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7부터 4월 27일까지 여의도 더 현대에서 열리는 다비드 자맹 전시회에 다녀왔다.
사람이 많을까봐 점심 전에 가야겠다 싶어서 일요일 11시반 전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서 좋았다.
입장료는 원래 성인 18,000이지만 현대백화점 어플로 주는 쿠폰을 통해 20% 할인을 받아서 들어갔다.
다비드 자맹이라는 작가는 원래 알던 작가는 아니고 어제 길에서 버스에 붙어있는 광고를 보고
팜플렛에도 나오는 저 그림이 뭔가 강렬하게 느껴져서 다음날 바로 전시회를 갔다. (행동력 칭찬해)
결론적으로 너무 가치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최근 미술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현대 미술 전시"라고 검색해봐도 보통 유명한 작품의 경우 실제 작품 전시가 아니고, 이건희 소장품 전시회는 평일에도 예약이 힘들고...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미술 전시회를 다녀오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유명한 전시회가 아닌 경우에는 전시회 작품과 내 취향이 맞아야 돈도 시간도 아깝지 않은데,
이번 다비드 자맹 전시회가 딱 그랬다!
(물론 세계적으로 엄청 유명한 작가이지만, 나같은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기준에서는
모네, 고흐, 피카소와 같은 전시회와는 느낌이 다르긴 하니까. ㅎㅎ)
이번 전시는 우선 그림 안에 담긴 철학이나 세계관도 너무 공감이 가서 좋았지만,
다비드 자맹 작가의 그림 자체가 너무 내 취향저격이였다...
나는 보통 색깔이 많은 유화 그림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같은데, 작가의 물감과 색감 사용이 너무 맘에 들었다.
전시회를 보면 다비드 자맹의 어린시절 그림에 영감을 준 프랑스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풍경화부터
최근 새로운 화풍이 담긴 아이들 그림까지 다양한 그림들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시그니처는 '댄디(Dandy)'이다
[짧은 설명]
19세기 영국 사회에서 처음 등장한 댄디는 당시 신흥 부르주아 세력에 대한 반발심을 가진 젊은층으로 구성되었으며,
물질만능주의를 추구하고 예술을 경외시하는 부르주아 계급을 비판하고 스스로 예술 애호가임을 자부했다고 한다.
이러한 "댄디즘"은 영국에서 프랑스로 넘어가서 젊은 층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다비드가 그려낸 댄디들은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된 모습으로 드러나지만, 풍기는 느낌은 19세기 댄디들과 닮아있다.
늘 고립되어 홀로 책을 읽거나 오롯이 자신의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이 특징적이다.
특히 다비드가 그린 춤추는 댄디들의 모습은 무엇보다도 내적 해방의 절정감에 다다른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술은 사람의 인생을 훨씬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물질 만능주의 부르주아 계급보다는 자신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
그것을 환희에 찬 모습으로 즐기는 댄디의 모습은 그 어떤 부르주아들 보다 멋지다고 생각한다.
물론 댄디즘도 상류층에서 일어난 하나의 시조라는 점에서
기성의 사회 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는 히피와는 전혀 다른 느낌과 개념이다.
물질적인 부르주아 세력에 반발하지만,
우아한 복장과 세련된 몸가짐으로 대중들에게 정신적 우월감을 은연 중에 과시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조금 허영스러운 면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스탕달은 댄디즘을 '넥타이 밖에 멜 줄 모르는 멍청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념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예술의 멋을 알고 패션, 문학, 음악, 미술을 진심으로 즐기는 댄디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 색깔을 다채롭고 조화롭게 사용한게 너무 맘에 든다.
나도 평소에 개개인은 하나의 소우주라는 생각을 해왔는데,
작가도 색감의 다채로운 시도를 통해 내면의 감정을 겉으로 가져와
각자가 지닌 고유의 감정과 개성을 떠올리며 개개인이라는 소우주를 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했다고 하여 더 마음에 와닿았다.
다비드 자맹은 자신에게 영감을 준 위대한 화가의 초상화 또는 그 작가의 그림을 새로 해석하여 경외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다비드가 그린 피카소와 모네 초상화 또한 다비드 자맹의 다양한 색감을 통한 개인의 개성과 감정이라는 내면을 외면으로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한다.
저 초상화에 들어있는 다양한 색깔들이 피카소랑 모네의 개성을 잘 나타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
(집에 걸고 싶다!!!)
다비드 자맹이 작품이 좋았던 마지막 이유는 다비드 자맹의 그림에서 행복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세상에 더 어둡고 심오한 세계관을 가진 위대한 작가들도 많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그림이 보고만 있어서 기분이 좋아지는 아름답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이 좋다.
최근 다비드 자맹이 자녀가 생기면서 새롭게 생겼다는 화풍의 아이들도 너무 귀엽고 행복해 보여서 보고만 있어서 미소가 지어진다.
(귀여운 것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의 취향저격이다.)
아직 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단계라 나만의 예술관 비슷한 것도 없지만,
이번 전시회를 통해 느낀 다비드 자맹의 예술 세계가 내가 즐기고 싶은 예술과 어느정도 방향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가에 대한 동경심이 생기는 전시회였다.
보고나서 많은 생각과 영감이 떠오른 전시라서 앞으로도 주말을 이용해서 더 많은 전시회를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