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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 박하 Sep 25. 2023

베르디의 맥베스 in 베를린슈타츠오페라

 안나 네트렙코를 위한 레이디 맥베스




부다페스트 여행에서 돌아오자 마자 맥베스를 보러 정확하게는 안나 네트렙(Anna Netrebko)를 보러 슈타츠오페라(Staatsoper Berlin)로 달려갔다.

세계적인 스타인 그녀를 전에도 베를린 몇몇 공연에서 본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입지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싯점이었다. 친 푸틴인사로 낙인찍혀 뉴욕메트로에서 사실 상 퇴출되고 유럽에서도 그녀에게 등을 돌렸으나 이후 전쟁반대 등 과거 발언에 대한 후회와 유감표명을 하고 조금씩 사태가 바뀌었다. 러시아에선 배신자로 미국에선 푸틴비판이 모자란다며 아직도 싸늘한 반응이다. 그런 그녀를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 전쟁 이후 다시 무대에 초대한 것은 큰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먼저 17일 공연에는 공연장 안밖으로 시위와 야유가 있었으나 환호가 이겼다. 가수를 앞에 두고 야유를 퍼붓는 것처럼 잔인한 일이 없다. 내가 본 회는 2회차 전석매진이었고, 야유 따윈 없었고 그녀의 아리아 이후에 여지껏 본 적없는 우뢰와 같은 환호와 브라보가 연신 터져나왔다. 맘고생이 심했던지 살짝 여위어 보이는 그녀는 특유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연기와 완벽한 노래로 무대를 압도했다.


https://www.staatsoper-berlin.de/

 권력에 굶주린 레이디 맥베스 연기는 그녀를 따라 올 사람이 없다 생각하게 할 만큼 오늘은 맥베스가 아니라 레이디 맥베스, 안나가 주인공이었다.


안나 뿐 아니라 맥베스로분한 Luca Salsi 나 다른 싱어들도 큰 호응을 받았다. 이례적이었다. 안나에 대한 박수가 너무 길어서 지휘자가 다음 악장을 이어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젊을 때 보다 몸도 약간 불고 심적인 고통과 많은 무대 경험으로 중년의 우아함과 원숙미가 더해져 훌륭한 소프라노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공연장 전체의 공기를 그녀의 목소리로 가로지르는데 소름 끼칠정도의 감동이었다. 그동안 솔직히 스타라고 하기엔 외국어 대사의 딕션이나 인터뷰할 때 언행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가볍고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 앞으로는 명성에 걸맞게 좀더 자기철학을 가지고 단단한 가수가 되기를 바란다.



  무대 디자인은 섬뜩한 실제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을 연상케 했다. 역사 속 정치가들은 예술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을 권력 유지를 위한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조국을 비난하는 것이 잔인한게 아니라 옳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중요하다. 미국입장에선 뉴욕 메트로 오페라의 절대 표를 팔아줄 안나를 내친다는 건 러시아에 대한 큰 경고와 다름아니다. 이제 독일에서 그녀를 받아줬으니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쉽지 않다. 앞으로 그녀의 행보를 지켜 볼 일이다.


 세익스피어의 원작을 재현한 베르디의 맥베스는 어디 하나 버릴 것 없이 3시간 내내 아름다웠다. 인간의 지나친 권력욕으로 인한 몰락과 운명에 관한 서사가 드라마틱하게 표현되었다. 안나로 인해 레이디 맥베스를 다시 보았다. 레이디 맥베스는 수동적이고 나약한 맥베스와 달리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행동파였고 죄의식도 사실 더 느꼈기에 몽유병을 앓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세익스피어의 글과 베르디의 선율이 만나 권력의 유혹이 치닫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누구보다 잘 연기해낸 안나 트렙코와 베를린 슈타츠 오페라의 2023시즌 프로덕션에 박수를 보낸다.

아직도 쉽사리 감동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MACBETH

MELODRAMMA IN VIER AKTEN (1847/1865)

MUSIK VON

Giuseppe Verdi

TEXT VON

Francesco Maria Piave und Andrea Maffei nach William Shakespe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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