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이 토끼

찰칵!

이번에는 막내가 다이쏘에서 토끼모자를 사 왔다.

연근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저번 넥카라를 둘러줬을 때는 온 집안을 당당히 걸어 다녔는데, 미동을 안 한다.

그래도 연근이는 사진 찍으라며 가만히 있어준다.

효자답다!

막내와 아들이라면,

"싫어, 왜 엄마 마음대로 사와?"

라고 맘에 안 들다며 불평했을 것 같다.


동물병원에 수의사선생님에게 물은 적이 있다.

"연근이가 현관문의 스토퍼를 앞발로 내리고, "야옹, 야옹" 해요. 밖에 나가고 싶은 걸까요?"

"표정을 보셨어요?"

선생님이 오히려 궁금한 듯 물었다.

"아니요. 이런 행동이 걱정됐어요. 왜 그렇죠?"

"어떨 때 그러던 가요?"

"가족들이 각자 자기 일로 무관심할 때 그랬던 것 같아요. 야옹하고 현관문에서 울어도 따라가서 아는 체하고 놀아주면, 안 그러긴 해요. 심심했나 봐요."

"그런 것 같네요."


연근이는 사람의 말로 표현을 못 하니까, 표정으로 말하나 보다.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내가 미안했다.

온몸으로 충분히 말해주고 있었는데...

연근이에게 토끼모자를 씌우려 하면 고개를 젖히고 한 번은 거부했다. 그래도 내 마음을 알아서 써 주는 연근이. 몇 컷 찍고 얼른 벗겨주었다. 연근이가 머리를 털었다.

연근이도 남자다운 수컷이라 넥카라를 할 때는 겨우 참았지만, 토끼모자는 아주 어색했을 것 같다. 고양이의 상징인 귀를 숨기고 토끼 귀를 달게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참고 모델이 돼줘서 고마워, 연근이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