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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Dec 17. 2023

몰입하지 못하는 날들

도파민 중독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만 간다. 세상에서 유튜브만큼 재미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지 못했다. 독서는 내게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행위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재미를 논하자면 유튜브를 절대 따라가지는 못한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나는 완벽한 도파민 중독자다.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폰을 들여다본다. 이 앱, 저 앱을 보고 있자면 시간의 흐름을 좀체 느끼지 못한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은 흐르고,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내가 일어나리라고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늦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매번 놀라지만, 절대로 쉽게 고칠 수없다는 사실은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도파민에 한껏 절여져 있는 상태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으려 했던 장편과 단편소설 집필은 어떻게든 끝냈다. 정말이지 '꾸역꾸역'이었다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상태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마저 도파민 앞에 무릎 꿇는다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이미 내 무의식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어떻게든 끝마친 것이었고. 그 후로 두 달이란 시간이 지났다. 공모전 발표는 1월에나 나고, 사실 그 결과가 어떻든 크게 상관은 없다. 공모전에 목숨 걸고 어떻게든 등단하려는 목적보다 그 원고가 책으로 탄생하는 게 내 가장 큰 목적이므로. 어쨌든 그렇게 두 편을 쓰고 난 후, 매일매일 자잘한 글들만 쓰며 하루하루를 이어나가고 있다. 일기에 가까운 에세이를 쓰는 일도, 수필을 쓰는 일도 좋아하지만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어떤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만은 충분하나,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이유는 언제나 '두려워서'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쓰기 전부터 완벽해야 써야 할 것만 같은 강박이 나를 짓누르기 때문인데, 그 압박이 하도 커서 나는 자꾸만 미루게 된다. 그 미루는 시간 동안 나는 도파민에 흠뻑 취하기를 택한다. 언제나 그게 가장 쉽게 회피할 수 있는 도구이자, 쾌락과 흥미를 느끼게 하는 최고의 도구이니까.


 몰입할 수 없는 날들이 늘어간다. 그럴수록 불안은 커진다. 나는 언젠가 반드시 쓰고 싶은 내용의 소설을 쓰고야 말 것이지만, 그 행위를 시작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탓에 내 소중한 시간은 길바닥 위에 흩어지고, 버려진다. 과연 나는 정말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혹은 원하는 일을 단번에 행위로 옮기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고민 없이 그대로 행하는 사람들. 생각이 많지 않은 사람들. 나는 그런 이들을 동경하며, 부러워만 한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여전히 그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스마트폰 대신 폴더폰으로 바꿔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대로 불안한 일이다. 카톡을 하지 못하게 되고,  네이버 지도를 검색할 수 없고, sns를 할 수 없으며(그렇게 좋아하는 핫플도 더 이상 알 수 없고, 나를 드러내는 일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나지만 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날그날의 날씨는 일일이 노트북을 켜 확인해야 한다.(우리 집에는 tv가 없으므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스마트폰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다. 이로써 나는 완벽하게 스마트폰의 노예임이 증명되었다. 얼마나 내가 이 작은 기계에 의지해왔는지, 그리고 이게 없으면 얼마나 바보가 되어버리는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결국은 내가 환경을 의도적으로 조성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내가 정말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이라면,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쯤은 아무렇지 않게 시도해야 하겠지만 여전히 나는 한없이 약하디 약한 한 인간임에 불과하다.


 몰입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확실히 어려운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발명한 누군가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이 가져다준 이점들도 충분히 존재하기에. 나는 나의 약함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런 시대에서도 분명 잘해 나가고 있고, 그 사실은 자명하기 때문에. 결론. 나의 몰입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오로지 내 선택이었다. 내가 도파민의 노예가 되길 선택했기 때문에. 다른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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