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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Dec 06. 2023

다음날 아침


                        연명지



변기의 오른쪽에서 균열은 시작됩니다


벽에 걸린 수건을 부드러운 팔처럼 베면

엄마의 입술이 이마에 머물다 사라져요


체한 듯 매장된 기억

악몽으로 수건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운 저녁


균열의 어둠 사이로 검은 구름 몰려오고

매서운 바람으로 가득한 여기는 숨 막히는 세계


비의 독한 손톱이 내 숨을 베어버렸어요


맨살에 핏빛 고통이 흘러내려요

벽에 걸린 수건을 엄마 품처럼 펼치면 별빛 너머

그리운 입술을 만날 수 있을까요


죽음이 나를 삼키는 동안

죽음이 나를 괜찮다고 덮어줍니다


그 아침 일곱 살의 모든 것이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고

깍지 낀 두 손에 분홍 미소가 슬프게 박혀있었어 

너의 비명을 듣지 못한 다음 날 아침은

죽은 문장이 되어 화구로 밀려 들어갔어*



계모의 학대로 화장실에 갇혀 죽어간 원영이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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