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을 한방 먹인 발칙한 사건.
액자 속 풍선을 들고 있는 소녀 그림.
반은 파쇄된 채로 액자에 매달려 있는 그림인데요. 2021년 10월 경매에 이 작품이 다시 출품.
예상가는 무려 100억!!!! 왜일까요?
2018년도로 거슬러 올라가 보비다.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풍선과 소녀>가 15억 4천만 원에 낙찰된 순간, 그림이 파쇄되어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작가 뱅크시가 이 작품이 낙찰될 순간에 맞춰 액자에 파쇄기를 설치해 두었고 원격으로 작동시켰다는 사실이 그의 인스타를 통해 밝혀졌었죠.
낙찰자는 훼손에도 변함없이 이를 당시 약 15억 원에 구매하기로 결정.
'미술사적 사건'의 의미가 더해졌다나요? 원래 그림 전체를 다 파쇄하려던 목적은 실패했지만 뱅크시는 지지 않고 이를 비꼬듯 <사랑이 쓰레기통 안에 있다>는 새 이름을 짓고 인증서를 발했습니다.
미술시장을 놀림감 삼은 것은 <풍선과 소녀>가 처음이 아닙니다. 대놓고 미술시장을 조롱하는 작품 <Morons>은 바보, 멍청이라는 뜻의 제목으로, 경매장의 풍경을 묘사합니다. 출품된 액자에는 "이 쓰레기를 사다니 바보 같은 당신들을 믿을 수 없군"이라고 적혀 있는데요. 그럼에도 이 작품은 당시 약 2천8백만 원에 거래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오해 3월쯤 일어났습니다. 한 블록체인 회사에서 <Morons>을 NFT로 변환해 경매에 내놓고, 원본 그림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유튜브로 생중계한 것. 실물을 없애서 NFT 작품만을 유일한 진품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Morons> NFT는 한화 약 4억 3천만 원에 거래되었습니다.
뱅크시를 둘러싼 이슈는 작품 값뿐만 아닙니다. 지난 8월, 서울 한 전시장에서 열린 뱅크시의 전시는 작가의 허락을 받지 않은 전시인 데다가 작가의 작품세계에 반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었는데요, 뱅크시는 자신의 작품을 보증하는 기관의 홈페이지와 자신의 SNS를 통해서 어떤 전시도 자신과 관계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심지어 홈페이지에 가까 전시 리스트도 올려두었습니다. 제도와 권위를 풍자, 조롱하는 작품 활동을 보면 뱅크시의 작품이 전시장에 담기는 것, 심저어 입장료를 받는다는 것은 역설적이니 최근의 전시가 논란을 산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장소의 의미와도 연관되는 거리의 미술을 미술관에 담는 것 자체도 아이러니지만요..
작품이 아주 고가에 거래되지만 오히려 뱅크시는 자신의 오리지널 작품을 고작 60달러에 판매한 적이 있었습니다. 2013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노점을 열었고 물론 아무도 뱅크시의 짓인 것을 몰랐습니다. 현장에서는 8점만이 판매되었는데, 미술시장에 나왔다면 매우 고가에 완판 됐겠지만 뱅크시의 활동과 그로 인한 에피소드들은 작품의 가치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죠. 작가의 의도나 작품과 상관없이 미술시장, 권위과 제도에 의해 가격과 가치가 매겨진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