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길냥이

도토리가 돌아다닌다. 동네 이곳저곳을 네 발로 달린다.

난 이름 모를 길고양이를 찍어 막내에게 보여줬다.

“얘 아니?”

“응, 도토리야.”

“그럼, 저 나무 사이에 숨어 있는 애는?”

“그 애는 몰라.”

동네에서 사랑받고 있는 길냥이라서 그런지 도토리는 제법 통통하다. 이름을 닮아서인지 가까이서 보면 더 통통하고 귀엽게 생겼다. 검은 길고양이도 자주 보이는데, 그 고양이는 유난히 경계심이 많다. 다른 고양이에 비해 꼬리가 짧다. 토끼 꼬리처럼 짧은 그 길냥이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막내가 다니는 중학교 주변에는 황토색 길냥이가 자주 돌아다닌다. 공원 수돗가에 나타나 “야옹” 하고 운다.

"마요가 물이 먹고 싶은가 봐!"

어느 날 막내는 수돗물을 틀어 주어 물을 먹인 적이 있고, 그 모습을 본 아들도 딱한 마음에 슈퍼에서 물을 사 와 먹였다고 했다.


마요는 학교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고, 학생들이 키우다시피 했었다. 학교에서도 한동안은 묵인했었다. 하지만 여러 길냥이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으면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겼나 보다. 결국 고양이들을 모두 쫓아냈다고 막내가 말해준 적이 있다.

학교를 제 집이라고 생각했는지, 마요는 떠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며 울었다. 어떤 날은 근처 벤치에 앉아 몇 시간을 울었다고 했다. 그러면 이 고양이를 알던 학생들이 찾아와 물도 주고 츄르도 사 주었겠지.

추운 겨울이면 그 모습이 더 안타깝다. 하지만 집으로 데려올 수는 없다.


요즘엔 우리 집 애냥이 연근이를 보다 보면, 동네 고양이들이 더 자주 떠오른다. 동네에는 주민들의 손길로 돌봄을 받는 길냥이도 있고, 사람의 손길을 피하는 고양이도 있다. 집에서 키우는 애냥이도 있다. 야생동물을 집에서 키울 수는 없지만, 주민 모두가 ‘관리한다’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지침은 필요해 보인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표지판은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고양이뿐 아니라 우리 동네에는 너구리도 돌아다닌다. 이말산과 진관사, 북한산이 가까워 멧돼지가 출몰하기도 한다. 동물들과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동물별로 동네 차원의 관리 지침이 있으면 좋겠다. 내년에 주민자치회 마을 의제로 한 번 내볼까 생각해 본다.


길냥이가 추위를 피해 상가 에어컨 뒤에 숨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모습이 괜히 걱정이 됐다. 아파트 지하실이나 몸이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있다면, 그곳에 숨어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큐를 찍는 기자라면 아마 동네 고양이들이 쉬는 공간을 찾아다니며 카메라에 담았을 것 같다.


막내는 길냥이들이 보통 3년 정도 산다고 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10년 이상 사는 것에 비하면, 너무 이르게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셈이다.

겨울처럼 동물들이 살아가기 힘든 계절에는, 주민들이 조금 더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주면 좋겠다.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동네, 사람과 동물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동네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