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주변의 분위기와 상황에
깊게 흔들리며 살아왔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관심과 취향에 자연스레 맞추고,
책을 읽으면 저자의 문장에 그대로 잠겼다.
때로는 마음이 너무 소모되어
버티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 시간은
아무런 방해 없이,
조용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일종의 방어기재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시절 현대미술을 좋아했던 이유도,
작품을 마주하면
내 고민과 감정들이 그대로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공감도 위로도, 때로는 해소도 그 안에서 얻었다.
지금 내가 영국의 역사와
이 도시를 계속 들여다보는 것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땅과 사람들,
내 일상과 상황을 이해하고 싶어서다.
나는 그때그때 나를 보호할 것들을 곁에 둔다.
천천히 관찰하고, 생각하고, 글로 남기면서.
그 과정을 지나면 마음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