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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행글

까만 밤에 오는 비

by 사과꽃


늦은 시간 식당을 나오니

말갛던 도로에 누가 물을 뿌렸는지

점점이 젖은 바닥은 눈을 비벼봐도 색깔이 짙어


얼굴에 닿는 물은 소리 없이 내리고

장비도 없이 나섰는데

그리 오다가 말 건지 안 오려다 오는 건지


대낮 같은 불빛에 빗줄기가 묻혀

전신주 위로 불빛에 빗대 보니

까만 하늘에 운무처럼 흩뿌리는 실루엣


이런 날은 어디 창가에 앉아

늦도록 구경해도 좋은데

익숙해진 단념이 꾸역꾸역 귀가를 재촉하고


찰나에 머물다 서러움이 그리워

뒤따라 오는 까만 밤의 비와 어깨동무하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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