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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딥 다이브 Apr 02. 2024

수많은 별들을 잇는다면

Humans of daiv. 열아홉 번째 이야기: 이하은

누구나 삶을 살아가며 수많은 자취를 남긴다. 돌이켜 보면 정신없이 흩어져 있을지도 모르는 자취들. 내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가끔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너무 고민하지 말자. 우리는 그 복잡한 미로를 이미 걸어 왔고, 어디를 걸어 나가든 길은 이어져 있다.


선릉의 한 찻집에서 이하은을 만났다. 그는 취업 전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여러 직무를 고민한 끝에 지금은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다. 규칙 없이 흩어진 별들 속에서 별자리를 그리듯이, 자신만의 길을 그려 나가고 있는 이하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경희대학교 프랑스학과로 입학하고, 4학년 시작쯤 산업경영공학과를 복수전공했다. 지금은 ‘쿠팡이츠 서비스’라는 회사에서 배달 품질이나, 기타 배달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문대에서 산업경영공학과로 전향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일단 데이터 분석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산업경영공학과를 택한 건 아니었다. 미국에 CES라는 전자제품 박람회가 있는데, 거기서 일종의 프리랜서처럼 두 번 정도 일을 하고 왔다. 그때 처음으로 IT 업계에 관심이 생겼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원하는 수업을 들을 여유가 있어서, SQL 관련 데이터베이스 수업을 들었다. 듣자마자 너무 재미있어서 이쪽으로 길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복수전공을 하게 됐다. 어려웠던 점은 문과다 보니, 이과 수학을 배우지 않아서 생기는 정도였다.



취업 전 다양한 활동을 한 걸로 아는데, 마음에 남는 것이 있나.

22살에 다녀왔던 CES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도와주는 학교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시도됐다. 원래 학교에서 짜준 리스트가 있는데, 팀원 중에 아는 분이 있어서 직접 컨택해 CES를 가게 됐다. 미국에서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빅 테크 기업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그들에게 제품 소개도 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 나이에 큰 경험을 했고 동기부여가 크게 됐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카카오’에서 잠깐 일을 했던 적도 있다. 전에는 스타트업에서 잠깐잠깐 일을 했다면, 제대로 된 큰 기업에서 일을 해봤던 게 처음이라 그런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솔루션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경험이다. 아는 언니가 대표로 있었는데, 한 달 정도 언니네 집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일했다. 상세 페이지 기획도 해보고, 제품 마케팅이나 상품 기획도 해봤다. 당시 2020년도 1학기라 코로나 첫 시즌이었는데,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라 아침 9시부터 3시까지 학교 수업을 몰아 듣고, 3시부터 9시까지 일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아무것도 잘 몰랐을 때지만 부딪혀가면서 했던 일이라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취업할 때 가장 본인을 힘들게 했던 것은.

오히려 여러 분야의 경험을 해봤다는 게 방향을 정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마케팅 경험도 있고, 태블로나 SQL, 인공지능까지 여러 가지를 직접 다뤄봤다. 그렇다고 동아리 정도로만 한 것들도 아니어서, 뭘 선택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다. 마케팅으로 가자니 다른 경험들이 아깝고, 인공지능 쪽으로 가자니 전문가는 아니고, 이런 고민에 머리가 아팠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고민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우연히 그걸 다 다루는 직무에서 일하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비즈니스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고, 서비스 전체적인 측면에서 마케팅도 고려하고, 인공지능 모델이나 로직은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 못 알아듣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때 쌓았던 경험을 다 활용할 수 있는 걸 찾은 것 같다.

직장인으로서 업무적으로 성장했다고 느낄 때가 있나.

지금 회사에서 거의 처음으로 나의 프로젝트라는 걸 이끌고 있다. 이전의 경험들은 여기를 오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배워나가는 중이다.

최근에 매니저님들한테 피드백을 받으면서 깨달은 점들이 있다. 그분들이 말하시기를, 내가 데이터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고 하셨다. 예를 들어, 데이터로만 볼 수 있는 건 데이터를 다루는 웬만한 사람들이 전부 알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통해 가설을 세우기보다는 직관으로 가설을 세운 후, 데이터는 그 근거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제까지 데이터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틀리면 안 되고 이런 것들에 빠져있어서 그렇게 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그게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해주셨다. 들어보니 한편으로는 맞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생각한다. 항상 뭔가를 생각하면 증명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 이후로 비교적 덜 부담스럽게 일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일과 삶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나.

지금은 일인 것 같다. 워라밸을 추구하지만, 결과적으로 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어제도 밤 10시까지 야근을 했다(웃음). 그런데 이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아니다. 장단점이 모두 될 수 있는 습관인데, 흐름이 끊기는 걸 싫어한다. 특히, 재택 근무할 때 이런 일이 많아지는데, 오후 6시 반에 노트북을 덮으면서 정시퇴근을 한 적이 거의 없다. 중간에 일을 멈추면 그 일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복기하는 시간이 드니까, 웬만하면 시작한 일은 끝까지 마무리하는 편이다. 아마 3년 차까지는 열심히 일을 할 것 같다. 점점 회사에서 포지션도 명확해지고 있어서,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커리어를 쌓고 싶다.



현재 하는 일은 만족스러운가.

예전에는 내가 BA나 데이터사이언티스트에 가까운 분석가, 혹은 마케팅하면서 데이터 시각화를 다루는 사람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비즈니스 분석 정도를 하고 있으니, 꿈꿔왔던 일들을 다 조금씩은 하는 것 같다. 그래도 프로젝트를 새로 시작하면서 일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이런 쪽에 문제가 있으니 프로덕트 팀에 액션을 요청하는 방향인데, 뭔가 개선이 됐다는 결과가 나오고 이게 지속이 된다면 참 뿌듯할 것 같다.



앞으로 5년 뒤에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

글쎄 잘 모르겠다. 다만, 업무 스타일 측면에서 큰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은 프로젝트를 받았을 때, 어떤 로직으로 해결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5년 뒤라면 데이터를 보고 받거나 의견이 나왔을 때, 회사의 전반적인 상황이나 유의미한 인사이트들을 동원해서 방향성을 바로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 직장인 초년생으로서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5년 전에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5년 전이면 정말 우연하게도 미국에서 돌아온 지 한 달 정도 됐을 때다. 막 IT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하고, 이대로면 뒤처진다는 위기감이 들었다(웃음).


그때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미국 가길 잘했다.” 정도인 것 같다. CES를 시작으로 스타트업 대표 언니와 친해져서 일을 할 수 있었고, 그걸 살려서 산업경영공학과를 복수전공하는 데 성공하고, 딥 다이브나 카카오 인턴도 할 수 있었다. 또다시 카카오에서 했던 일이 지금의 회사에 들어오는 데 영향을 줬기 때문에 그때 했던 고생이 참 좋은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때 미국에 갔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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