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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 박하 Jan 22. 2024

비제의 진주 조개잡이

목숨만큼 귀한 사랑

2014년 첫 번째 오페라는 비제의 진주 조개잡이(Les pêcheurs de perles).

미셸 카레와 유진 코몬이 리브레토를 작성했고  1863년 파리의 리리크(Théâtre-Lyrique)에서 초연되었다. '카르멘' 만큼의 인기에는 못 미치지만 아름다운 선율로 사랑받는 오페라다. 실론섬을 배경으로 진주 잡는 어부마을의 브라만교 여사제 라일라(Leila)와 마을 리더 어부 주르가와 나디르의 갈등과 사랑이 주 내용이다. 주인공 나디르(Nadir) 테너의 아리아 "귀에 익은 그대 음성(Je crois entendre encore)"와 나디르와 주르가(Zurga)의 이중창 "신성한 사원에서(Au fond du temple saint)"이 유명하다. 1막에서 남자 주인공 2명의 대표곡이 모두 나오지만 라일라의 기교가 돋보이는 아리아와 화려한 서곡도 매우 아름답다.

이번 프로덕션은 2017년에 나온 작품으로 독일 전후 세대를 대표하는 신독일영화의 기수 빔벤더스(Wim Wenders) 감독이 연출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당시 지휘자 바렌보임의 제안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프리미어 이후 오페라 감독으로서는 초보의 행보라며 언론에서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개인적으론 스리랑카의 실론섬의 바다와 빛들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심리에 따라 무대 공간을 다양하게 분할하고 활용해서 마치 여러 개의 영화 씬을 보는 듯 다채로워 좋았다. 영화감독의 장점을 잘 살렸다 싶었다. 다만 초반에 합창 부분에서 눈이 부신 바닷가 햇볕 체험을 하라는 의도인지 뭔지 관객 쪽으로 조명을 과도하게 쏘아대서  너무 불편했다. 오페라 도중 출연 싱어 혹은 관련 영상을 편집해 프로젝트로 무대에 가득 투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련되게 연관성이 있다면  때론 효과적이지만 과하면 스토리 전개나 극에 집중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여기선 후자였다.

 주르가가 과거 라일라와의 에피소드를 회상하는 장면이나 라일라와 관련된 흑백영상은 몇 번이나 반복되면서 진부한 내레이션같이 재미없고 쓸데없이 소모되어 피로했다. 여하튼 시각적인 것 외 나디르에 분한 러시아 테너 Dmitry Korchak의 연기와 노래 나쁘지 않았다. 나디르 하면 메트로의 리즈시절 메튜 폴렌자니(Matthew Polenzani) 멋진 모습이 떠오른다. 비구니나 수녀처럼 여사제 라일라의 마음을 속세로 돌리려면 이 정도 아리아(Je crois entendre encore)는 불러줘야 할 거다. Olga Peretyatko소프라노는 안정적 연기와 소름 끼칠 정도의 섬세한 테크닉을 보여줬다.


*오늘 드레스코드는 당연 진주. 눈 오고 길이 미끄러워 초긴장하며 걸어야 하는 베를린 겨울 절정에 있다.


LES PÊCHEURS DE PERLES

OPÉRA IN DREI AKTEN (1863)

MUSIK VON

Georges Bizet

TEXT VON

Michel Carré und Eugène Cormon

Do.18. Januar 2024

Staatsoper Unter den Linden


BESETZUNG

MUSIKALISCHE LEITUNG:Victorien Vanoosten

INSZENIERUNG: Wim Wenders

BÜHNENBILD: David Regehr

KOSTÜME: Montserrat Casanova

LICHT: Olaf Freese

LEÏLA: Olga Peretyatko

NADIR: Dmitry Korchak

ZURGA: Gyula Orendt

NOURABAD: Paul G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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