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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행성 과학자 Nov 21. 2022

스웨덴 대학원 문화컬쳐-(1)

한국과 스웨덴의 대학원(혹은 직장) 문화 차이

안녕하세요, 스웨덴 과학자입니다. 호기롭게 첫 글을 올리고 한달이나 넘어서 두번째 글을 올리려니 제법 민망하군요.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노트북을 옆 나라 핀란드에 사는 무민이 가져가서 찾아오느라 그런건 당연히 아니고 제가 게을렀습니다 하하 (그동안 블로그 독촉했던 토끼박사한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거두절미 인절미하고 오늘은 스웨덴의 대학교 연구실 생활을 얘기해보려합니다. 제가 외국 랩생활을 찾아봤을때 아무래도 미국에 대한 정보보다 유럽 정보는 찾기가 어렵더군요. 그나마 영국과 독일은 간간히 찾을 수 있었는데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은 정보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제 소소한 경험을 공유하려합니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하여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특징 혹은 한국과의 차이를 개조식으로 소개해보겠습니다. 제가 근무 중인 스웨덴왕립공대 기준이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럴때 이렇게 말하죠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최대한 생생하게 전달해 드려보겠습니다. 스웨덴 박사과정은 직장인 개념이라 아마 직장 문화도 유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레츠고레츠고.


1. Hej Ricardo!

- 스웨덴 문화에서 가장 한국과 다른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바로 여기는 모두가 서로의 이름을 부릅니다 (교수님한테 조차도!). 제가 듣기로 북유럽 바이킹의 문화에서는 연차에 상관없이 모두가 boss에게 의견을 쉽게 말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그 문화가 계속 이어져 내려와 여기는 직위, 나이, 직업에 상관없이 서로의 first name을 부릅니다.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서 누군가를 소개할때는 앞에 Dr.나 Prof.를 붙이겠지만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때는 무조건입니다. 스웨덴에서 도착해서 1차 충격은 학생들이 교수님 이름을 자연스럽게 부르는 것이었고, 2차 충격은 회의할때 친구들이랑 얘기하듯히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xx아 너가 알려준 방법으로 해봤는데, 이거 잘 안되던데?" 

- 물론 영어자체가 존댓말이 없긴하지만 미국에서는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Prof.나 성을 부르는 반면 여기는 처음 만나는 상황에서도 이름을 부릅니다. 문화와 언어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대화뿐만아니라 생활적인 면에서도 매우 수평적입니다. 한국도 점차 공학분야의 fast follower가 아닌 first mover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연구진행을 위해서 조금은 더 수평적인 문화가 만들어져야하지 않나 생각이듭니다. 아래는 극단적인 예시니 재미로만 봐주세요.


(스웨덴)

교수: OO아 이거 A 아냐?

학생: 내가 확인해봤는데 B인것 같아

교수: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해볼래?

학생: (교수와 토론)


(한국)

교수님: OO아 이거 A 아냐?

학생: 교수님 말씀이 맞습니다. 다만, ~한 이유로 B도 시도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확실하니?

학생: A 먼저 해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2. 석사과정은 학생, 박사과정은 직장인

- 스웨덴 대학원의 학위 방식은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가집니다. 한국에서는 석사와 박사과정의 지원과정, 행정적 신분, 연구활동이 사실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석박사통합과정의 비율이 높기도하고, 석사과정부터 점차 전문성을 키워나가 박사논문으로 완성하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스웨덴은 두 과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먼저 석사과정동안에는 대부분의 기간동안 소속된 연구실이 없습니다. 코스웍 즉 전공수업 공부 위주의 과정이며 마지막 학기에만 기업-학교 연계 프로젝트에 지원하여 학위논문을 쓰는 형식입니다. 반대로 박사과정은 직장인에 가깝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프로젝트베이스로 박사과정 공고가 나면 지원하여 합격할 경우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석사과정보다 박사과정 입학 난이도가 일반적으로 훨씬 높다고합니다. 

