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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Mar 09. 2023

<뿌리>


그루터기가 있었습니다.

절대 먼저 다가가지 않는.

태고적부터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한.

재미없는 뿌리


그 자리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살았습니다.

벌레 비바람이 스치고, 누가 툭 겉어차면,

몸을 움추렸습니다.

볼품없는 뿌리.


'나도 내가 재미없어~, 싫어~'

'내 아래엔 이놈의 뿌리가

저 깊이, 너무 깊이 박혀 있어.'

'누가 내 뿌리를 후벼 파 줬으며 좋겠어.'  

태고적 뿌리를 원망했습니다.

원망스런 뿌리.


누군가 말했습니다.

괜찮아?

빼곰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저 바라만 보았습니다.

부끄런 뿌리.


볼품없는 뿌리

원망스런 뿌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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