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이의 행복을 찾아서

- 조카의 행복, 조카의 팬

연근이 팬이 부천에도 살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언니 막내딸이다. 내가 자매 카톡방에 연근이 사진을 올리면, 사진을 뽑아 코팅을 해서 반 친구들에게 자랑한다고.

"우리 연근이 귀엽지!"


조카는 10월에 왔었는데, 3개월 만에 연근이를 보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연근이는 깃털 장난감낚싯대를 흔들어대도 시큰둥이다. 샴 고양이라 그런지 제 성격 탓인지, 거들떠도 안 봤다. 조카는 조금 실망을 했지만 연근이가 다가올 걸 기대하며 두어 시간을 연근이를 졸졸 따라다녔다.

연근이도 오래간만에 봐서 그런지 거리를 두며 보다가, 친근해지려고 하는 조카 마음을 알았는지 얼굴을 비벼주고 갔다.

"고양이가 와서 비비고 가는 건 애정표현 이래!"

조카는 좋아했다.

"내가 이런 맛에 온 거야!"

행복해하는 조카의 모습에 연근이도 그랬을 것 같았다. 디데이를 표시해 놓고 손꼽아 기다렸던 조카, 문득 행복의 조건을 생각해 보았다.


연근이와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건데,

행복이란 것도 그 안에 있으면 또 다른 행복을 찾느라 가까이에 있는 걸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요즘엔 아이들이 연근이가 없었을 때처럼 심심해한다. 각자 친구들과 수다 떨고 노느라, 학교나 학원 외에 게임 등 개인적인 일로 바쁜 것 같다.

연근이는 현관 신발장 앞에 와서 "야옹, 야옹" 하며 운다. 그러면 "왜 울어?" 하며 큰딸이 와서 반응을 제일 잘해주곤 한다. 그래서인지 연근이는 큰딸 방에서 더 크게 그리고 자주 운다. 관심받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외로웠어? 연근아, 같이 놀고 싶었어?"

큰딸이 낚싯대를 가져와 놀아주지만 연근이는 몇 분 만에 싫증을 낸다.

"연근이가 놀기 싫대."

큰딸도 거실에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막내는 외출하거나 돌아올 때 잠깐은 연근이를 비비며 예뻐하지만, 자기 방에 들어가서 나올 줄 모른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어느 날부터 작곡을 하겠다며 노트북에 깐 프로그램에 대고 "아~~"를 여러 번 반복해서 몇 시간 녹음하더니, 자기 목소리로 곡을 쓴다며 방에 아무도 얼씬 못하게 한다. 작곡할 때는 잡음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나도 글 쓰며 자격증 공부도 하느라 연근이가 울어도 못 들은 척할 때가 많다. 아들은 치킨집에서 알바를 하느라 바쁘고, 남편은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어 근처에도 안 온다.

행복을 피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그러는 사이 연근이도 사냥놀이에 흥미를 잃었는지 모른다.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책장 위에서 가족들 구경하다가 캣타워나 스크래쳐 안에서 몸을 옹크리며 자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떤 날은 아들방 옷 바구니에 들어가 자고 있는 줄도 모르고, 연근이가 사라졌다며 가족 모두가 연근이를 찾은 적이 있다. 이러다 우리 집 행복이 연근이가 정말 집을 떠나면 어떻게 할까?

동물병원 수의사선생님이 고양이를 키우면서 인생에 꼭 한 번은 잃어버리는 고비가 온다고 했는데. 연근이가 무관심에 집을 떠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방관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연근이가 더 삐치기 전에 새로운 장난감을 여러 개 사줘야겠다. 연근이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연근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찾을지 모른다.

행복도 가만 놔두고 살피지 않으면, 행복의 의미를 잃거나 고이는 물이 될지 모른다. 행복의 물질을 해야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연근이가 어떤 장난감이든 무시하고 지나치지만, 한 가지 싫증 내지 않고 노는 게 있다. 낚싯대 장난감을 이불속에 넣고 움직이면 이불에 봉긋 올라온 것이 두더지 지나가는 처럼 움직이는데, 그걸 잡으려고 연근이가 용을 쓴다. 이렇게 놀아줄 때는 내가 팔이 아파 멈출 때가 더 많다. 장난감을 숨기면 오히려 찾으려 하는 연근이 취향!

당분간은 이렇게 자주 놀아줘야겠다.


어제 조카도 이불에 낚싯대를 넣어 놀아주면서 연근이와 가까워졌다.

"방학에 또 올 거야!"

'다음에 조카가 올 때는 좀 더 활기찬 연근이 모습 기대해.'

마음속으로 조카에게 약속해 본다. 연근이의 행복을 찾아서, 장난감 쇼핑몰로 고고!

2~3살 아이 장난감 고르듯 들뜬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