- 개인적으로 이러한 스웨덴의 학위과정은 부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입학하여 석사과정때부터 사실 급하게 연구과제에 투입되기때문에 코스웍의 중요성이 다소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업듣고 시험보는건 언제나 끔찍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코스웍의 중요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논문을 통해 최신 연구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초 전공지식이 올바른 연구방향 설정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반대로 석사과정부터 연구과제에 참여하면 더 큰 연구흥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박사진학률이 높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3. 출퇴근 아주 자유로워, but 좋은 것만은 아냐

- 이 부분은 랩마다 당연히 다를 수 있으나, 저희 학과 전체적으로 봐도 출퇴근에 있어서는 사당히 유연합니다. 미팅이나 세미나 시간만 잘 준수하면 특별한 터치는 없습니다. 연구 진행에 문제만 없다면 재택근무에도 제약이 없어보입니다. 다음에 소개할 fika 문화까지 겹쳐서 가끔은 아니 얘네 도대체 언제 연구하는거야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랩 친구와 일찍 퇴근하고 스톡홀름 오픈 구경한 날 찍은 사진입니다. 

- 하지만 이 부분은 역으로 생각하면 '너가 언제 출퇴근하는지는 관심 없어, 하지만 연구 진행에는 문제가 없어야돼' 라는 뜻입니다. 저 같은 경우 지금 랩에서 새로운 연구과제를 맡게되어, 첫번째 달에는 혼자 문헌조사에 집중했습니다. 그러자 PI (연구책임자 혹은 교수님)인 Ricardo가 묻더군요 "Hello Joon, how is it going? Are you making progress?'. 순간 아차했습니다 왜 연구원들이 교수님이랑 밥먹거나 커피마실때 자기 연구 progress를 그렇게 열심히 얘기했는지 알것같더군요. 프로젝트를 잘 진행하고 있다는 걸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PI가 알수가 없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정기적으로 메일이나 오프라인 미팅을 통해 제 progress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PI와 매우 수평적이기때문에 같이 얘기나누는걸 어려워해서도 어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 혹시 모르니 저날 땡떙이친건 비밀로 해주세요.


4. 세미나/연구교류에 매우 적극적

- 개인적으로 스웨덴 연구 문화에서 가장 부러운 부분은 '서로의 연구를 존중하고 잘 공유'한다는 점입니다. 한국 대학원에서의 전체메일 중 가장 큰 부분이 [행정서류제출요청]이라면 스웨덴에서는 [세미나일정공지]입니다. 한국에서 관련 연구자가 랩이나 혹은 학과에 초청되어 세미나를 한다고 하면, 참여가 저조한 경우가 많습니다 (심한 경우 사다리타기나 막내들이 가게된다는 건 비밀). 여기는 강제성이 없음에도 누가 세미나를 한다고 그러면 특별한 스케줄이 있지 않은 이상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석합니다. 제 생각에는 여기 사람들은 공동연구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지 않나 싶습니다. 

- 반대로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아직 공동연구에 대한 경험과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지 않아, 이런 부분을 시간낭비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국경없이 연구하는 세상에서 랩은 고립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기 위한 첫 걸음이 세미나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라고 생각하기때문에, 문화적으로나 연구원들 인식자체적으로 더 세미나 친화적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아래 사진은 한 학생의 박사 디펜스날입니다. 한국은 closed 디펜스 형식이라 심사위원들만 참석하는 반면 여기는 박사 디펜스에도 연구 주제에 큰 관련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모여 같이 듣고 축하해줍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의 신랄한 코멘트에 당황하는 나 자신을 모두에게 공개해야합니다. 하하 한국에서 학위받고오길 잘했다.


정리

- 오늘 소개해드릴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본래는 스웨덴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피카(fika)에 대해서도 소개해드리려했지만, 분량의 제한이 있어 2편에서 다른 내용들과 같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스웨덴의 대학원 문화-1편을 요약하자면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학생'에게는 아주 좋은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반대로 '본인이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도 안도와주기때문에 허탕만치고 대학원 생활을 끝낼 수도 있습니다. 결국 '개인의 가치'를 중요시하냐 '단체의 가치'를 중요시하냐라는 철학적인 문제하고도 많이 닮아있는 스웨덴과 한국의 대학원 문화차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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