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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이 Jan 20. 2024

고민이 있을 땐, 어떻게 하세요?

“누나는 고민 있을 때 어떻게 해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던 친구가 나에게 평소 고민이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질문에 답하려고 ‘나는 어떻게 하더라?’ 생각했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그제야 기억을 더듬어 봐야 할 정도로 평소에 스스로의 ‘고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어라? ‘내가 아는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이상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동안, 어쩌면 거의 평생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 아니,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고 생각한 게 더 정확하다. 그런데 내가 변한 거다. 사실 나는 지금도 변하고 있다. 고민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도 내게 생긴 큰 변화 중 하나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잘한 것들은 뒤로하고, 나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꾸준한 감사기록 

요즘 어디서나 감사일기를 쓰라는 유튜브 영상이나 책이 많이 나온 것을 보게 된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매일 아침에 감사한 것들을 적는다. (간혹 저녁에 할 때도 있는데 대개 적는 걸 잊어버릴 때가 있어서 되도록 아침에 적으려고 한다) 이는 1년 여 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아침 루틴에 녹아있다. 토요일을 포함해 평일에는 14개, 일요일에는 16개를 적는데, 그러면 한 주에 감사한 것 100개가 쌓인다. 


처음부터 익숙하게 잘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엔 뭐가 좋다는지 잘 몰랐다. 시간이 쌓이고, 여러 가지로 내게 맞는 방법들을 찾기 위해 변화를 주고 또다시 회고해 보면서 매일의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바뀌는 게 느껴졌다. 불안이 높아서 늘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나였다. 예상했겠지만 대부분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들이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하고 정작 해야 할 것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아침에 감사기록을 적으려면 아무래도 전날 한 일들을 일기 쓰듯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오늘 아직 살아보지 못한 시간들을 미리 감사하게 된다. 미리 감사해 버리니까 불안을 느끼고 걱정할 일이 줄어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둘째, 회복된 체력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낸다. 정말 조금 양념 쳐서 마음먹으면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걷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걷지 않는 이상 걸을 일이 없었다. 그렇게 천천히 몸 상태가 악화되었다. 그래서 지난해 2월부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1시간씩 걷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걸으면 약 5천 걸음이 된다). 처음엔 대표님의 지시였다. 이러다 직원이 단명할 것 같다나? 


처음 1~2개월은 5천 걸음 걷는 것도 힘겨웠다. 뒷다리가 땅기고, 되려 피로가 더해지는 것 같았다. 차츰 걷는 게 익숙해지면서 내가 루틴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3개월 차부터는 밀가루 단식을 병행했다. 매일 체감하는 피로도가 현저히 줄었고 몸이 가벼워졌으며 버텨내는 힘이 더해졌다. 체력이 회복되면서 무엇보다 ‘나도 할 수 있네?’라고 생각하는 자기 효능감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성과이자 보상이었다. 예전 같으면 오래도록 ‘내가 할 수 있을까?’ ‘아냐 나는 못해' 사이에서 고민하며 미루고 미루다 쫓기듯 무언가를 했다면, 자기 효능감이 높아진 후에는 ‘해보지 뭐!’ ‘안되면 뭐 어때?’라고 생각하면서 움직여보려는 시도가 많아졌다. 이제야 비로소 알았다. 왜 많이 실패해 보라고 하는지를. (궁금하면 움직여보시라) 


셋째, 글쓰기를 통한 사고의 객관화 

그동안 내가 써온 글들은 대개 일을 하면서 마주했던 어려움들과 그때의 감정, 생각이 재료가 되었다. 아직 뼈대를 만들어 글을 쓰는 훈련이 되어있지 않아서 어떤 글을 쓸지 키워드 정도로 메모해 놓은 것들을 보며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써 내려갔다. 그러다 보니 글의 서두에서 스스로 질문했던 내용을 글을 맺으며 답을 찾거나 스스로에게 힌트를 주는 일이 생겨났다. 


그리고 알게 됐다. 내가 일하면서 ‘어렵다'라고 느끼는 것들이나 고민하게 되는 내용들은 처음 해보거나, 그래서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해본 적 없는 건 해보면 되고, 잘 모르는 것들은 배우고 익히면 되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돼버린 것이다. 더 이상 내가 느끼는 막막함과 어려움이 일상의 나를 파괴하거나 흔들어놓을 만큼 영향력 있지 않다.  






나는 많은 사람이 무언가 ‘막연하고 아득할 때' 불안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 불안이 바닥에 붙은 껌처럼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들을 붙이고 붙여 덩치를 키운다. 그럴 땐 그 막연한 것들을 눈에 보이게 해야 한다. 내가 느끼는 불안에 대해, 내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대해 글, 그림, 마인드맵 무엇이 되었든 눈에 보이게 머릿속에서 꺼내야 한다. 


그러면 보인다. 이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그렇지 않은지. 내 상상보다 덩치가 작을 수도 있고 되려 더 클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꺼내서 직접 봐야 내가 움직일 방향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고민이 있을 때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고민을 고민으로 남겨두지 않으려고 노력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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