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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 Jun 30. 2024

인생 장르는 판타지

즐거움은 판타지

        


많은 사람이 콘텐츠를 즐긴다. 콘텐츠 자체를 포괄적으로 읽고 듣고 보며 즐기는 이들도 있고, 로맨스나 코미디, SF,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등 특정 장르의 작품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내가 선호하는 콘텐츠는 주로 책이며, 종이책과 전자책, 만화책 모두 가리지 않는다. 활자가 있고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뭔가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유롭게 공상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선호하는 장르는 판타지이다.


오랫동안 나는 판타지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다. 소설을 창작하든 에세이나 전문적인 글을 쓰든 판타지에 관한 내용을 쓰고 싶었는데 쉽사리 시작하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마음속에 묻어두기 일쑤였다. 주저했던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한 가지는 내가 풀어놓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너무 마이너한 감성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고,  또 다른 한 가지는 내가 아직도 너무 부족한 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브런치든 일기장이든 발행되지 못한 글, 내놓지 못하고 홀로 적어 내려간 글이 발행된 글보다 많았다. 글로 풀어내지 못하고 마음이든 머릿속이든 어딘가에 보관된 생각들도 수없이 많았다. 아마 내 무의식이라는 상자를 열어보면, 그런 생각 뭉치들이 한데 모여있다가 와르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나 주저하는 감정 때문에 시도하지 못하게 되면 마음속에 응어리가 생긴다. 솔직하게 털어놓은 적도 없으면서 세상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것만 같아 서러워지고 자꾸 무엇인가를 미워하게 된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나는 보기좋고 정제된 글만 세상에 보이고 싶어서 고군분투했다. 본래 성격은 생각 많고 쉽게 침울해지면서 행복하고 즐겁고 흠없어 보이는 글을 쓰고자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안 하게 되는 결과에 다다랐다.


서른도 중반에 다다르니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하고, 보기 좋은 것만 하려다 보면 평생 가식적인 삶을 살지도모르겠구나 하는 회의감도 느껴졌다. 일부러 골라 읽는 것도 아닌데 손에 집히는 자기개발서에는 모두 '당신의 경험은 고유하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일단 시작하라, 당장!'이라는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꼭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만 같아서 한숨이 나왔다.


항상 현실에서 완벽하지 못한 것이 속상하여 글만이라도 완벽하게 쓰고만 싶었는데,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못 견딜 것만 같아 이제야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에는 '판타지'라는 장르에 관한 많은 사람의 아주 많은 견해가 있겠지만, 내가 바라보는 장르에 관한 견해를 조금씩 풀어내고자 한다.


본격적인 시작 전, 판타지라는 장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부터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가 처음 읽은 판타지 소설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어린이 세계명작이나 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재미있어 보이는 책은 이것저것 다 들춰보고 다녔던 나는 세상에 그토록 재미있는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해리포터 때문에 밤을 새우고, 해리포터 때문에 가족들 다 잘때 스탠드를 켜고 책을 보다가 시력도 나빠졌다. 그러다가 아즈카반의 죄수를 다 읽고 나서 뒷권이 아직 발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공허함마저 느꼈던 것 같다.


그 후로 나는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아니, 과연 만날 수 있기나 할까? 하는 아쉬움을 늘 지니고 살았던 것만 같다. 혼자서 해리포터와 같은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며, 해리포터 책은 다시 발행되었다. 일 년에 한 시리즈가 나오기도 하고, 좀 늦으면 2년 간격으로 나오기도 했다. 영화와 게임도 나왔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인생에서 제일 재미있는 소설은 해리포터이며 그것을 능가할 만한 소설은 없을 거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아직 더 큰 한방이 남아있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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