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문득
내 가치를 타인에게 찾았었다.
그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던 지난날들
그들의 칭찬, 밝은 미소를 받기 위해 나를 없애고
아무런 안전장치도 구비하지 않은 채 그들이 띄우는 대로 올려져서
조금이라도 내려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느라 온 힘을 소진하는.
그래놓고 짐짓 겸손한 척하며 즐겁다며 자위하던 지난날들.
사실 대부분의 사회인이라면 이런 모습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런 모습을 과연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과거를 떠올리며 회의감을 갖고 자아비판을 해야 되나.
사람은 무인도에서도 혼자 사는 것이 아닌 어떻게든 타인과 엮여 산다고 한다.
인생은 절대 혼자 살 수 없기에 저런 모습은 배려라 부를 수 있고
심지어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쓸모는 타인이 날 불러줄 때
타인이 내 힘이 필요할 때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
내 어깨에 기대고 싶을 때
발휘되는 게 아닐까
다만 이것이 때론 너무나 크게 아픔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내 쓸모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주었을 때
그래서 그 쓸모가 발휘될 때
나는 엄청나게 기쁘고 뿌듯하고 가치 있음을 느끼지만 반대로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을 때
내 힘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
내 이야기를 누구도 듣지 않을 때
내 어깨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을 때
그럴 때 난 언제나 무너지고 말았다.
나란 사람의 가치는 언제나 타인이 쌓아 올리고 무너트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난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란 사람의 가치를 전혀 모르고 알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이제서라도
나의 쓸모를 나에게서 찾아야 한다.
언제일까 내가 필요할 때가
내가 나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돼주고 희망의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나의 쓸모를 타인에게 찾지 않고 나에게 찾게 되는 어느 날
그때는 한 번은 말하고 싶다.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