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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딥 다이브 Mar 19. 2024

우리는 고민의 깊이만큼 자란다

Humans of daiv. 열일곱 번째 이야기: 강지민

누구나 풋풋한 어린 시절을 지나 어엿한 어른이 된다. 그 첫 번째 관문처럼 보이는 취업.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은 때때로 압박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직업을 갖는다는 건 돈을 버는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어떤 세계에 푹 빠져 세상을 바라볼지, 나의 삶이 어디로 향하도록 할 것인지, 삶의 방향에 대한 또 한 번의 선택이다. 오늘은 데이터로 세상을 바라보며 데이터분석가로서의 삶을 배워가고 있는 강지민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올해 2월에 숙명여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2024년도 1월에 CJ ENM 커머스 부문에 데이터 분석가로 취업해서 다니고 있다. CJ ENM 커머스 부문(CJ 온스타일)은 쇼핑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홈쇼핑,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이커머스, 유튜브 쇼핑 등 플랫폼 내에 채널이 다양하게 있다. 데이터 분석가는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서 전사의 영업/경영 활동을 객관적으로 진단한다.



CJ ENM을 고른 이유가 있나.

정확히는 ENM 커머스 부문에 해당한다. 일단 커머스 분야가 호흡이 굉장히 빠른 편이다. 금융을 비롯한 다른 분야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데 반해, 커머스는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한다. 트렌드를 계속 따라갈 수 있는 환경에서 데이터를 분석해보고 싶어서 이 분야를 선택했다. 원래도 커머스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혼자서 Kaggle의 이커머스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 대시보드를 만들어 본 적도 있다. 그때는 얕게 해봤다면, 직접 실무에 활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준비하게 됐다.



데이터 시각화에서 분석까지 가게 된 여정이 궁금하다.

통계학과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분야를 접하기도 했지만, 데이터 시각화를 계기로 아예 진입하게 됐다. 1학년 때 광고 기획 동아리를 했는데, 당시에 매주 광고 기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기획안을 제출할 때 빠지지 않는 부분이 시장 및 타겟 분석이었는데, 각종 수치나 데이터가 기획의 근거자료로 필요하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획하는 일이 관심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시각화에도 눈이 갔다. 데이터 시각화는 작업하는 대로 바로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흥미를 붙였던 것 같다. 데이터 시각화를 하다 보니 좀 더 깊이 있는 분석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데이터 분석을 해보기 시작했다. 그게 이어져서 결국 데이터 분석가에 발을 붙이게 됐다.



데이터 분석가로 일을 해보며 느낀 점은.

데이터 분석은 모든 과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부서 팀장님과 커피챗을 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데이터 분석가는 단순히 수치를 보는 게 아니고 어떤 직무보다도 계속 끊임없이 사고해야 하는 직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과도 맥락이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분석을 통해 나온 결과를 유의미하게 전달하려면, 기술뿐만 아니라 사고하는 힘이 중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분석가의 테크니컬한 스킬보다, 커뮤니케이션하는 부분을 더 좋아하고, 심지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통 회사는 MD부터 PD, 마케팅 등 직군이 엄청 다양하다. 그런 분들과 데이터로 소통하려면 스킬적인 부분만 있어서는 안 된다. 정합성이 얼마고 예측률이 얼마고 이런 지표들은 그분들의 의사결정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보다는 바로 어떤 액션을 취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신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결국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못 하면 그 앞의 분석들이 무의미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석 리포트에 이미지를 넣거나, 대시보드를 만드는 등 시각적인 것들로 소통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취업 준비 과정은 어땠나.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취업 앞에서는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잘 돼서 지금은 웃고 있지만 당시에는 고민이 정말 많았다. 갑자기 삶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 취미는 뭐고,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심오한 질문들을 많이 던졌다. 나는 왜 데이터 분석을 하고 싶은지, 데이터 분석가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이런 추상적인 것들을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는데, 지나고 보니 미화된 것 같다(웃음).

캘리포니아로 교환학생을 가게 된 계기는.

막연하게 교환학생은 계속 가고 싶었다. 워낙 해외에 있는 걸 좋아하다 보니 여행도 많이 가는데, 새로운 환경에 부딪히는 걸 즐기는 편인 것 같다. 그런데 코로나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상황이 좋진 않았다. 그래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게 여름에 단기로 캘리포니아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었다. 마침 내가 갔던 학교가 워낙 데이터 사이언스 쪽으로 깊이가 있는 학교라, 글로벌적인 시각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해외에 있어 보니 한국과 다른 점이 꽤나 많았다. 가장 달랐던 건 학생들의 태도다. 한국 대학에도 오피스 아워가 있지만, 나도 그렇고 동기들도 그렇고 한 번도 참여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 학교의 친구들은 미팅을 잡기 힘들 정도로 오피스 아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더라. 분위기도 너무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것에 가까웠다. 또, 한국과 다르게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에서는 모르는 게 생기면 일단 구글링이 먼저인데, 거기는 일단 얘기를 하는 게 먼저였다. 이런 점에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교환학생으로 캘리포니아를 다녀오고 확실히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전에는 해외에서 사는 게 막연하게 무서웠는데, 다녀오고 나서는 친구들이랑 해외에서 취업해도 되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 정도로 도전 정신이 생긴 것 같다. 가장 아쉬운 건 기간이 짧았다는 점이다. 전기 교환이 아니라, 단기로 여름 계절 교환을 다녀왔기 때문에 8주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당시에 수업을 많이 들을 수 있는 환경도 아니어서 두 과목 정도만 들었는데, 시간이 여유로워서 더 다양한 수업을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른 동아리에서 임원을 경험했던 걸로 안다.

‘보아즈(BOAZ)’라는 동아리에서 임원을 했다. 당시에 막 학기나 취준생이 많아서 비교적 시간이 여유로운 사람이 필요했다. 당시 3학년이던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해서 자연스럽게 임원이 됐다.


초반에는 좀 힘들었던 적도 있다. 임원 활동이 끝날 때쯤 코로나가 안정화돼서 모든 활동이 대면으로 바뀌는 시점이 있었다. 오랫동안 비대면 활동을 해오다가, 갑자기 대면 활동을 위해 준비를 해야 하니 막막했다. 포맷이 아예 없는데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2년 전 선배들한테 연락도 했다(웃음).


그래도 좋은 점은 확실히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네트워킹의 풀이 많이 넓어졌다. 당시에 시각화 부문에서 활동했는데, 시각화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사람들이랑 친해질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상황에 따라 어떻게 소통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그 안에서 중심을 챙기는 과정들이 임원진을 해서 얻을 수 있던 경험 같다.



취업이라는 관문을 지나와,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것은.

거창한 건 아니고 글과 친해지고 싶다. 원래 글이랑 친한 사람은 아니다. 다이브에서 매거진 팀도 했지만, 당시에 글쓰기를 정말 어려워해서 매거진이나 아티클 쓰면서도 많이 힘들었다. 반면에 주변 동료들이 글을 참 잘 써서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느꼈다. 요즘에는 이것저것 기록하면서, 아카이빙 같은 작업에 도전해 보고 싶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책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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