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명지 Dec 06. 2023

다음날 아침


                        연명지



변기의 오른쪽에서 균열은 시작됩니다


벽에 걸린 수건을 부드러운 팔처럼 베면

엄마의 입술이 이마에 머물다 사라져요


체한 듯 매장된 기억

악몽으로 수건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운 저녁


균열의 어둠 사이로 검은 구름 몰려오고

매서운 바람으로 가득한 여기는 숨 막히는 세계


비의 독한 손톱이 내 숨을 베어버렸어요


맨살에 핏빛 고통이 흘러내려요

벽에 걸린 수건을 엄마 품처럼 펼치면 별빛 너머

그리운 입술을 만날 수 있을까요


죽음이 나를 삼키는 동안

죽음이 나를 괜찮다고 덮어줍니다


그 아침 일곱 살의 모든 것이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고

깍지 낀 두 손에 분홍 미소가 슬프게 박혀있었어 

너의 비명을 듣지 못한 다음 날 아침은

죽은 문장이 되어 화구로 밀려 들어갔어*



계모의 학대로 화장실에 갇혀 죽어간 원영이를 추모하며

작가의 이전글 구일의 도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