마음이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정리도 하고 옷값도 줄이고 일석이조. 익숙한 옷들의 재발견을 하니 더없이 뿌듯했다. 물론 작년에 비해 살이 쪄서 꽉끼는 옷들도 많아 문득 겨우내 방치한 몸도 정리정돈을 해야겠다는 결심까지 이끌어낸 오늘이다.
주말동안 간식 줄이고, 몸도 정리정돈하면서 정리해둔 옷들을 꺼내입는 즐거움을 누려야겠다. 그 어느때보다 화사하고 휘황한 새 봄옷들의 유혹에서 벗어나긴 어렵겠지만 우선 가지고 있는 옷들 잘 활용해보기. 그리고 철지난 옷들도 다시 그 옷의 계절이 돌아올 때 홀대하지 않도록 세탁과 드라이를 잘 맡겨놔야겠다.
옷정리의 진정한 쾌감은 이런 사소한 정리의 주체가 나라는 점. 내가 관리하기에 따라 묵은 옷들도 새옷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성취감마저 돋운다. 반아이들과 두 남매는 내 뜻대로 안되어도 옷 정리와 다이어트는 노력으로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큰 수확은, 울적했던 기분이 봄맞이 옷장정리를 하며 나아졌다는 것. 울적하거나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될 땐 옷장정리나 가벼운 집 정리를 하며 환경의 변화를 꾀해야겠다. 전과 다른 새로운 기분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