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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Mar 09. 2024

아란 무늬 벌룬 스웨터를 입은 파올라레이나





나이가 먹으면서 내가 싫어하는 삶의 방식 중 하나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이다.   어떡하다, 어찌하다  완성한 결과물은 온전한 내 것이 아니다.  다시 해보려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헷갈리고,  설명이라도 해야 될 경우엔 해답지를 베껴 정답을 맞힌 학생처럼 쩔쩔맨다.  



뜨개를 몇 번 떠봤지만, 그때마다 친절한 안내자의 도움을 받았기에 나는 소매를 만들고, 빠진 코를 줍고, 무늬를 넣는 규칙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선생님의 도움으로 만들고자 했던 니트는 완성됐다.  경험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방식이 어느 순간 내게 부질없게 느껴졌다.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더라도 어디서 실수를 했는지 알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고단하지만 즐겁다.  그래서 인형 옷 니팅을 하는 시간이 인내심과 체력의 싸움이지만 설렌다.  내가 뜬 코를 정확히 알아보는 명료한 니터가 목표지만 늘 도안과 뜬 코를 확인할 때는 긴 한숨이 나온다.  도안대로 했음에도 어디서 한 코가 빠졌는지.  왜 늘어났는지.  그래서 내게 니팅은 한순간도 방심할 틈을 안 내준다.




2023년 4월에 넣어둔 실타래를 겨울에서야 다시 잡게 됐다.  그리고 도전한 아란 무늬 벌룬 스웨터.  갖고 있는 인형 중에 파올라레이나는 제일 큰 인형임에도, 28코로 시작하는 소매 부분을 장갑 바늘 네 개로 돌려가며 뜨다 보면 순간 바늘이 휙 빠져 버릴 때가 있다.  빠진 코를 줍는 과정은 그야말로 인내심과 집중력의 싸움이다.  사람 옷보다 인형 옷 뜨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유튜브 같은 영상을 통해 인형 옷 뜨는 과정을 배우고 있는데,  며칠 전 로지쏘잉의 선생님이 만든 도안과 설명을 통해 아란 무늬 벌룬 스웨터를 완성해 봤다.  인형 옷 니팅 영상은 많이 있는데, 본인이 초보라고 하며 설명해 주는 '로지쏘잉' 선생님은 내가 꼽은 베스트다.



무상으로 도안까지 공유해 주는데, 단행본으로 나온 인형 옷 교재보다 이 분의 도안 설명서가 초보들에게는 보기도 편하고,  이렇게 다른 분들도 책을 낼 때 설명서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어깨 부분부터 코가 어떻게 늘어나는지,  아란 무늬와 꽈배기 무늬가 어떤 규칙을 갖는지 기호와 숫자만으로도 이해되기 싶게 설명해놓았다.     









https://youtu.be/KTLqaJKn250?si=QY3vpS9UFMQmpux7









뜨개인은 매 순간 내가 무엇을 왜 뜨는지 알고 그 결과물도 머릿속에 그릴 줄 안다.  어떤 실로 어떻게 뜰지를 스스로 정하고 잘못 떴을 때도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일은 없다.  잘못된 코를 수정하기 위해 유를 무로 돌릴지언정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아무튼 뜨개   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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