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닮아있지 않은가.
창문 밖으로 어느새 어둠이 드리워지고 집 앞 가로등에 불이 켜진다.
이는 나의 하루의 끝마침을 알리는 신호이자 이제 밖으로 나가 산책 겸 운동할 시간이 됐다는 신호다.
주섬주섬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핸드폰만 챙겨 현관문을 나선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춥지 않아서 참 괜찮다. 요 몇 일세 칼바람이 온몸을 휘감는 느낌에 어설프게 옷을 입어선 감기를 면치 못할 거 같았건만, 날씨 한번 참 변덕스럽다.
내가 사는 동네 앞으로 재개발 단지가 들어서며 덕분에 새로운 산책길이 열였으니.
기존에 있던 하천의 그 주변을 재 정돈하여 사람과 자전거가 오갈 수 있는 빨간 길을 놓았다. 하천 따라 3km 정도 큰 굽임 없이 시원하게 뻗은 길은 뜀박질과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이만한 안성맞춤 트랙도 없을 듯싶다.
길 위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나 같이 그저 하염없이 걷는 사람, 키우던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 한겨울에도 팔이 다 드러나는 민소매티를 입고 열심히 뛰는 사람, 설렁설렁 페달을 굴리며 자전거 타는 사람, 사이좋게 손을 맞잡고 걷는 노부부, 그 옆으로 숫기 없는 커플까지. 집에만 있던 나에겐 이만한 사람 구경하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그렇게 사람 냄새 가득한 길 위에서 주변 구경에 정신 팔려 걷노라면 어느새 길의 끝이 보인다. 길 끝에는 하천과 하천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있다. 그 다리 위에 서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그 길 위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발걸음과 속도로 이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래, 걸음걸이가 느리든 빠르든, 누군가와 손잡고 걷건 안 걷건, 혹은 탈것을 타건 안 타건 간에 결국 우리의 목적지는 지금처럼 같겠지. 우리네 모두는 결국 한 길 위 만을 걷고 있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