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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완벽주의를 꿈꾸며

성격적 결함으로서의 완벽주의

by 경조울

나는 완벽주의자다. 흔히 자기소개서를 쓸 때 단점(이라고 적지만 실제로는 단점이 아닌)으로서의 완벽주의가 아니라, 정말 성격적 결함으로서의 완벽주의를 지녔다.


인간은 불완전하며 항상 실수를 반복한다. 물론 도덕적, 윤리적으로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완전무결한 인간도 간혹 있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인간이 몇 명이나 될까. 나를 포함하여 누구나 음침한 구석이 있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차마 공개할 수 없는 치부가 있기 마련이다.


스스로를 완벽해야 한다고 옥죄면서, 나는 욕망 앞에 솔직할 수 없다. 불륜이나 경범죄처럼 거창하지 않더라도, 내가 생각하기에 '세속적'이거나 추구하는 이미지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어떠한 가치, 대상을 갈망하는 것조차 금지한다. 안정적인 고소득을 원하면서도, 대놓고 '돈을 잘 벌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속물스럽다. 가족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조차, 나는 직업에서 최우선 가치로 고려하는 것은 사명감, 보람, 쓰임새, 성장 가능성이라고 둘러댄다. 그들에게 '돈만 밝히는 의사'로 보이고 싶지 않다. 스스로의 위선이 질릴 때가 있다. 동시에 혹시나 누군가 나의 이런 면모를 이미 꿰뚫어 보고 있지 않을까 불안하다. 심지어 가끔씩 의도적으로 내가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의 '헛똑똑이 같은', '솔직한' 모습을 보여서 인간미를 강조하려고 한다. 정말이지 지긋지긋한 인간이다.

자가 검열은 습관이 되었다. 교과서적인 도덕적, 윤리적 잣대를 세워두고, 건전한 생활 습관을 미리 정해두고 눈 뜨고 있는 시간 내내 스스로를 다그친다. 지각하면 안 돼. 술을 많이 마시면 안 돼. 모임에서 말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돼.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해. 항상 몸에 좋은 음식을 골라 먹어야 해. '경조울 법전'을 만들면 아마 지금까지 세워둔 기준만으로도 페이지는 훌쩍 넘을 것이다.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나는 망설인다. 나같이 부족한 인간이 결혼을 해도 될까.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울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을까. 이직을 하려면 현 직장의 모든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정도의 자리가 나타나야 한다. 승진을 제안받았을 때조차, 내가 저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내 부족함이 들통나는 건 아닐까 혼자서 마음을 졸인다.


완벽주의는 타인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실망, 성급한 평가절하로도 이어진다. 일할 때 타인을 쉽사리 신뢰하지 않는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 대해서 겉으로는 좋게 평가하지만, 실제로 같이 일할 사람을 고르라면 한 명도 고르기 어렵다. 저 사람은 너무 성격이 급하고, 저 사람은 일처리가 야무지지 못해, 저 사람은 멍청해. 나는 육각형의 직장 동료를 꿈꾸며, 언젠가 나의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어벤저스를 꾸려 멋지게 일을 해치우는 환상을 품는다. 하지만 그런 날은 안 온다. 일단 나의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람은 없고, 나의 기준조차 완벽하지 않다. 매일 태양은 떠오르고, 나는 출근을 하고, 우리는 일을 해야 하므로, 당장 눈앞에 있는 이토록 불완전한 사람과 협조해야 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 성에 차는 완벽한 동료가 나타날 일은 없다. 아주 드물게 나타나더라도, 협력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나는 기어코 그 사람의 단점을, 부족한 점을 찾아낼 것이다. 애초에 완벽한 인간이란 존재할 수 없다.


어쩌면 학교에 처음 들어가는 순간부터 완벽주의자로 살아왔기에,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는 있다. 스스로를 옥죄는, 타인을 쉬이 평가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생각을 멈추고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문장을 되뇐다. 이조차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나는 탈완벽주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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