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꿈

낮잠을 잤다. 한 다리는 양반다리로 다른 쪽은 뻗고 누웠는데, 애냥이 연근이가 내 다리 사이로 와서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이불 위에 누웠지만 내 한쪽 다리가 지지대가 되어서 연근이는 내 둥지 안에 들어왔다. 양반다리로 자는 게 불편했지만 연근이를 위해서 그 다리를 뻗지 않았다.

연근이의 체온으로 몸이 더 따뜻해졌고 연근이도 그랬다. 연근이 크기만큼의 따뜻함. 예전에 햄스터를 키울 때는 손안에 한 움큼 쥐어지는 따뜻함이 있었다. 연근이는 그보다는 더 큰 따뜻함이었다. 생명은 크기는 달라도 저마다의 온기가 있고 위하는 사랑이 있다.

서로 품는 마음으로 다가와 곁을 내어준다는 것, 살이 닿는다는 건 그 마음이 몸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

나는 불편함도 잊은 채 잠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를 품고 한두 시간을 푹 잤다.

잠결에 연근이 꿈을 꿨다. 꿈속에서 연근이가 깨우는데, 느껴지는 게 있었다.

"엄마, 가르쳐 줘야지. 일어나!"

아무 말은 없었지만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나에게 뭘 배우고 싶은 거지?'

나는 침대에 앉아 생각했다. 연근이가 요즘 사냥놀이에 흥미를 잃었는데... 그런 만큼 나나 아이들은 사냥놀이 장난감을 더 세차게 흔들어대지만, 힘쓰는 것에 비해 연근이는 시큰둥했다. 장난감을 새것으로 바꿔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연근이도 아는 것 같다. 상대가 정말 좋아서 놀아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야옹하고 보채니까 건성으로 해주는 거라고. 더 더군다나 한 달째 연근이는 알레르기가 있어 정말 좋아하는 츄르를 먹지 못한다. 그래서 사료만 먹고 있는데 가짜 쥐와 깃털, 물고기 장난감에 마냥 즐거워할 수 없지.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사냥놀이 깃털을 숨길 때 좀 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연근이는 깃털을 찾아서 물고 와, 다시 숨기라고 물고 있던 장난감을 바닥에 놓고 간다.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강아지처럼 그 자리에 있다.

나는 연근이가 좋아할까를 생각하며 숨숨집에 숨기기도 하고, 침대 이불 안에, 소파 틈새에 꽂아 놓는다. 그러면 연근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안 곳곳을 찾아다니다가 장난감을 찾아온다. 깃털은 숨겨있지만 나온 손잡이를 보고선 이불속에 얼굴을 파묻고 들어가 반듯이 깃털을 물고 온다. 똑똑한 연근이! 가끔 고양이가 아니라 개가 아닌가 착각하게 된다.

연근이는 숨은 사냥감을 좋아하니까. 눈앞에서 흔들며 내가 줄까 말까 하는 장난감보다 제가 생각해서 찾아내는 게 재밌는가 보다.

연근이도 좋아하는 걸 하고 싶고, 그 마음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같다.

집이란 좁은 공간, 매일 똑같은 일이 리얼하게 재현되는 장소에서 호기심이란 게 나오길 바라는 연근이의 몸짓이 오히려 고맙다.

꿈에 내게 배우고 싶어 하는 연근이의 모습이 사실은 나를 가르치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연근이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양반다리를 한 한쪽다리를 느꼈다. 불편하지 않다는 걸.

온기로 채운 크리스마스이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