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정말 크리스마스에 진심이구나
22년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제가 중학교때 가장 먼저 외운 영어 속담이 '시간은 활시위를 떠난 활과 같다' 였는데, 이번 해도 어떻게 흘러갔는지 조차 모르게 정신없이 지나갔네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해인 것 같습니다. 학위를 받고, 전문연구요원을 끝내고, 해외로 포닥을 나오고 또 이런저런 개인사로 22년이 로터스 과자 상자처럼 꽉꽉 차있는 것 같네요. 그렇다는 건 나중에 꺼내먹을 추억이 많다는 것이니 좋게 생각하려합니다 하하. 특히 새해 카운트다운을 스톡홀름에서 한다는 것만큼은 나중에 딸과 아들래미에게 허세부리기 괜찮은 경험 같습니다.
오늘은 스웨덴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이야기하려합니다. 다들 북유럽은 여름에 와야 날씨가 너무 좋다라고 얘기하지만, 개인적으로 북유럽을 '북유럽 답게' 느끼기 위해서는 연말 크리스마스 시기를 추천합니다. 논문도 브런치도 두괄식으로 쓰는게 좋으니, 스웨덴의 크리스마스를 아래 3단어로 표현하고 싶네요. 한 장면으로 표현하면 '밖에 눈이 펑펑오는데 촛불을 켜고 아늑한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화목한 집안의 창문 실루엣'
(1) 따듯합니다 (물론 열역학적으로는 틀린 말입니다)
(2) 고즈넉하다 (cozy라고도 표현하고 싶네요)
(3) 조금 짠합니다 (?)
먼저 스톡홀름이 가족 위주의 복지 국가다 보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도심에 나가면 가족 단위의 행인들이 많습니다. 특히 기본소득이 중요한 가치인 나라다보니 부자는 드물지만 사람들 대부분이 특유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제가 외국인으로서 피상적으로 느끼는 부분도 분명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굉장히 따듯합니다. Have a nice day라는 인삿말이 상투적으로 안느껴진다고 할까요.
<감라스탄의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 다들 크리마스를 앞두고 들떠있습니다.>
두 번째는 고즈넉인데, 이런 분위기는 스웨덴 특유의 조명 문화와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방문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스웨덴의 집 실내는 우리나라처럼 쨍하게 밝지 않습니다. 해질녘정도의 밝기를 갖는다고 해야할까요. 저는 아직도 이 부분이 적응이 안되는데 반대로 스웨덴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오면 눈이 너무 부시다고합니다.
<평범한 스톡홀름 거리 사진인데, 이런 조명 분위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건 좀 의아해하실텐데 짠한 감정도 듭니다. 스웨덴은 워낙 가정적인 문화라서 장점도 물론 많지만 사실 상당부분 그 원인이 비싼 물가에 있습니다. 외식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니 웬만하면 집에서 노는 것이죠. 홈파티도 사실 우리나라처럼 밖에서 1차, 2차 할 수가 없기때문입니다. 이렇다보니 크리스마스는 이러한 홈파티에 정말 좋은 명분입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2달 전부터 초와 장식품을 사서 준비합니다. 가끔 스톡홀름이 한국의 대전같은 이미지라고 느낄때가 있는데 (편리한 도시지만 이벤트가 적은?), 그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julbord라고 jul(크리스마스) + bord(식탁) 크리스마스 시기에 우리나라로 치면 결혼식 뷔페같은 곳을 예약해서 다같이 식사를하곤 합니다. KTH 저의 학과에서 주최하는 julbord를 참석했는데 생각보다 공간이 협소하고 메뉴가 적어서 개인적으로는 실망을 했습니다 (종류는 많은데 그 중 청어 요리가 10개가 넘습니다 후덜덜). 그래도 스웨덴에서는 이러한 큰 뷔페를 가기 어려운지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오늘은 스웨덴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소개해봤습니다. 아 그리고 스웨덴은 무교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말인즉슨, 크리스마스를 순수하게 축제로들 즐긴다는 얘기입니다. 커플 데이트 위주의 크리스마스인 우리나라와, 홈파티 위주의 크리스마스인 스웨덴 어디 쪽이 더 끌리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